논에서 자라는 벼가 기후위기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식물이 탄소를 흡수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물을 가득 채운 논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3배나 강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솔직히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해결책까지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요.벼농사가 기후에 해롭다고요? 메탄가스의 정체지난 주말, 오랜만에 고향 집에 다녀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봐온 논에는 어김없이 푸른 벼들이 가득 자라 있었고, 그 초록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풍경이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물이 넘실대는 논을 바라보면서, "저 물이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며칠 전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식빵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습니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곰팡이란 음식을 망치고 벽을 더럽히는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체르노빌 원자로 내부에서 발견된 검은 곰팡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방사선을 피하기는커녕 스스로 빨아들여 성장 에너지로 쓰는 곰팡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방사성 굴성 — 죽음의 땅에서 발견된 기이한 생존 전략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했습니다. 인구 5만의 계획도시 프리피야트는 하루아침에 봉쇄됐고, 방사능은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서유럽 전역까지 퍼졌습니다. 이후 수십 년간 수천 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
해남 공룡발자국 화석지에 처음 갔을 때, 제가 느낀 건 경이로움보다 섬뜩함이었습니다. 저렇게 크고 강한 생명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이, 그 발자국 크기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지구 역사에는 생물 종의 75% 이상이 단기간에 사라진 대멸종 사건이 무려 다섯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섯 번째는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릅니다.배경멸종과 대멸종, 어떻게 다를까요?혹시 "멸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십니까? 저는 오랫동안 운석이 쾅 하고 떨어져 공룡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장면만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멸종의 90%는 훨씬 조용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이걸 배경멸종(background extinction)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배경멸종이란, 마치 배경음악..
마트에서 장을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늘은 스티로폼 접시에 랩으로, 과일은 비닐 포장지에, 과자는 또 다른 플라스틱 봉지에. 카트 안을 채운 물건 중에 플라스틱을 쓰지 않은 것이 단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날 이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울산에서 억새풀과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만들고 있다는 연구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모르게 영상을 끝까지 다 봤습니다.바이오플라스틱, 억새풀에서 시작된다고요?페트병 하나가 땅속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00년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트 카트를 가득 채운 플라스틱 포장재를 보고 나서야 그 숫자가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비닐봉투는 20년이 넘어야 썩고, 페트병은 500..
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계곡에 가면 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습니다. 투명한 망 안에서 파닥거리는 작은 물고기들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때는 그 물고기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지구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종의 생물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가 크면 그 펭귄을 볼 수 없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선뜻 "아니야"라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멸종위기종이 사라지는 속도,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학자들은 대략 1,400만 종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180만여 종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매일 수십 종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봄꽃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꿀벌이 날아들면 귀찮다고 손을 내젓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귀찮은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꿀벌이 담당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에만 국내에서 최소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꿀이 없어진 게 아니라, 우리 밥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꿀벌이 사라진다는 게 왜 밥상 문제일까몇 년 전 구례 벚꽃 축제에 갔을 때 일입니다. 활짝 핀 벚꽃 가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꿀벌들이 자꾸 날아들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좀 무섭고 귀찮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해가 갈수록 봄꽃 주변에서 꿀벌을 보는 일 자체가 드물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꿀벌은 단순히 꿀을 만드는 곤충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