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Moderna)가 5년 안에 암을 포함한 모든 주요 질병에 대한 백신을 출시할 수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설마 그게 가능해?' 싶었습니다. 지난 봄, 어머니의 유방암 진단을 받아들여야 했던 저로서는 이 한 줄 뉴스가 남다르게 와닿았습니다.mRNA 백신이 암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이유어머니 유방암 수술이 끝나고 경과를 지켜보던 시간 동안, 저는 뒤늦게 백신의 원리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연하게 '나쁜 균을 조금 집어넣어 면역을 키우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mRNA 백신은 개념 자체가 달랐습니다.mRNA(messenger RNA)란 세포에게 "이런 단백질을 만들어라"고 지시하는 유전 정보 운반체입니다. 쉽게 말해, 면역계가 알아봐야 할 '표적'..
솔직히 저는 늑대 14마리가 강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1995년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재도입된 늑대들은 70년간 멈춰 있던 생태계를 되살렸고, 그 변화는 2021년 NASA 위성 영상에서도 확인될 만큼 거대했습니다. 제가 자란 시골 강가의 뻘밭이 공원으로 정비되던 날, 비슷한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깔끔해진 것은 좋은데,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 하는 그 찜찜함이 옐로우스톤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말로 정리됐습니다.생태균형 — 아름다워 보였던 붕괴의 시간1926년 옐로우스톤의 마지막 늑대 무리가 사살됐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생물조사국을 통해 엘크·사슴 같은 사냥감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포식자를 체계적으로 제거했습니다. 기록은 관료적 정확함으로 남겨졌고, 작업이..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리터당 가격 숫자를 보며 한숨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란·미국 갈등 여파로 기름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요즘,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나프타(naphtha) 없이 올레핀(olefin)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로 항공유까지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연히 "언젠가 되겠지" 싶었던 기술이 이미 실험실 바깥에서 실증 단계를 밟고 있었으니까요.나프타 분해와 올레핀: 석유 없이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길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플라스틱이 나옵니다. 원유의 15~20%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증류로 분리하고, ..
강물을 따라 흘러내린 쓰레기가 결국 바다로 간다는 사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일상에서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10년 전 동네 강변이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곳이 되어가는 걸 눈으로 봤습니다. 미국 볼티모어에서는 그 문제를 '미스터 트래시 휠(Mr. Trash Wheel)'이라는 장치 하나로 정면 돌파한 사례가 있는데, 처음 접했을 때 이게 진짜 되나 싶었습니다.쓰레기 수거 — 수차 하나가 바꾼 항구의 풍경볼티모어 이너 하버(Inner Harbor)는 한때 수면 위로 떠다니는 쓰레기 때문에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된 곳이었습니다. 빗물이 도로 위 쓰레기를 배수구로 쓸어 넣고, 그게 개울을 타고 강으로, 강에서 항구로, 항구에서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발명가 존 켈렛(John Kellett)은 이 흐..
지난 주말 텃밭을 만들려고 흙을 파다가 수십 년은 됐을 법한 과자 봉지가 멀쩡하게 나왔습니다. 그 순간 "플라스틱은 잘 안 썩는다"는 말이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국내 연구진이 PET 플라스틱을 효소 하나로 빠르게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한 실험실 성과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흙 속에서 나온 과자 봉지, 그리고 CUBE-MCB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수백 년이 지나야 분해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텃밭 자리를 만들려고 삽을 꽂았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온 건 요즘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형 과자 봉지였습니다. 아이들한..
솔직히 저는 번데기를 먹으면서 그게 곤충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 방파제 앞 포장마차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먹던 그 고소하고 짭짤한 맛. 그런데 중국 여행에서 밀웜 튀김 한 입을 물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 번데기도 곤충이었구나. 기후 변화와 식량난이 현실의 문제로 떠오른 지금, 그 작은 곤충이 인류의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번데기는 그냥 먹으면서 밀웜은 왜 못 먹겠다고 했을까중국 여행에서 길거리 곤충 튀김 앞에 섰을 때, 솔직히 온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같이 간 일행이 "고소하다"며 먹어보라고 권했고, 눈 질끈 감고 한 입 물었습니다. 생각보다 바삭하고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많이는 못 먹겠더라고요. 그런데 어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