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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번데기를 먹으면서 그게 곤충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 방파제 앞 포장마차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먹던 그 고소하고 짭짤한 맛. 그런데 중국 여행에서 밀웜 튀김 한 입을 물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 번데기도 곤충이었구나. 기후 변화와 식량난이 현실의 문제로 떠오른 지금, 그 작은 곤충이 인류의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번데기는 그냥 먹으면서 밀웜은 왜 못 먹겠다고 했을까
중국 여행에서 길거리 곤충 튀김 앞에 섰을 때, 솔직히 온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같이 간 일행이 "고소하다"며 먹어보라고 권했고, 눈 질끈 감고 한 입 물었습니다. 생각보다 바삭하고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많이는 못 먹겠더라고요. 그런데 어릴 때 방파제에서 먹던 번데기는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뭐가 달랐던 걸까요?
결국 차이는 '생김새'였습니다. 번데기는 원형을 알아보기 어렵고, 밀웜은 애벌레 형태가 눈에 선하게 보이니까요. 국내 한 곤충 전문 레스토랑에서도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고 합니다. 살아 움직이는 형태로 내놓는 대신, 분말화(powder processing)를 택한 겁니다. 여기서 분말화란, 건조된 식용 곤충을 곱게 갈아 가루 형태로 만드는 가공 방식을 말합니다. 파스타 반죽이나 소스에 섞으면 시각적 거부감 없이 곤충의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게 되죠.
실제로 그 레스토랑에서는 갈색거저리(밀웜의 정식 명칭)와 메뚜기, 귀뚜라미 분말을 음식의 15% 정도 첨가합니다. 그 이상 넣으면 곤충 특유의 향이 강해져 오히려 맛을 해친다는 게 노하우라고 하더군요. 먹어본 어린이 손님들이 "다른 파스타보다 고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는 건, 사실 식용 곤충이 생각보다 훨씬 음식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여기서 한 가지 더 눈길을 끄는 건 영양 성분입니다. 불포화지방산(unsaturated fatty acid)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쉽게 말해,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착한 지방'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을 주는 성분입니다. 갈색거저리의 불포화지방산 함량은 소고기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백질 함량은 소고기와 비슷한 수준인데, 건조 상태에서는 소고기의 절반만 먹어도 같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암 환자들을 위한 영양식의 주재료로 갈색거저리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소량 고단백' 특성 때문이었죠.
- 갈색거저리(밀웜): 단백질 함량이 소고기 수준, 불포화지방산은 소고기보다 높음
- 메뚜기: 총 중량의 약 70%가 단백질, 육류에 없는 탄수화물도 함유. 영양 성분이 달걀과 유사
- 귀뚜라미: 칼슘·칼륨 등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 풍부, 소화흡수율 높음
- 굼벵이: 간 기능 회복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수요가 빠르게 증가 중
식약처의 안전성 검토를 통과해 식품 원료로 허가를 받은 식용 곤충이기에 이 모든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25억 명이 이미 먹고 있는데, 우리만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제 경험상, 식량난이라는 말은 뉴스에서나 듣는 이야기처럼 멀게 느껴집니다. 마트에 가면 고기가 가득하고, 음식을 남기는 날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 풍요가 실제로는 꽤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걸, 기후 변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실감하게 됩니다. 식물들이 급격히 변하는 기후에 새롭게 적응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전 세계 25억 명이 이미 곤충을 일상적으로 먹고 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에게만 낯선 것이었을 뿐, 곤충을 먹는 건 이미 세계 각지에서 오랜 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던 거죠.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는 정부에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곤충 산업에 투자하며 이를 산업화 단계까지 끌어올렸고, 벨기에는 세계 최초로 곤충 식품을 식용으로 합법화해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지역마다 곤충 식품 전문 매장이 생길 정도가 됐다고 하니,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빠릅니다. 전남 강진의 한 농가에서는 원래 한철 곤충인 메뚜기를 월동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연간 다섯 번까지 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50만 마리 규모의 메뚜기를 사육하면서, 먹이가 되는 풀조차 2년 이상 발효시킨 자연 퇴비와 유기농 농법으로 직접 재배합니다. 소 사육에 비해 동일 면적 대비 생산량이 훨씬 높고, 사료 소비량도 소의 10분의 1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환경 부담도 현저히 낮습니다.
굼벵이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1등급 참나무 톱밥에 대두박을 일정 비율로 섞어 60일간 세 번의 발효 과정을 거친 먹이로 굼벵이를 키웁니다. 여기서 발효(fermentation)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영양가 높은 성분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렇게 만든 먹이를 먹은 굼벵이는 건조 상태로 1kg당 100만 원 수준에 거래될 정도로 고부가가치 상품이 됩니다. 한 농가는 사육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수십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하니, 곤충 산업이 단순한 미래 식량의 영역을 넘어 현재의 농가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도 곤충은 오래전부터 주목받아왔습니다. 동의보감에는 메뚜기가 천식 완화와 허약 체질의 강장 효과, 수술 후 조리에 활용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한의학연구원). 거기에 더해 최근에는 갈색거저리 유충에서 치매 억제 물질이 발견됐고, 각종 곤충에서 질병 치료형 물질이 잇따라 확인되며 의약품 특허 출원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품을 넘어 의약품 소재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그저 혐오 식품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던 곤충이, 이제는 의학적 가치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게 적잖이 놀라웠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 식용 곤충이 실제로 단백질이 소고기만큼 많다고요?
A. 맞습니다. 갈색거저리의 단백질 함량은 소고기와 비슷한 수준이고, 건조 상태에서는 소고기 절반 양으로 동일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은 오히려 소고기보다 높아서, 단순히 '대체 식품'이 아니라 영양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식재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Q. 곤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먹을 수 있나요?
A. 이 부분은 반드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새우, 게, 조개류 등 갑각류나 패류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곤충 식품 섭취 시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암 환자용 곤충 영양식을 개발하면서도 이상 반응 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하니, 알레르기 보유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Q. 곤충 사육이 진짜로 환경에 이로운가요?
A.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소 사육에 비해 동일 면적에서 훨씬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사료 소비량도 소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물론 곤충 사육이 확대될 경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기적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어서, 맹목적으로 친환경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Q. 국내에서 허가된 식용 곤충은 어떤 종류인가요?
A.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 갈색거저리 유충(밀웜), 메뚜기, 귀뚜라미,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등이 식품 원료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각각의 영양 성분과 활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곤충이 어떤 음식에 잘 맞는지 따져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과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결론
중국에서 밀웜 튀김을 먹고 난 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생각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릴 때 아무렇지도 않게 먹던 번데기처럼, 익숙함의 문제였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식량이 풍족해 보이는 지금도 기후 변화에 따라 농업 생산성은 불안정해지고 있고, 그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곤충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당장 식탁에 곤충 요리를 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분말 형태로 만든 단백질 파우더나 에너지바 형태로 먼저 접근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 번쯤 메뚜기나 갈색거저리 분말이 들어간 음식을 맛보고, 영양 성분표를 직접 들여다보는 것. 그게 미래 식량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