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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Moderna)가 5년 안에 암을 포함한 모든 주요 질병에 대한 백신을 출시할 수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설마 그게 가능해?' 싶었습니다. 지난 봄, 어머니의 유방암 진단을 받아들여야 했던 저로서는 이 한 줄 뉴스가 남다르게 와닿았습니다.

mRNA 백신이 암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이유
어머니 유방암 수술이 끝나고 경과를 지켜보던 시간 동안, 저는 뒤늦게 백신의 원리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연하게 '나쁜 균을 조금 집어넣어 면역을 키우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mRNA 백신은 개념 자체가 달랐습니다.
mRNA(messenger RNA)란 세포에게 "이런 단백질을 만들어라"고 지시하는 유전 정보 운반체입니다. 쉽게 말해, 면역계가 알아봐야 할 '표적'을 직접 몸속에서 인쇄하도록 설계도를 던져주는 방식입니다. 기존 백신이 약화된 병원균을 통째로 넣는 것과 달리, mRNA 백신은 병원균 표면에서 면역계가 반응하는 특정 부위, 즉 항원(antigen)만 골라 만들게 합니다. 항원이란 면역계가 '이건 적이다'라고 인식하는 분자 구조를 뜻합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나서 팔이 붓고 미열이 났던 경험, 저도 있습니다. 그게 왜 그런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외부에서 들어온 mRNA 자체에 몸이 반응하는 것이었습니다. 면역 반응(immune response), 즉 우리 몸이 낯선 물질을 만났을 때 항체를 만들며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가 그 불편함의 정체입니다. 불편하긴 해도 그게 백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하니 오히려 안심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암 백신은 어떻게 다를까요. 암세포를 그대로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환자의 암세포가 가진 고유한 돌연변이 단백질, 즉 신항원(neoantigen)을 표적 삼아 면역계를 훈련시키는 방식입니다. 신항원이란 정상 세포에는 없고 암세포에만 나타나는 변이 단백질로, 이것을 표적으로 삼으면 정상 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습니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Katalin Karikó)와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이 이 mRNA 기술의 토대를 쌓은 주인공들입니다(출처: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사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그렇게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도 암 백신 연구를 오래 진행해온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암 연구를 하다가 코로나를 잡은 셈이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 기존 백신: 약화된 병원균 전체 또는 일부를 직접 주입
- mRNA 백신: 면역계가 인식할 항원만 체내에서 생성하도록 유전 정보를 제공
- 암 mRNA 백신: 환자 암세포 특유의 신항원을 표적으로 맞춤형 설계
- 핵심 장점: 병원균 없이도 면역 훈련이 가능하고, 빠른 설계·수정이 가능
암 백신이 나와도 모두가 맞을 수 있을까
어머니 수술 이후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진작에 이런 게 없었을까'가 아니라 '앞으로 나온다 해도 우리 가족이 제때 맞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기술의 문제보다 비용과 접근성의 문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이 전 국민에게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부유층도 예외 없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고, 각국 정부가 임상시험 비용부터 물량 확보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미국 정부만 해도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는 이름으로 수조 원 규모의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출처: 미국 보건복지부(HHS)).
암은 상황이 다릅니다. 전염되지 않으니 '내 주변이 다 맞으면 나도 안전해지는' 집단 면역 효과가 없습니다. 개인이 스스로 맞아야 효과가 있는 백신이라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에서는 결국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접근하게 됩니다. 항암 신약이 국내에 늦게 들어오는 이유 중 하나도 건강보험 급여 협상 때문입니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값을 낮춰야 하는 시장보다 비싸게 팔 수 있는 나라를 우선합니다. 이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암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를 수십 년째 놓치지 않는 질환입니다. 국가 입장에서도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암 백신이 등장한다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따라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 혜택이 골고루 닿으려면 지금부터 제도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술이 완성된 다음에 논의를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암 백신 맞으면 모든 암이 예방되나요?
A. 현재 연구 중인 암 mRNA 백신은 암의 종류별, 혹은 환자별 암세포의 신항원을 표적으로 설계됩니다. 따라서 모든 암을 한 번에 막는 '만능 백신'은 아니고, 특정 암 유형에 맞춰 개발되거나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범위는 앞으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Q. 코로나 백신 맞고 아팠는데 암 백신도 부작용이 심한가요?
A.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미열, 몸살 같은 증상은 mRNA가 체내에서 항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암 백신도 같은 원리를 사용하므로 유사한 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대부분 일시적인 수준이었으며, 최종 승인 전까지 안전성 데이터는 계속 축적됩니다.
Q. 암 백신은 언제쯤 실제로 맞을 수 있게 되나요?
A. 모더나 측은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빠르면 5년 안에 다양한 질환 분야의 백신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임상시험 3상 통과, 각국 규제 기관 승인, 생산 및 유통 체계 구축까지 단계가 남아 있어 실제 접종 시점은 조금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낙관적으로 보면 2030년대 초반이 현실적인 시점으로 거론됩니다.
Q. 국내에서도 암 백신을 건강보험으로 맞을 수 있을까요?
A.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국내 건강보험 급여 체계상 신약은 제약사와의 약가 협상을 거쳐야 하고, 글로벌 제약사가 높은 가격을 고수하면 협상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암이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만큼, 정치적·사회적 압력이 강해 일반 신약보다는 빠른 급여 검토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론
어머니 유방암이 완치 판정을 받던 날, 저는 그제야 제대로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왜 암만 이렇게 어려운가'라는 물음을 계속 붙들고 있었는데, mRNA 백신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실질적인 희망이 보인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5년 안에 암 백신이 완성될 거라는 기대는 아직 이릅니다. 임상시험, 규제 승인, 가격과 접근성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맞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건, 이 소식을 막연한 희망으로만 두지 말고 지금 당장 본인과 가족의 건강검진을 미루지 않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유방암도 정기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했기에 완치가 가능했습니다. 백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과,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은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