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리터당 가격 숫자를 보며 한숨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란·미국 갈등 여파로 기름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요즘,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나프타(naphtha) 없이 올레핀(olefin)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로 항공유까지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연히 "언젠가 되겠지" 싶었던 기술이 이미 실험실 바깥에서 실증 단계를 밟고 있었으니까요.나프타 분해와 올레핀: 석유 없이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길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플라스틱이 나옵니다. 원유의 15~20%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증류로 분리하고, ..
강물을 따라 흘러내린 쓰레기가 결국 바다로 간다는 사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일상에서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10년 전 동네 강변이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곳이 되어가는 걸 눈으로 봤습니다. 미국 볼티모어에서는 그 문제를 '미스터 트래시 휠(Mr. Trash Wheel)'이라는 장치 하나로 정면 돌파한 사례가 있는데, 처음 접했을 때 이게 진짜 되나 싶었습니다.쓰레기 수거 — 수차 하나가 바꾼 항구의 풍경볼티모어 이너 하버(Inner Harbor)는 한때 수면 위로 떠다니는 쓰레기 때문에 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된 곳이었습니다. 빗물이 도로 위 쓰레기를 배수구로 쓸어 넣고, 그게 개울을 타고 강으로, 강에서 항구로, 항구에서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발명가 존 켈렛(John Kellett)은 이 흐..
지난 주말 텃밭을 만들려고 흙을 파다가 수십 년은 됐을 법한 과자 봉지가 멀쩡하게 나왔습니다. 그 순간 "플라스틱은 잘 안 썩는다"는 말이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국내 연구진이 PET 플라스틱을 효소 하나로 빠르게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한 실험실 성과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흙 속에서 나온 과자 봉지, 그리고 CUBE-MCB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수백 년이 지나야 분해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텃밭 자리를 만들려고 삽을 꽂았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온 건 요즘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형 과자 봉지였습니다. 아이들한..
솔직히 저는 번데기를 먹으면서 그게 곤충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 방파제 앞 포장마차에서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먹던 그 고소하고 짭짤한 맛. 그런데 중국 여행에서 밀웜 튀김 한 입을 물고 나서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아, 번데기도 곤충이었구나. 기후 변화와 식량난이 현실의 문제로 떠오른 지금, 그 작은 곤충이 인류의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번데기는 그냥 먹으면서 밀웜은 왜 못 먹겠다고 했을까중국 여행에서 길거리 곤충 튀김 앞에 섰을 때, 솔직히 온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같이 간 일행이 "고소하다"며 먹어보라고 권했고, 눈 질끈 감고 한 입 물었습니다. 생각보다 바삭하고 나쁘지 않았는데, 그래도 많이는 못 먹겠더라고요. 그런데 어릴 ..
2045년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40%가 노인으로 채워집니다. 그 말은 욕창 환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피부가 오래 눌려 궤양이 생기는 욕창은, 세균 감염으로 번지면 목숨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질환인데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해결책이 거미줄에서 나왔습니다.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거미실크 단백질 대량 생산에 성공했고, 이걸 계기로 욕창 치료부터 신경 재생까지 생체모방 기술이 얼마나 넓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다시 보게 됐습니다.거미실크 단백질, 왜 지금 주목받는가거미실크 단백질은 거미줄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인공적으로 생산한 순수 단백질입니다. 강도 면에서는 방탄복 소재로 유명한 케블라(Kevl..
모래가 배터리가 될 수 있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핀란드 스타트업 폴라나이트 에너지가 최대 100MWh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상업용 모래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제주도 삼양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다가 이 뉴스를 떠올렸는데, 그 따뜻한 모래 온기가 그냥 묻혀버리는 게 아니라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는 발상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습니다.모래가 열을 오래 품는 이유가 뭘까요?이번 여름 제주도 삼양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을 했습니다. 온몸이 찌뿌둥하던 상태였는데, 검은 모래 속에 몸을 묻고 있으니 열기가 오랫동안 사그라들지 않더군요. 그냥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물리적으로 증명된 특성이었습니다.모래는 열전달 계수(Thermal Conductiv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