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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배터리가 될 수 있다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핀란드 스타트업 폴라나이트 에너지가 최대 100MWh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상업용 모래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습니다. 제주도 삼양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다가 이 뉴스를 떠올렸는데, 그 따뜻한 모래 온기가 그냥 묻혀버리는 게 아니라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는 발상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래가 열을 오래 품는 이유가 뭘까요?
이번 여름 제주도 삼양해수욕장에서 모래찜질을 했습니다. 온몸이 찌뿌둥하던 상태였는데, 검은 모래 속에 몸을 묻고 있으니 열기가 오랫동안 사그라들지 않더군요. 그냥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물리적으로 증명된 특성이었습니다.
모래는 열전달 계수(Thermal Conductivity)가 낮은 물질입니다. 여기서 열전달 계수란 어떤 물질이 열을 얼마나 잘 전달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값이 낮을수록 열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립니다. 쉽게 말해 한 번 달궈진 모래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몸으로 경험한 그 오래가는 온기가 바로 이 원리였던 겁니다.
폴라나이트 에너지가 이 특성에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들이 핀란드 남부 도시 포르나에 설치한 모래 배터리는 높이 13m, 폭 7m 규모로, 지역 전체가 일주일 동안 난방에 쓸 수 있는 열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출처: New Atlas). 뜨거운 모래사장이 배터리 설계의 출발점이 됐다는 사실이 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ESS가 왜 필요한지 아시나요?
모래 배터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ESS(Energy Storage System), 즉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ESS란 전력 수요가 적을 때 남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다시 꺼내 쓰는 시스템입니다. 밤 시간에 남는 전력이나 기상 조건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를 허투루 버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이 불규칙성입니다. 태양광은 흐린 날 발전량이 뚝 떨어지고, 풍력은 바람이 없으면 멈춥니다. 전력망은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맞아야 하는데, 이 균형이 무너지면 대규모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국가 에너지 수급 계획을 매년 수립하며 이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ESS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배터리 방식: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 방전 효율은 높지만 배터리 자체의 비용이 매우 높고, 다 쓴 배터리 처리가 환경 문제로 이어집니다.
- 비배터리 방식: 수소 연료전지, 양수 발전(위치 에너지 저장), 그리고 모래 배터리처럼 열에너지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합니다.
모래 배터리는 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모래에 저장하고, 이를 온수·난방에 직접 활용합니다. 전기를 전기로 되돌려 쓰는 것이 아니라 열로 쓰는 구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차이를 얼핏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저장 형태와 활용 목적이 전혀 달랐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남은 숙제, 모래가 풀 수 있을까요?
저는 평소 다 쓴 건전지 처리가 늘 찜찜했습니다. 한 번 모아뒀다가 어디 뒀는지 잊어버리고, 결국 그냥 버리게 되는 일이 반복됐거든요.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분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그래서 자연 소재를 활용한 에너지 저장 기술이 상용화됐다는 소식이 저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모래 배터리는 가동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며, 폴라나이트 에너지에 따르면 난방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출처: Polar Night Energy). 탄소 중립 목표를 세운 도시들에게는 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에너지를 전기로 만들고, 다시 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Energy Loss)이 두 차례 발생합니다. 여기서 에너지 손실이란 변환 단계마다 일부 에너지가 사용 불가능한 형태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10을 투입해도 최종적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는 4~6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의미 있는 이유는, 어차피 버려질 잉여 전력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손실이 있더라도 0보다는 낫다는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 기술이 당장 가정용 소형 배터리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 단위의 에너지 관리 방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래 배터리가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랑 다른 점이 뭔가요?
A.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바꿔 저장했다가 다시 전기로 꺼내 씁니다. 반면 모래 배터리는 전기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모래에 저장하고, 이 열을 난방이나 온수로 직접 활용합니다. 저장 형태도, 활용 목적도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입니다.
Q. 모래 배터리는 얼마나 오래 열을 저장할 수 있나요?
A. 핀란드 폴라나이트 에너지가 상용화한 모래 배터리는 지역 전체가 일주일 동안 난방에 쓸 수 있는 열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모래의 낮은 열전달 계수 덕분에 열 손실이 느려 장기 저장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Q. 신재생에너지를 ESS 없이 그냥 쓰면 안 되나요?
A. 신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합니다. 전력망은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맞아야 하는데, 이 균형이 무너지면 대규모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ESS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Q. 모래 배터리의 탄소 절감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되나요?
A. 폴라나이트 에너지에 따르면 모래 배터리를 난방에 활용할 경우 탄소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동 중 독성 물질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결론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 위에 누워서 온몸이 스르르 풀리던 그 감각이, 사실 물리학적으로도 납득이 가는 현상이었다는 걸 이 기사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모래가 열을 오래 품는 건 그냥 느낌이 아니었던 겁니다.
모래 배터리는 아직 도시 단위의 대형 인프라 수준이지만,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더 쌓이면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불규칙성을 보완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런 비배터리 방식 ESS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지켜볼 만합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폴라나이트 에너지의 행보를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