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나프타 대란과 탄소 활용 (나프타 분해, 올레핀, 지속가능 항공유)

발그레돌 2026. 8. 25. 22:28

목차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리터당 가격 숫자를 보며 한숨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란·미국 갈등 여파로 기름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요즘,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나프타(naphtha) 없이 올레핀(olefin)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로 항공유까지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연히 "언젠가 되겠지" 싶었던 기술이 이미 실험실 바깥에서 실증 단계를 밟고 있었으니까요.



    나프타 분해와 올레핀: 석유 없이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길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플라스틱이 나옵니다. 원유의 15~20%를 차지하는 나프타를 증류로 분리하고, 이걸 다시 고온에서 분해하면 에틸렌·프로필렌 같은 올레핀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올레핀이란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불포화 탄화수소로,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거의 모든 석유화학 제품의 출발점이 되는 기초 원료입니다. 제가 직접 플라스틱 원료의 생산 흐름을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페트병 하나에도 이렇게 긴 공정이 숨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문제는 기존 NCC(Naphtha Cracking Center) 공정입니다. NCC란 나프타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올레핀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를 말하는데, 이 공정에 필요한 온도가 850도 안팎입니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부담이 막대합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접촉 분해 연구실은 여기에 촉매(catalyst)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촉매란 자신은 소모되지 않으면서 화학 반응 속도를 높이거나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낮추는 물질입니다. 이 촉매를 활용해 분해 온도를 650~700도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200도가량 낮아진 셈인데, 공장 규모에서 이 차이는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량에서 상당한 격차로 이어집니다.

    연구팀은 석유 대체 탄소원 발굴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광양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고로 부생 가스(BFG, Blast Furnace Gas)를 원료로 올레핀을 만드는 실증이 대표적입니다. BFG란 용광로에서 철을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가스를 의미합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국내에서만 연간 약 300만 톤의 올레핀을 대체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습니다(출처: 한국화학연구원). 철강 공정의 폐기물 가스가 플라스틱 원료가 된다는 발상, 제 경험상 이런 식의 산업 간 연결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돌파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하나 주목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CO₂)와 수소를 반응시켜 액체 탄화수소를 직접 만드는 공정입니다. 기존 방식은 두 단계였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먼저 일산화탄소로 전환하고,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다시 탄화수소로 바꾸는 과정이었는데, 연구팀은 이 두 단계를 하나로 합쳐 300도에서 곧바로 액체 탄화수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프타 분해 온도의 절반도 안 되는 조건입니다. 제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산업 원료로 쓸 수 없을까 막연히 궁금해했던 게 이미 실험실에서 현실이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 기존 NCC 공정 분해 온도: 약 850도 → 촉매 적용 후 650~700도로 저감
    • 철강 부생 가스(BFG) 활용 시 연간 최대 300만 톤 올레핀 대체 가능
    • CO₂+수소 직접 반응 공정: 기존 800도 이상 → 300도로 온도 대폭 절감
    •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탄소원: 철강 부생 가스, 이산화탄소, 바이오가스
    요약: 촉매 기술로 나프타 분해 온도를 낮추고, 철강 부생 가스와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탄소원으로 활용해 석유 없이 올레핀을 만드는 연구가 실증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지속가능 항공유까지: 버려지는 탄소의 반전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항공권 가격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덩달아 뛰는 걸 보면서 "비행기는 뭘로 날길래 이렇게 민감하지" 싶었습니다. 항공유는 일반 자동차 연료보다 품질 기준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영하 40도 안팎의 고고도 환경에서도 결빙 없이 안정적으로 연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원유를 전혀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고품질 항공유를 정제해 수출하는 나라라는 사실이 묘하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동시에 원유 공급이 막히면 그 경쟁력 전체가 흔들린다는 게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찾은 답이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항공유의 원료가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라는 겁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가 미생물에 의해 혐기성 소화를 거치면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 기체 혼합물을 바이오가스(biogas)라고 부릅니다. 바이오가스란 유기물이 산소 없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가연성 기체로, 메탄이 주성분입니다.

    이 바이오가스를 그냥 내보내면 온실가스가 되지만, 붙잡아서 개질(reforming) 공정에 넣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개질이란 메탄에 열과 촉매를 가해 분자 구조를 바꾸는 과정으로, 이 공정을 거치면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섞인 합성 가스(syngas)가 만들어집니다. 합성 가스는 다시 피셔-트롭슈(Fischer-Tropsch) 반응을 통해 액체 탄화수소, 즉 항공유로 전환됩니다. 최종 생산물의 분자 구조와 성능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와 동일합니다. 다른 것은 단 하나, 원료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입니다. SAF란 바이오매스나 폐기물 같은 비화석 원료에서 생산한 항공유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항공 산업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으며, SAF 확대가 핵심 수단 중 하나로 제시되어 있습니다(출처: IATA FlyZero). 제 경험상 이런 국제 목표가 잡히면 관련 기술에 투자와 실증이 빠르게 따라붙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 실험실 유리병 안에 한 방울씩 모이고 있는 SAF가 그 흐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적인 장벽도 있습니다. CO₂와 수소를 반응시키는 공정은 수소 생산 비용이 높아 아직 경제성이 부족합니다. 수소 경제가 완성되더라도 기존 나프타 대비 약 두 배 수준의 비용이 예상된다는 연구진의 솔직한 전망도 있습니다. 제 경우엔 이런 기술을 볼 때 "지금 당장 쓸 수 있냐"보다 "방향이 맞냐"를 먼저 봅니다. 방향은 분명히 맞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폐기물 안에 남아 있는 탄소를 회수해 연료로 쓴다는 발상 자체가 탄소 순환의 실마리이기 때문입니다.

    요약: 음식물 쓰레기·가축 분뇨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를 합성 가스로 개질하고 피셔-트롭슈 반응을 거쳐 항공유와 동일한 성능의 지속가능 항공유(SAF)를 생산하는 기술이 실험실 실증 단계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프타(naphtha)가 뭔지 쉽게 설명해 주세요

    A. 원유를 증류 탱크에 넣고 온도별로 분리하면 단계마다 다른 물질이 나오는데, 그 중 비교적 낮은 온도 구간에서 뽑아낸 투명한 액체가 나프타입니다. 원유 전체에서 15~20% 비율을 차지하며, 플라스틱·합성섬유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올레핀을 만드는 출발 물질입니다. 휘발유와 성분이 비슷하지만 정제 목적이 달라 별도로 분류합니다.

     

    Q. 촉매를 쓰면 왜 에너지가 절약되나요?

    A. 촉매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장벽 자체를 낮춰줍니다. 쉽게 말해 원래 850도가 필요하던 반응을 650~700도에서도 일어나게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공장 규모에서 반응 온도가 150~200도 낮아지면 연료 투입량과 탄소 배출량 모두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납니다.

     

    Q. SAF(지속가능 항공유)가 기존 항공유랑 섞어 써도 되나요?

    A. 네, 그게 SAF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분자 구조가 기존 항공유와 동일하기 때문에 엔진이나 연료 라인을 바꾸지 않고도 일정 비율로 혼합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제 기준상 최대 50%까지 혼합이 허용되며, 100% SAF 사용을 위한 인증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Q. 이산화탄소로 나프타를 만드는 기술, 언제쯤 실용화될까요?

    A. 연구진 스스로도 수소 가격 문제가 해결되어야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기존 나프타 대비 약 두 배 비용이 예상됩니다. 수소 생산 단가가 본격적으로 내려가는 시점, 즉 수소 경제가 어느 정도 자리 잡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현실적인 상용화 시점으로 거론됩니다.

     

    Q. 철강 부생 가스(BFG)로 올레핀을 만들면 환경에도 좋은가요?

    A. 원래 대기 중으로 방출되거나 단순 연소 처리되던 가스를 포집해 원료로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탄소 재활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석유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 부담도 일부 완화할 수 있어 두 산업이 상호 이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국내 연간 약 300만 톤 올레핀 대체가 실현되면 그 환경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봅니다.

     

    결론

    기름값 오를 때마다 "우리나라에 유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몇 년 전 동해 가스전 뉴스에 살짝 기대를 걸었다가 조용히 사그라지는 걸 보면서 그런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지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원유가 없어도 탄소는 어디에나 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버려지는 철강 가스 안에도, 음식물 쓰레기 안에도, 심지어 공기 중 이산화탄소 안에도 탄소는 있습니다. 그 탄소를 붙잡아 쓰는 기술이 이미 실험실을 넘어 실증 단계에 와 있다는 것, 이게 저는 생각보다 훨씬 큰 변화의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소 가격 문제나 공정 비용 같은 현실적인 장벽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기술은 결국 따라옵니다. 이 연구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정책적 지원이 뒤따른다면 에너지 안보와 탄소 감축, 두 가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름값 걱정 없이 주유소를 지나치는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5C8PBGsk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