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남해 항구에 갈 때마다 한쪽에 쌓인 그물을 그냥 '어부의 일상 풍경'으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그 그물이 바닷속에서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은 채 물고기를 계속 잡아 죽인다는 걸, 부끄럽지만 최근에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만 연간 6.7만 톤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수거된 수중 쓰레기 중 90% 이상이 유실 어구라는 수치를 접했을 때는 꽤 오래 멍했습니다.유령 어업, 항구 풍경 뒤에 숨겨진 민낯제가 좋아하는 남해 몽돌해변에 다녀올 때면 늘 항구 쪽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고깃배들이 줄지어 있고, 햇볕 아래 생선이 늘어져 말려지고, 구석엔 그물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는 그 모습이 왠지 정겨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 그물 더미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습니다.고스트 피싱(Gh..
올봄 제주 삼호해수욕장 갯바위 틈에서 톳을 발견했을 때, 저는 그게 당연한 봄 풍경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알게 됐습니다. 그 톳이 사실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는 것을. 마라도 해녀들은 5년 전부터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10년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은 말 그대로 표정을 잃었다고 합니다. 제주 바다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갯바위에서 본 톳 한 줌, 사실은 경고였다제주도를 봄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탔고, 섭지코지에서 커피를 마셨고, 다음 날 숙소 근처 삼호해수욕장을 걸었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간 갯바위 구석에서 오동통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톳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자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은 꽤 묘한 감..
우리나라 꿀 생산량의 70% 이상이 아카시나무와 밤나무 단 두 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불안해졌습니다. 두 종류의 나무가 사라지면 국내 양봉 산업이 그대로 무너진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자생 식물이 있다는 걸, 저는 정전이 난 어느 여름 밤에 호롱불 얘기를 떠올리다가 처음 알게 됐습니다.밀원식물로서의 쉬나무,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습니다밀원(蜜源)이라는 단어, 처음 들으면 낯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꿀의 근원, 즉 꿀벌이 화밀(花蜜)을 수집하러 찾아오는 식물을 뜻합니다. 여기서 화밀이란 꽃에서 분비되는 당분이 풍부한 액체로, 꿀벌이 이걸 모아 가공하면 비로소 우리가 먹는 꿀이 됩니다. 출퇴근길에 봄이면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나..
아침마다 커피숍 앞에서 일회용 컵을 받아 들면서도 "이 정도야 뭐"라고 넘겼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루 동안 발생한 쓰레기를 직접 모아봤더니, 생각보다 선뜻 마주하기 불편한 양이 쌓였습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가 그저 환경 캠페인 문구인 줄만 알았는데, 직접 실험해보고 나서는 그 말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을 모으면, 도대체 이 양이 얼마일까?하루 1kg, 숫자로 실감한 폐기물의 무게환경부가 2019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이 하루 동안 배출하는 생활 폐기물(生活廢棄物)의 양은 약 0.92kg입니다. 여기서 생활 폐기물이란 가정이나 일상적인 활동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전반을 뜻하며, 산업 폐기물과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A4 용지 200..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람의 신체가 30~45일 만에 완전히 흙으로 분해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수목장이나 화장은 들어봤어도 인간 퇴비화라는 개념은 낯설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간도 유기체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바로 이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그 낯설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장례 방식, 저도 한 번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제가 대학생 때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명절마다 온 가족이 산에 올라 성묘를 했으니, 당연히 이번에도 묘를 만들겠거니 했습니다. 집 근처 야산에는 예전부터 묘가 드문드문 있었고, 그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으니까요.그런데 할머니는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
솔직히 저는 말벌의 천적이 새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꽃밭에서 장수말벌이 꿀벌을 공격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뒤로 '저 녀석들을 어떻게 막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는데, 그 고민을 자연이 이미 해결해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벌매라는 새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땅벌 미행, 벌매는 어떻게 둥지를 찾아낼까요?처음 벌매의 사냥 방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개구리 사체를 미끼로 놓아 땅벌을 유인한 뒤, 먹이를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땅벌을 그대로 미행해 둥지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사냥 도구도 아니고 후각도 아닌, 순전히 '관찰력'과 '인내심'으로 먹잇감을 찾아내는 방식이었습니다.땅벌은 지하에 은밀하게 집을 짓기 때문에 위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