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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의 변화,톳 (생태계 이상, 수온 상승, 해조류 소멸)

발그레돌 2026. 7. 30. 16:10

목차


    올봄 제주 삼호해수욕장 갯바위 틈에서 톳을 발견했을 때, 저는 그게 당연한 봄 풍경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알게 됐습니다. 그 톳이 사실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는 것을. 마라도 해녀들은 5년 전부터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10년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은 말 그대로 표정을 잃었다고 합니다. 제주 바다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톳 채취 장면]



    갯바위에서 본 톳 한 줌, 사실은 경고였다

    제주도를 봄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탔고, 섭지코지에서 커피를 마셨고, 다음 날 숙소 근처 삼호해수욕장을 걸었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간 갯바위 구석에서 오동통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톳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자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은 꽤 묘한 감정을 줍니다. 따먹어도 될까 잠깐 고민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돌아와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마라도와 제주 본섬 조간대를 10년째 연구해온 전문가에 따르면, 2017~2018년까지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넓게 펼쳐져 있던 톳 군락이 불과 2~3년 사이에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조간대(潮間帶)란 만조와 간조 사이의 해안 구간으로, 해양생물 종이 가장 밀집된 지대입니다. 지금 남은 톳은 바위 틈 그늘에 겨우 숨어있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봤던 그 톳이 흔한 풍경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있는 게 신기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같은 시기 마라도의 감태 군락도 사라졌고, 미역은 10년 전 이미 자취를 감췄습니다. 감태는 키가 수 미터에 달하는 대형 갈조류인데, 수십 종의 해양생물이 먹이와 은신처를 의존하는 바다 숲입니다. 그 숲이 없어지자 성게는 바위틈에 숨었고, 성게를 따라 해녀들은 숨바꼭질을 해야 했습니다.

    • 마라도 해녀 수: 수십 명 → 현재 단 7명으로 감소
    • 마라도 감태: 군락지 대부분 소멸, 미역은 10년 전 자취를 감춤
    • 제주 조간대 톳: 2017~18년 대규모 군락 → 2~3년 만에 대부분 소실
    • 모자반 군락: 제주 전역 → 현재 북촌리 일대만 명맥 유지
    요약: 봄에 삼호해수욕장에서 본 톳 한 줌은 흔한 풍경이 아니었고, 제주 조간대의 해조류 군락은 불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온이 2도 오르는 사이, 바다는 완전히 다른 곳이 됐다

    인간 체온이 1도만 오르내려도 몸이 신호를 보냅니다. 열이 나거나 오한이 오거나, 분명 뭔가 달라졌다는 경보입니다. 바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주변 해역의 수온은 지난 36년간 평균 2도가 올랐습니다. 특히 겨울철 수온은 같은 기간 3.6도나 상승했습니다. 한반도 바다 전체로 보면 최근 52년간 평균 1.25도가 올랐다고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연구 결과가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실감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수치는 와 닿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 생각하면 됩니다. 수온이 올라 겨울에도 1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되자, 저온에서만 잘 자라는 미역·모자반·감태가 자랄 시간을 잃었습니다. 반면 아열대 지표종인 큰 갈파래가 창궐했습니다. 큰 갈파래는 아열대 기후에서 흔한 해조류로, 30도의 고수온에서도 죽지 않고 성장을 이어가는 종입니다. 쉽게 말해 원래 여름에만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던 것이 이제는 1년 내내 제주 연안을 덮고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진행한 수조 실험에서 수온을 매일 0.3도씩 올리자, 실험 6일 만에 미역에 심각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거품돌산호는 수온이 한참 더 올라갈 때까지 살아남았습니다. 백화 현상(白化現象)이라는 개념도 이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백화 현상이란 해조류가 사라진 갯바위에 강한 햇빛이 직접 닿으면서 홍조류가 하얗게 탈색되고, 결국 돌만 남게 되는 현상입니다. 마라도와 서귀포 보목 일대에서 이미 진행 중입니다.

    제주도 기온은 지난 58년간 1.7도 올랐습니다. 세계 평균보다 가파릅니다(출처: 기상청). 바다가 바뀌면 육상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이 단순한 경고가 아닌 이유입니다.

    요약: 제주 바다 수온은 36년간 2도, 겨울철 수온은 3.6도 올랐고, 이 변화가 한류성 해조류의 소멸과 아열대 생물종의 확산을 동시에 만들어냈습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일은 반드시 북쪽으로 간다

    제주 바다에서 사라진 자리돔이 지금 부산 앞바다에 정착하고 있습니다. 30년 전 다이빙을 시작한 전문가가 70~80년대에는 없던 자리돔이 부산항 안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주에서 독도까지 올라가는 난류가 뜨거워지면서, 아열대 어종의 서식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습니다. 독도 해역에서도 제주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자리돔 집단이 확인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문섬 앞바다에는 거품돌산호가 빠르게 감태 군락지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거품돌산호는 열대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산호류로, 딱딱한 몸체를 가진 산호입니다. 해조류가 자라야 할 바위 공간을 이 산호가 덮어버리면, 소라·전복처럼 해조류를 먹고 사는 생물들이 대량 폐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주대학교 연구팀은 10년 안에 제주 바다 감태의 50%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지구는 지금 열이 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열이 나면 몸이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찾으려 하듯, 바다도 아열대 종을 들이고 한류성 생물을 밀어내며 스스로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생물들이 진화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라는 것입니다. 유절 산호말이 사라지면 탄소를 흡수할 해조류가 줄고, 그러면 기후 변화가 더 빨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유절 산호말이란 갯바위에 부착해 자라는 홍조류의 일종으로, 분홍빛 색을 띠며 다른 해조류의 서식 기반이 되는 생물입니다.

    지난 20년간 상상 못 할 변화가 있었다면, 앞으로의 20년은 그보다 훨씬 빠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분야 연구자들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반드시 남해안, 동해안, 서해안으로 이어집니다.

    요약: 제주 바다의 생태계 변화는 이미 부산과 독도까지 확산 중이며, 아열대화 속도가 생물의 적응 속도를 앞질러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주 바다 수온이 오른 게 정말 그렇게 심각한 건가요?

    A. 36년 동안 평균 2도, 겨울철은 3.6도가 올랐습니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바다 생태계 기준으로는 완전히 다른 환경입니다. 저온에서 자라는 미역·감태·모자반이 사라지고, 30도에서도 살아남는 아열대 종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Q. 해조류가 사라지면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이 있나요?

    A. 있습니다. 성게·소라·전복의 먹이가 없어지면서 수확량이 줄고, 해녀들의 소득도 함께 줄고 있습니다. 우뭇가사리 수확 기간은 이미 절반으로 단축됐습니다. 해조류는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사라지면 기후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Q. 큰 갈파래를 사람이 제거하면 안 되나요?

    A. 시도는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한 해 사람이 제거할 수 있는 양은 50~100톤 수준인데, 실제로 번식하는 양은 1,000톤이 넘습니다. 게다가 큰 갈파래는 겉이 말라 죽은 것처럼 보여도 안쪽은 살아있어서, 물을 만나면 다시 성장합니다. 사람의 힘으로 자연을 이기기 어렵다는 걸 현장에서 절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이 변화가 제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제주는 한반도 바다 변화의 최전선입니다. 자리돔 같은 아열대 어종이 부산 연안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독도에서도 제주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자리돔 집단이 확인됐습니다. 연구자들은 제주에서 시작된 변화가 반드시 남해안·동해안·서해안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론

    삼호해수욕장 갯바위에서 톳을 발견했을 때, 저는 그냥 봄 바다가 살아있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흔하지 않은 장면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그 순간이 다르게 기억됩니다. 한때 밭처럼 넘쳐났던 톳, 숲을 이루던 감태와 모자반이 불과 3~5년 만에 사라지고 있다는 건 분명히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지구가 열이 나고 있고, 바다가 그 온도를 먼저 흡수하고 있습니다. 생물들은 그 변화에 적응하거나 사라지거나 북상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의 이야기가 먼 곳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지금 우리가 먹는 성게알과 소라와 자리회가 어디서 오는지 한 번쯤 떠올려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뭔가를 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속도로 망가질 수 있다고, 현장의 연구자와 해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9F_o51B6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