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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람의 신체가 30~45일 만에 완전히 흙으로 분해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수목장이나 화장은 들어봤어도 인간 퇴비화라는 개념은 낯설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간도 유기체이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바로 이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그 낯설고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장례 방식, 저도 한 번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적부터 명절마다 온 가족이 산에 올라 성묘를 했으니, 당연히 이번에도 묘를 만들겠거니 했습니다. 집 근처 야산에는 예전부터 묘가 드문드문 있었고, 그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할머니는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화장 후 유골함은 전주에 있는 추모관에 안치됐고, 지금도 명절이면 그곳으로 할머니를 뵈러 갑니다. 처음엔 작은 유골함 안에 할머니가 계시다는 게 낯설고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건 실용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좁은 국토에 돌아가신 분들을 전부 매장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기는 한 건지, 또 누가 매년 벌초를 하고 묘를 관리할 것인지 생각하면 화장 문화가 정착된 게 오히려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사망자 약 37만 명 중 화장 비율은 91%에 달합니다(출처: 통계청). 2001년 38%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0년 만에 장례 문화가 완전히 바뀐 셈이죠. 매장(埋葬), 즉 시신을 땅에 묻는 방식은 수천 년간 인류가 가장 보편적으로 써온 방법이었지만, 그 방식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경장례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
화장이 대세가 됐다고 해서 환경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닙니다. 화장 과정에서는 고온의 화로가 필요하고, 시신 한 구를 화장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200kg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중형 가솔린 차량이 약 1,000km, 한 달 정도 운행할 때 내뿜는 양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만 연간 30만 건 이상의 화장이 이뤄지고 있으니, 그 누적량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매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방부처리(embalming) 과정, 즉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 물질을 주입하는 작업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이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매장이 실제로는 자연을 오염시키는 역설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친환경 장례, 즉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자연 순환의 원리를 활용하는 장례 방식들이 점점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수목장(樹木葬), 다시 말해 화장한 유골을 나무 아래 묻어 나무의 양분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 그 한 예이고, 인간 퇴비화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방식입니다.
- 화장: 이산화탄소·유해 가스 다량 배출, 시신 1구당 약 200kg CO₂ 발생
- 매장: 묘지 공간 부족, 방부처리 화학 물질로 인한 토양·지하수 오염 우려
- 수목장: 화장 후 유골을 나무 아래 안치, 자연 순환에 가까운 방식
- 인간 퇴비화: 시신을 유기물로 완전 분해해 흙으로 되돌리는 방식
인간 퇴비화,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가
2019년 미국 워싱턴주는 세계 최초로 자연유기환원(Natural Organic Reduction, NOR) 방식의 장례를 합법화했습니다. 여기서 자연유기환원이란 시신을 미생물 분해 원리에 따라 토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후 뉴욕주, 콜로라도주 등 총 여섯 개 주로 확산됐습니다(출처: Recompose, 인간 퇴비화 전문 장례 기업).
절차는 이렇습니다. 먼저 사망자의 시신을 작은 관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짚, 톱밥, 알팔파처럼 분해를 돕는 유기물을 덮습니다. 이 상태로 강철 컨테이너 안에 넣은 뒤 습도, 온도, 산소 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면 약 30~45일 후 시신이 완전히 분해되어 검고 고운 흙, 즉 부엽토(humus)로 변환됩니다. 부엽토란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만들어진 안정적인 토양 성분으로, 식물 성장에 매우 유리한 물질입니다.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흙의 양은 약 800kg에서 1톤 정도입니다. 유족은 이 흙을 직접 받아 나무를 심거나 정원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암 투병 중 36세에 세상을 떠난 앤드류 암스트롱의 어머니는 아들로부터 받은 흙 일부를 집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동네 뒷산에 뿌렸습니다. 아들을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지, 기억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었죠.
비용 면에서도 인간 퇴비화는 미국 장의사 협회 기준 평균 약 5,000달러(약 670만 원)로, 매장 평균 8,000달러(약 1,080만 원)나 화장 평균 7,000달러(약 940만 원)보다 낮습니다. 이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분들에게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찝찝한 마음, 그리고 조심스러운 기대
제가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 찝찝했습니다. 유기체인 인간이 흙으로 돌아간다는 원리는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그 흙으로 무언가를 경작한다고 생각하니 선뜻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제가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추모하는 문화적 감각이 몸에 깊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계 일부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근거로 강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인간은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 기억되고 경건하게 소멸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시각이죠. 저도 이 시각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장례식은 단지 시신을 처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이 감정을 정리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의식이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지금의 장례 방식이 완벽한 것도 아닌데, 그저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방식을 거부하는 건 아닐까 하고요. 한국에서는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고 문화적으로도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불과 20년 전에도 화장 비율이 38%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장례 문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퇴비화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거칠게 느껴진다면, '녹색장'이나 '자연환원장'처럼 달리 불러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름 하나가 인식을 얼마나 바꾸는지, 화장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비슷한 거부감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낯설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간 퇴비화는 한국에서도 할 수 있나요?
A. 현재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국내 장사법상 장례 방법은 매장, 화장, 자연장(수목장 포함)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인간 퇴비화 방식이 도입되려면 별도의 입법 과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Q. 인간 퇴비화를 하면 나온 흙을 텃밭에 써도 되나요?
A. 미국에서 시행 중인 자연유기환원 방식의 경우, 완성된 부엽토는 병원체가 없는 안전한 토양으로 처리됩니다. 다만 이를 식용 작물 재배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문화적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족은 나무를 심거나 자연에 뿌리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Q. 수목장이랑 인간 퇴비화는 뭐가 다른가요?
A.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 가루를 나무 아래 묻는 방식으로, 화장이라는 과정을 먼저 거칩니다. 반면 인간 퇴비화는 화장 없이 시신 자체를 유기물과 함께 분해해 흙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화장 과정이 생략되므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훨씬 적고, 시신이 직접 토양으로 환원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Q. 인간 퇴비화가 정말 화장보다 친환경적인가요?
A. 화장 시 시신 한 구당 약 20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반면, 인간 퇴비화 과정에서는 이 배출량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방부처리에 사용되는 포름알데히드 같은 화학 물질도 사용하지 않아 토양 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습니다. 다만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 등을 포함한 전 주기 환경 영향 분석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결론
제 경험상 죽음에 대해 직접 생각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장례를 겪고 나서, 그리고 인간 퇴비화라는 방식을 알게 되면서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장례란 결국 살아있는 사람들이 감정을 정리하는 의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던 이 땅에 무언가를 돌려주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평생 땅에서 먹고 살아온 우리가 죽어서도 땅에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다면, 그게 꼭 나쁜 방향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인간 퇴비화가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 방식이 던지는 질문만큼은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자연장이나 친환경 장례 관련 국내 논의를 조금 더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