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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남해 항구에 갈 때마다 한쪽에 쌓인 그물을 그냥 '어부의 일상 풍경'으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그 그물이 바닷속에서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은 채 물고기를 계속 잡아 죽인다는 걸, 부끄럽지만 최근에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만 연간 6.7만 톤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수거된 수중 쓰레기 중 90% 이상이 유실 어구라는 수치를 접했을 때는 꽤 오래 멍했습니다.

유령 어업, 항구 풍경 뒤에 숨겨진 민낯
제가 좋아하는 남해 몽돌해변에 다녀올 때면 늘 항구 쪽을 한 바퀴 돌아봅니다. 고깃배들이 줄지어 있고, 햇볕 아래 생선이 늘어져 말려지고, 구석엔 그물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는 그 모습이 왠지 정겨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 그물 더미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고스트 피싱(Ghost Fishing), 우리말로 유령 어업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바닷속에 유실되거나 버려진 어구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입니다. 그물 안에 걸린 물고기가 썩으면 그 냄새를 맡고 또 다른 어종이 모여들고, 그 어종도 갇혀 죽고, 그 썩은 냄새에 또 다른 생물이 오는 악순환이 나일론 어구가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 동안 이어집니다.
매년 이로 인해 죽는 해양 생물이 35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고, 경제적 피해는 연간 수산물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3,500억 원에 달합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한 광고에서 그물을 몸에 감은 채 헤엄치는 거북이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어업인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어구 사용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변화무쌍한 바다에서 어구를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잃어버렸을 때 자연적으로 분해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 처음엔 너무 단순한 발상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미 그런 소재가 개발돼 있었습니다.
- 국내 연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 약 6.7만 톤
- 수거된 수중 쓰레기 중 유실 어구 비율: 90% 이상
- 유령 어업으로 인한 연간 해양 생물 피해: 350만 마리 이상
- 연간 경제적 피해 추정액: 약 3,500억 원
폐어구 피해를 끊는 실마리, 생분해 어구
국립수산과학원이 2002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07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것이 바로 생분해 어구입니다. 생분해 어구란 생분해성 고분자 수지로 만들어진 어구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미생물과 균주 등이 어구를 분해해서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만 남기는, 자연계에 100% 되돌아가는 소재로 만든 그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나일론 어구와 비슷한 물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중뿐 아니라 공기 중에서도 온습도, 자외선 등에 의해 분해가 시작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실제로 2년 정도 경과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눈에 띄게 진행되고, 3년 이후부터는 어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분해 속도를 제어하는 기술이 이 어구의 핵심인데, 어업 현장에서 실제로 쓰는 기간 동안은 성능을 유지하고 유실 이후엔 자연 분해가 시작되도록 설계된 것이죠.
저는 처음에 생분해 어구의 어획 성능이 나일론보다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꽃게 자망 비교 데이터를 보면 생분해 어구를 사용했을 때 꽃게 어획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원하지 않는 다른 어종이 함께 잡히는 혼획률은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혼획(混獲)이란 목표로 하지 않은 어종이 함께 잡히는 것을 뜻하는데, 이 비율이 낮아진다는 건 자원 낭비와 생태계 교란을 동시에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경상북도 울진에서 대게 자망 어업을 하는 어업인의 경우, 생분해 어구는 탄성이 나일론보다 낮아 대게가 다리로 그물을 단단히 움켜쥐는 정도가 덜해 그물에서 분리하는 작업 시간도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작업 효율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점은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실제로 어떻게 보급받나, 신청 방법 정리
생분해 어구의 필요성은 공감한다고 해도, 막상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는지 모른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고요. 일반 어구처럼 마트나 수협 매장에 바로 진열돼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생분해 어구는 보관 중에도 온습도와 자외선에 의해 분해가 시작될 수 있어, 재고를 쌓아두는 방식이 아닌 주문 제작 방식으로 공급됩니다. 1년에 4차례 모집 공고를 통해 어업인들의 신청을 받아 일괄 제작에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지자체마다, 어구 종류마다 공고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거주 지역 시군 홈페이지나 어촌계·조합 공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보급 절차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자체가 선정 사업자를 조합·법인에 공지하면 어업인이 수량과 비용을 신청해 구입 신청을 완료하고, 조합이 이를 수협중앙회에 납품 요청하면 수협중앙회가 공급업체에 발주합니다. 어구가 제작되면 지자체를 통해 어업인에게 납품되는 방식입니다. 발주부터 납품까지는 보통 한두 달이 소요됩니다.
가격 면에서는 기존 나일론 어구 가격의 90% 수준이지만, 국비 지원과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지면 실제 자부담 비율은 더 낮아집니다. "환경에 좋은 건 비싸다"는 인식과 달리, 제 경험상 이런 공공 보조가 붙은 친환경 전환 사업은 생각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TF팀을 꾸려 보급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니, 앞으로 접근성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생분해 어구, 사용 중에 갑자기 분해되는 거 아닌가요?
A. 이 부분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분해 속도를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입니다. 실제 어업에 사용하는 기간 동안은 나일론 어구와 유사한 내구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됩니다. 수중에 유실된 뒤 2년 이상 경과하면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본격화되고, 3년 이후부터 어구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Q. 생분해 어구를 쓰면 고기가 덜 잡히지 않나요?
A. 나일론 어구보다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꽃게 자망 비교 데이터를 보면 꽃게 어획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혼획률은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어종이나 어업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모든 경우에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생분해 어구는 어디서 신청할 수 있나요?
A. 거주 지역 시군 지자체 홈페이지나 어촌계·조합을 통해 공고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연 4회 모집 공고가 나오고 어구 종류에 따라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확인하거나 조합에 문의하는 것을 권합니다. 발주부터 납품까지 한두 달이 걸리므로 조업 시기를 역산해서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고스트 피싱 피해가 그렇게 크면 왜 진작에 나일론 어구를 금지하지 않나요?
A. 어업인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금지보다는 대안을 먼저 충분히 보급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분해 어구의 품질과 공급 체계가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만 앞세우면 어업 현장의 혼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보급 확대와 품질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결론
남해 항구에서 쌓인 그물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쳤던 제가, 이제는 그 그물의 소재가 나일론인지 생분해 수지인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인식의 전환이지만, 이런 전환이 쌓여야 유령 어업 문제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생분해 어구가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만능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급 체계나 가격 지원이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고, 어종마다 맞는 어구 유형도 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나일론 어구가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더라도 방향은 옳다고 정리됩니다. 어업인이라면 지역 조합을 통해 보급 공고를 한 번쯤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