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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실종 (꿀벌 감소, 화분매개, 밀원식물)

발그레돌 2026. 7. 19. 09:25

목차


    봄꽃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꿀벌이 날아들면 귀찮다고 손을 내젓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귀찮은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꿀벌이 담당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에만 국내에서 최소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꿀이 없어진 게 아니라, 우리 밥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꿀벌이 꽃에 앉아 꿀을 모으고 있는 모습]



    꿀벌이 사라진다는 게 왜 밥상 문제일까

    몇 년 전 구례 벚꽃 축제에 갔을 때 일입니다. 활짝 핀 벚꽃 가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꿀벌들이 자꾸 날아들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좀 무섭고 귀찮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해가 갈수록 봄꽃 주변에서 꿀벌을 보는 일 자체가 드물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꿀벌은 단순히 꿀을 만드는 곤충이 아닙니다. 화분매개(花粉媒介), 즉 꽃가루를 꽃에서 꽃으로 옮겨 열매가 맺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화분매개란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닿아 수정이 일어나도록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꿀벌 한 마리가 하루에 수천 송이의 꽃을 돌아다니며 이 작업을 합니다.

    전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종의 수분을 꿀벌이 담당하고 있습니다(출처: FAO 유엔식량농업기구). 우리가 여름에 먹는 수박, 참외, 복숭아, 봄에 먹는 딸기 같은 작물들이 꿀벌 없이는 제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봄철에는 나비나 파리 같은 다른 화분매개 곤충이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 않아 꿀벌이 사실상 유일한 수분 담당입니다. 그러니 꿀벌 실종은 꿀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 생산 자체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요약: 꿀벌은 전 세계 주요 작물 71종의 화분매개를 담당하는 농업의 핵심 파트너로, 실종은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집니다.

     

    141억 마리 꿀벌 감소, 범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양봉을 하는 친구에게 매년 꿀 두 통씩 사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전화를 했더니 "요즘 수확이 시원찮아서 팔 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막연하게 느끼던 환경 변화가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정부는 꿀벌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응애(varroa mite)를 지목했습니다. 응애란 꿀벌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벌의 체액을 빨아먹고 바이러스를 옮겨 벌통 전체를 무너뜨리는 해충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응애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서식지 감소, 그리고 기후변화까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40년 넘게 양봉을 해온 농가에서는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한다고 했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예전엔 남쪽에서 북쪽으로 한 달에 걸쳐 순서대로 피었는데, 지금은 전국이 거의 동시에 반짝 폈다 집니다. 벌들이 남에서 북으로 꽃을 따라 차곡차곡 꿀을 모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사라진 겁니다.

    여기에 밀원식물(蜜源植物)의 감소도 심각합니다. 밀원식물이란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채취할 수 있는 식물을 말합니다. 지난 50년간 국내 밀원식물 서식지가 제주도 두 개 면적만큼 줄었습니다. 벌들이 돌아갈 꽃밭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 응애(varroa mite): 벌에 기생하는 진드기로 바이러스 전파
    •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 꿀벌의 신경계와 귀소 본능을 교란
    • 기후변화: 개화 시기 동시화로 꿀벌의 채밀 기간 급격히 단축
    • 밀원식물 감소: 50년간 제주도 두 배 면적의 서식지 소멸
    요약: 꿀벌 감소는 응애, 농약, 기후변화, 밀원식물 감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입니다.

     

    밀원식물을 늘리는 것, 생각보다 멀고 가까운 이야기

    꿀벌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사람이 붓으로 꽃마다 꽃가루를 발라주거나, 총처럼 생긴 기구로 꽃가루를 쏘거나, 드론으로 꽃가루 탄물을 뿌리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 장면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그러나 꿀벌 한 마리가 하루 3,000송이를 돌아다니는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인건비를 감안하면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해법이 바로 밀원식물을 늘리는 것입니다.

    건강한 꿀벌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약 30만 헥타르의 밀원식물 면적이 필요한데, 현재 속도라면 40년이 걸립니다. 빈번한 산불과 이상기후를 고려하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멸종위기종 지정 법령에 곤충이 포함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뒤영벌에 어류(fish)의 법적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뒤영벌이 어류라는 말이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제도적 보호의 공백을 메우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출처: 미국 환경보호청(EPA) 화분매개 보호 정책).

    네덜란드는 2018년부터 버스 정류장 지붕에 꿀벌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300개가 넘는 꿀벌 정류장이 운영 중이고, 최근 몇 년간 꿀벌 개체 수 감소세가 멈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창한 정책만이 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요약: 꿀벌 생태계 회복의 핵심은 밀원식물 확대이며, 해외에서는 이미 제도와 일상 양쪽에서 실질적인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꿀벌 실종 사태는 2006년 미국에서 처음 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으로 보고된 이후 전 세계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군집붕괴현상이란 일벌들이 갑자기 벌통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면서 군집 전체가 무너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원인조차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채 17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건 양봉 농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꽃가루를 옮기는 이 행동만으로 국내에서 연간 약 6조 원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양봉업자를 넘어 과수농가, 채소밭, 그리고 소비자 밥상까지 직격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집 화단에 꿀벌이 좋아하는 꽃을 심는 것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국내에 꿀벌이 즐겨 찾는 밀원식물은 약 250종에 달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꽃 피는 시기가 다양합니다. 되도록 여러 종류를 함께 심으면 꿀벌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꿀을 얻을 수 있습니다. 5월 20일은 세계 벌의 날로, 이 날을 계기로 우리 주변의 작은 녹지에 밀원식물 한 그루를 심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요약: 군집붕괴현상은 전 지구적 문제이며, 밀원식물 심기처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꿀벌 보호의 시작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꿀벌이 사라지면 정말 식량 문제가 생기나요?

    A. 네, 실제로 그렇습니다. 꿀벌은 전 세계 100대 작물 중 71종의 수분을 담당합니다. 수박, 참외, 딸기, 복숭아처럼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과 채소 대부분이 꿀벌의 화분매개 없이는 제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꿀벌이 없어지면 드론이나 인력으로 일일이 수분 작업을 해야 하는데, 비용과 속도 면에서 꿀벌을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Q. 꿀벌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

    A. 단일 원인이 아닙니다. 응애(varroa mite) 같은 기생 해충,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 밀원식물 감소, 그리고 기후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전국이 동시에 꽃이 피었다 지면서, 꿀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변화입니다.

     

    Q. 집 화단에 꽃을 심는 게 꿀벌한테 진짜 도움이 되나요?

    A. 전문가들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꿀벌은 꽃이 있으면 찾아오게 마련이고, 밀원식물이 많을수록 먹이가 늘어납니다. 중요한 건 다양한 종류를 함께 심는 것입니다. 국내 꿀벌이 즐겨 찾는 밀원식물은 약 250종이며 꽃 피는 시기도 각각 달라서, 여러 종을 심으면 꿀벌이 봄부터 가을까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먹이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뒤영벌로 꿀벌을 대체할 수는 없나요?

    A. 뒤영벌은 시설 재배 등 일부 환경에서 활용되지만, 꿀벌의 완전한 대체재는 되지 못합니다. 뒤영벌은 꽃을 씹어버리는 방식으로 꿀을 채취하는 경우가 있어 과실 품질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대량 사육이 꿀벌만큼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기르기 쉽고 수분 효율도 높은 꿀벌이 농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최적의 파트너입니다.

    결론

    구례에서 꿀벌을 귀찮아하던 제가, 이제는 봄꽃 앞에서 꿀벌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괜히 쓸쓸해집니다. 꿀벌 실종은 양봉 농가의 문제도, 한 나라의 문제도 아닙니다. 화분매개 곤충 없이는 작물이 열리지 않고, 작물이 없으면 우리 식탁이 흔들립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일을 할 수 없더라도, 베란다 한켠에 밀원식물 화분 하나를 놓아두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은 결국 우리가 살기 좋은 환경과 다르지 않습니다.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8FWHf27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