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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계곡에 가면 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습니다. 투명한 망 안에서 파닥거리는 작은 물고기들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때는 그 물고기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지구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종의 생물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가 크면 그 펭귄을 볼 수 없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선뜻 "아니야"라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멸종위기종이 사라지는 속도,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학자들은 대략 1,400만 종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180만여 종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매일 수십 종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속도가 계속된다면 2050년까지 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단순히 종의 숫자가 많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전자·종·생태계라는 세 가지 층위에서 생명 현상 전체가 다양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한 종을 이루는 개체들이 각자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야 그 종이 환경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개인이 곧 한 종을 대표하지 않는 것처럼, 종의 다양성은 유전자의 총합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낙동강 수계 일부 하천에만 서식하는 꼬치동자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도심 하천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이 작은 물고기는, 무분별한 하천 정비와 수질 오염으로 서식지를 잃으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결국 2005년 천연기념물,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꼬치동자개의 인공 증식과 자연 방류를 통해 복원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방류 개체에 PIT태그(Passive Integrated Transponder)를 삽입합니다. 이 무선 개체 식별 장치는 방류 이후 개체별로 생존율, 성장 속도, 서식 범위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생태 모니터링 도구입니다.
제비도 마찬가지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던 여름 철새였지만, 지금은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지정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 중 하나로 관리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전문가들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과 2017년 불과 3년 사이에 관찰된 개체수가 20마리 이상 줄었고, 콘크리트 건물의 확산과 살충제 과다 사용으로 둥지 공간도, 먹잇감인 곤충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비가 줄었다는 것은 결국 그 아래 먹이사슬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 꼬치동자개: 낙동강 수계 한정 서식,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지정
- 제비: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지정, 3년 새 관찰 개체수 20마리 이상 감소
- 구상나무: 한라산 개체군 1988년 이후 약 34% 감소, 2011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종 지정
- 양서류: 3억 5천만 년을 버텨온 종이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인 불명의 급격한 감소 진행 중

생태계복원,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들
어릴 때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단순히 규제가 강화된 것 이상의 변화가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때는 물이 맑았고, 돌 밑에 무언가가 살아있다는 게 당연했습니다. 지금은 그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수치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실입니다. 1970년부터 2006년까지 36년 사이 지구 생물의 31%가 사라졌다는 통계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생태계복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국립생태원 취약생태계연구팀은 구상나무를 대상으로 배아줄기세포(Somatic Embryogenesis) 배양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아줄기세포 배양이란 식물의 씨앗에서 배아를 추출한 뒤, 이를 캘러스(Callus) 세포로 발전시켜 완전한 식물체로 재생하는 기술입니다. 캘러스란 식물이 상처를 입었을 때 상처 부위에서 생성되는 미분화 세포 덩어리로, 조건이 갖춰지면 뿌리, 줄기, 잎 등 어떤 기관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전형성능(Totipotency)을 가집니다. 2015년 시작된 이 연구는 2020년 결실을 맺었고, 향후 산림청의 씨드볼트(Seed Vault) 보전 및 방사선 종자 개량 등에 활용될 예정입니다(출처: 국립생태원).
논 습지와 둠벙의 생태적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둠벙은 논에 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소형 인공습지로, 수서 무척추동물이 131종 이상 서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둠벙이 있는 논은 없는 논에 비해 수서 무척추동물이 무려 27배 더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의 수치였습니다. 작은 웅덩이 하나가 우포늪에 버금가는 생물 다양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생태계 보전이 반드시 대규모 사업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나사가 하나씩 빠지면 언젠가 큰 사고가 난다는 비유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각각의 생물종은 생태계라는 자동차에서 저마다 다른 나사입니다.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것은 자연의 섭리겠지만, 사람의 개발과 기후 변화로 인위적으로 특정 종의 나사가 뽑혀 나가는 속도는 생태계가 자체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그 한계점을 이미 넘어선 뒤에야 사람들이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생물다양성이 왜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하나요?
A. 우리가 먹는 음식, 입는 옷, 복용하는 의약품의 원료 대부분이 생물에서 유래합니다. 생물다양성이 무너지면 이러한 자원 공급 기반 자체가 흔들립니다. 더 나아가 특정 종이 사라지면 그 종이 담당하던 생태계 기능—수분 매개, 해충 억제, 토양 정화 등—도 함께 사라져 연쇄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꼬치동자개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꼬치동자개는 우리나라 낙동강 수계의 일부 하천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에서 만나기는 매우 어렵고, 현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인공 증식과 방류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방류 지점은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외진 하천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관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Q. 제비가 줄어드는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A.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 처마가 없는 콘크리트 건물 확산으로 둥지 공간이 사라진 것, 둘째, 살충제 과다 사용으로 주요 먹잇감인 곤충이 급감한 것, 셋째, 기후 변화로 인해 이동 경로와 월동지 환경이 달라진 것입니다. 지오로케이터(Geolocator) 연구를 통해 이동 경로와 월동지 환경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단일 원인은 특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Q. 구상나무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나무인가요?
A. 맞습니다. 구상나무(Abies koreana)는 한반도 남부 고산지대에만 자생하는 한국 고유종입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한라산에서 반출된 종자가 해외에서 품종 개량되어 크리스마스트리로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정작 원산지인 한국에서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한라산 개체군이 1988년 이후 약 34% 감소하는 등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결론
지금 우리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것들이 어느 순간 귀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던 기억이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듯이, 봄마다 돌아오는 제비, 지리산 능선의 구상나무, 맑은 하천의 꼬치동자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끼는 순간, 변화는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생물다양성 붕괴를 그냥 운이 없어서 생긴 일로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자연이 보내는 누적된 경고입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논 둠벙 하나를 살리는 작은 실천이 수서 무척추동물 27배의 차이를 만들어냈듯이, 관심 자체가 이미 보전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