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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자라는 벼가 기후위기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식물이 탄소를 흡수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물을 가득 채운 논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3배나 강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솔직히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해결책까지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요.

벼농사가 기후에 해롭다고요? 메탄가스의 정체
지난 주말, 오랜만에 고향 집에 다녀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봐온 논에는 어김없이 푸른 벼들이 가득 자라 있었고, 그 초록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풍경이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물이 넘실대는 논을 바라보면서, "저 물이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거든요.
메탄가스(CH₄)란 탄소 원자 하나에 수소 원자 네 개가 결합한 기체로, 대기 중에 방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하게 지구의 열을 붙잡는 온실가스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메탄가스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잘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논에 물이 고여 있으면 땅속으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그 조건에서 메탄균이 번성하면서 메탄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구조가 됩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농경지의 60%가 논입니다. 상시 담수 방식으로 벼를 재배하는 구조상, 메탄 발생을 줄이는 일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어릴 때 그렇게 익숙하게 봐왔던 논의 물 관리가, 사실 기후 문제와 이렇게 깊이 연결돼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물 빼기 하나로 메탄가스 40% 줄이는 방법
어릴 때 농사를 도우면서 가장 귀찮게 느꼈던 일이 물꼬 관리였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을 빼야 하고, 가물면 다시 들여야 하는 그 반복이 정말 번거로웠거든요. 그런데 그 물 관리가 사실 메탄 감축과 직결된 핵심 농법이라는 걸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중간낙수(間斷灌漑)란 벼 생육 기간 중 특정 시기에 논의 물을 일시적으로 빼주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논을 잠시 말리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땅속으로 산소가 대량 유입되어 메탄균의 활동이 크게 억제됩니다. 공식적으로 3주 정도의 중간낙수를 실시하면 메탄 배출량을 약 4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 수치는 이미 국내 탄소 감축 방법론으로 등록돼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제가 직접 물꼬를 닫고 열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방법이 유독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대단한 장비나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기존에 하던 물 관리 방식을 조금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미 수십 년째 물꼬를 관리해온 농부들에게는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 중간낙수: 벼 생육 중 논의 물을 일시 배수해 땅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
- 3주 시행 기준, 메탄 발생량 약 40% 감소 효과
- 추가 장비 없이 기존 물 관리 방식 조정만으로 실행 가능
- 국내 탄소 감축 방법론으로 공식 등록된 검증된 농법
흙에 탄소를 묻는다 — 무경운농법의 원리
농사 지으면서 땅을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경운기로 밭을 뒤집어 놓아야 씨앗이 잘 자라는 줄 알았고, 저도 그게 맞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무경운농법(No-Till Farming)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그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무경운농법이란 작물 파종 전에 쟁기나 경운기로 땅을 갈아엎지 않는 재배 방식을 말합니다. 땅을 갈지 않으면 이전 작물의 잔해가 그대로 지표면에 남고, 이 잔해가 썩으면서 자연스럽게 퇴비가 되어 흙 속 유기물을 늘립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토양탄소(Soil Carbon)의 개념입니다. 모든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를 체내에 고정합니다. 식물이 땅에 쌓이고 썩으면 그 탄소는 토양 유기물 형태로 흙 속에 저장됩니다. 쉽게 말해, 흙은 거대한 탄소 창고인 셈입니다. 지구 토양 전체가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은 2,400기가톤으로,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세 배에 달합니다(출처: IPCC 기후변화 보고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무경운농법을 도입했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살펴봤는데, 경운을 시작한 1900년대 초와 비교해 1950년대에는 토양 탄소 함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무경운을 도입한 1970년대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콩 수확량은 3%, 옥수수는 5% 가량 늘었다는 실제 데이터도 있습니다. 생산성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잡은 사례입니다.
탄소농법, 농부만의 일이 아닌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후위기 하면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부터 떠올렸는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0%가 농업에서 나온다는 수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농업 분야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3%를 차지합니다. 적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메탄이나 아산화질소(N₂O)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의 비중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아산화질소란 질소 성분의 화학비료가 과잉 투입될 때 토양에서 발생하는 기체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약 300배에 달합니다.
탄소농법(Carbon Farming)이란 농업 활동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토양 속에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방식의 농업 전반을 일컫습니다. 무경운농법과 피복작물 재배, 중간낙수, 유기물 투입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됩니다. 피복작물(Cover Crop)이란 주작물을 수확한 뒤 땅이 빈 기간에 심는 식물로, 토양 수분을 유지하고 유기물을 공급하며 지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농부의 문제가 아닙니다. 프랑스에서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당시 '4퍼밀 이니셔티브'를 제안했습니다. 매년 토양 탄소 함량을 0.4% 씩 늘리자는 국제 협약으로, 현재 유럽 20개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농업이 기후위기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를 줄인 농가에 톤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지만, 인센티브 규모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큽니다. 제가 보기엔 이 부분이 가장 빨리 개선되어야 할 지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논농사에서 메탄가스가 얼마나 많이 나오나요?
A. 논은 상시 담수 환경으로 인해 산소가 부족하고, 이 조건에서 메탄균이 활발히 활동합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3배 강한 온실가스로, 우리나라처럼 농경지의 60%가 논인 나라에서는 특히 감축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중간낙수 등의 방법으로 실질적인 감축이 가능합니다.
Q. 무경운농법을 하면 수확량이 줄지 않나요?
A. 처음엔 저도 그게 걱정이었는데, 실제 사례를 보면 오히려 수확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농가에서는 무경운농법 도입 후 콩 3%, 옥수수 5% 수확량이 증가했습니다. 토양 유기물이 늘어나 지력이 회복되면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Q. 피복작물은 어떤 작물을 심으면 되나요?
A. 지역과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호밀·귀리·메밀·해바라기·순무 등이 대표적으로 사용됩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한 농가에서는 아홉 가지 피복작물을 혼합해 심기도 했습니다. 주작물 수확 후 바로 심어 토양을 덮어두는 것이 핵심이며, 자연스럽게 거름 역할도 하기 때문에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Q. 탄소농법에 참여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A. 우리나라에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한 농가에 탄소 감축량 톤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 운영 중입니다. 다만 현재 지원 단가가 낮아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USDA)처럼 대규모 연방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
어릴 적 논두렁을 뛰어다니며 봤던 그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시절엔 벼가 자라는 것 자체가 그냥 좋았는데, 이번에 메탄가스 문제를 알게 되면서 그 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배신감이라기보다는, 더 잘 알아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감정이 생겼습니다.
다행인 건, 해결책이 없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간낙수로 메탄을 줄이고, 무경운농법과 피복작물로 토양에 탄소를 묻고, 탄소농법 전반을 확산시키는 것. 어느 하나만으로는 안 되지만, 이 방법들이 함께 작동할 때 농업은 기후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사가 될 수 있습니다. 논밭에서 시작되는 변화가 지구 전체에 닿을 수 있다는 것, 이번에 제대로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