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계곡에 가면 망으로 물고기를 잡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습니다. 투명한 망 안에서 파닥거리는 작은 물고기들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때는 그 물고기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지구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종의 생물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가 크면 그 펭귄을 볼 수 없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선뜻 "아니야"라고 대답하지 못했습니다.멸종위기종이 사라지는 속도,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학자들은 대략 1,400만 종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180만여 종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매일 수십 종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봄꽃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꿀벌이 날아들면 귀찮다고 손을 내젓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귀찮은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꿀벌이 담당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에만 국내에서 최소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꿀이 없어진 게 아니라, 우리 밥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꿀벌이 사라진다는 게 왜 밥상 문제일까몇 년 전 구례 벚꽃 축제에 갔을 때 일입니다. 활짝 핀 벚꽃 가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꿀벌들이 자꾸 날아들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좀 무섭고 귀찮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해가 갈수록 봄꽃 주변에서 꿀벌을 보는 일 자체가 드물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꿀벌은 단순히 꿀을 만드는 곤충이 ..
한겨울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 영하의 날씨였는데, 그 "윙" 거리는 소리는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모기가 단순히 여름 불청객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실감하게 됐습니다. 지구 반대편 북극에서도, 그리고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모기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환경에 조용히 적응하고 있었으니까요.북극 모기가 늘어난 이유 — 빙하가 사라진 자리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선해지면 모기가 사라진다는 뜻인데, 이 말이 이제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알래스카 같은 북극 지역에서는 6, 7월이 되면 하늘을 새까맣게 덮을 만큼 거대한 모기 떼가 출몰합니다. 우리나라 모기보다 몸집도 크고 무리 지어 움직이는 북극 모기는 최근 몇 년 ..
서울 시내 쥐 신고 건수가 2021년 대비 두 배로 늘었습니다. 단순히 위생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 저는 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 좀 놀랐습니다. 딸아이가 TV에서 말라비틀어진 북극곰을 보고 "아빠, 저 곰 왜 저래?"라고 물었을 때만 해도 기후 위기가 이렇게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생기는 일영구동토층(permafrost)이란 말 그대로 영구적으로 얼어 있어야 하는 땅입니다. 북극과 남극 일대, 시베리아 같은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데, 이 땅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조금씩 녹기 시작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문제는 이 동토층 안에 수만 년 동안 봉인돼 있던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2014년..
오늘 아침에도 메일함을 열었다가 저도 모르게 그냥 닫아버렸습니다. 읽지도 않은 광고 메일 수십 통이 쌓여 있었는데, 지우기가 귀찮아서 그냥 두었죠.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그 방치된 메일들이 데이터 센터 서버를 돌리면서 조용히 탄소를 내뿜고 있다는 사실을요. 스마트폰을 쓰는 것 자체가 탄소를 만든다는 이야기, 지금부터 제가 직접 겪어보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스마트폰 사용이 지구를 데운다는 것, 직접 겪어보니저는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컴퓨터 앞에서 보냅니다. 메인 노트북에 서브 노트북까지 함께 켜두다 보니, 화면이 꺼질 새가 없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반드시 스마트폰을 들고 갑니다. 그 짧은 3분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거든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전세계 바닷물 온도가 2023년 관측 이래 최고치인 21.1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됐는데, 지난여름 바닷가에서 녹조 낀 바다를 마주하고서야 "이게 그 얘기구나" 싶었습니다. 멀리 동중국해에서는 마라도 남서쪽 150km 해상까지 거대한 괭생이모자반 군락이 번지고 있고, 그 원인은 우리가 해마다 조금씩 체감하는 그 변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수온 상승이 만들어낸 바다의 이상 신호집 근처에 하루 4시간만 문을 여는 생태탕 집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게 주인께 여쭤봤는데, "이거 국내산 명태인가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예상대로 아니오였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건 이미 오래된 일이고, 강원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황태조차 러시아산 명태를 수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