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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바닷물 온도가 2023년 관측 이래 최고치인 21.1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됐는데, 지난여름 바닷가에서 녹조 낀 바다를 마주하고서야 "이게 그 얘기구나" 싶었습니다. 멀리 동중국해에서는 마라도 남서쪽 150km 해상까지 거대한 괭생이모자반 군락이 번지고 있고, 그 원인은 우리가 해마다 조금씩 체감하는 그 변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수온 상승이 만들어낸 바다의 이상 신호
집 근처에 하루 4시간만 문을 여는 생태탕 집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게 주인께 여쭤봤는데, "이거 국내산 명태인가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예상대로 아니오였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건 이미 오래된 일이고, 강원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황태조차 러시아산 명태를 수입해 건조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명태는 저수온성 어종, 즉 차가운 바다에서 잘 자라는 물고기인데 동해 수온이 꾸준히 올라가면서 서식 환경 자체가 무너진 겁니다.
여기서 저수온성 어종이란, 수온이 낮은 해역에서 번식·성장하며 수온이 오르면 서식지를 이동하거나 개체수가 급감하는 생물을 말합니다. 명태가 사라진 동해와 괭생이모자반이 폭증하는 동중국해는 같은 원인을 공유합니다. 바다가 따뜻해졌다는 것입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270톤급 조사선 해양2호가 동중국해로 향해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인근을 탐사한 결과, 수면 위를 검게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군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수중 카메라로 확인하니 수면 아래 1m 깊이까지 모자반이 두껍게 쌓여 있었고, 마치 기름 띠처럼 해수면을 덮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바다가 이제 동남아 같다는 말이 돌 정도로 수온 변화가 체감되는 요즘인데, 이 장면은 그 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23년 전 세계 해수면 평균 수온: 21.1도 (관측 이래 최고치)
- 괭생이모자반은 유년기에는 저수온, 성장기에는 고수온 환경 선호
- 동중국해·멕시코만은 전 지구 평균보다 수온 상승폭이 큰 해역
- 우리나라 서해 모자반 대거 유입 시작: 2015년경부터 두드러짐
생태계 변화의 실체 — 무엇이 모자반을 키웠나
사람 체온도 1도만 오르면 몸 상태가 달라집니다. 그 거대한 지구에서 바다 수온이 1도 오른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저도 숫자를 보기 전까지는 가늠조차 못 했습니다. 해수 표면 온도(SST, Sea Surface Temperature)는 해양 생물의 분포와 번식 주기를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환경 변수입니다. 여기서 SST란 해수면 부근의 평균 수온을 뜻하며, 위성 원격탐사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모니터링됩니다. 이 수치가 꾸준히 오르면서 모자반처럼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해조류가 폭발적으로 번식할 조건이 갖춰진 것입니다(출처: 국립해양조사원).
수온 외에도 부영양화(Eutrophication) 현상이 더해졌습니다. 부영양화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농업용 비료, 생활하수, 산업 폐수 속의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가 과도하게 유입되어 해조류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이상 번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모자반 입장에서는 영양분이 풍부해진 바다가 그야말로 최적의 생장 환경이 된 셈입니다. 동중국해에는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는데, 중국 정부가 실시한 괭생이모자반 대량 증식 사업이 인접 해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서양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멕시코만까지 모자반이 뒤덮고 있고, 올해는 관측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멕시코 카리브해 휴양지와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도 대규모 군락이 나타나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대서양에서 이런 현상이 본격화된 건 2011년, 우리 서해는 2015년입니다. 불과 10년 사이에 전 지구적 문제로 번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빙하가 계속 녹고 있는데 왜 수온은 오르는지 헷갈린다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이 부분이 궁금했는데, 빙하 융해로 유입되는 담수는 특정 해역의 해류 순환을 약화시키고, 적도와 고위도 간 열 교환이 교란되면서 오히려 일부 해역의 수온을 국지적으로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류와 수온의 관계는 단순히 "빙하가 녹으면 차가워진다"는 직관과 다르게 작동하는 것입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해류 영향과 앞으로의 대응 — 우리 해안은 안전한가
지난여름 바닷가 여행에서 녹조 낀 바다를 만났을 때 기분이 찝찝했던 건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괭생이모자반이 연안으로 밀려들면 어선 조업과 선박 항해를 방해하고, 김을 비롯한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해안가에 쌓이면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분해 과정에서 심한 악취까지 풍깁니다. 분명 전에 왔을 때는 깨끗했던 바다가 달라져 있다는 그 씁쓸함이, 사실은 10년에 걸쳐 쌓인 변화의 결과였던 겁니다.
조사팀은 모자반 군락에 위치 추적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군락의 이동 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추적기가 보내는 실시간 신호를 분석하면 대규모 군락이 우리 해안으로 접근하기 전에 미리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 원격탐사(Remote Sensing) 기술을 활용하면 서해 전역에 걸친 모자반의 분포를 광역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여기서 원격탐사란 위성이나 항공기 등을 이용해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지표·해양 상태를 관측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중국 동해안부터 제주도 서쪽까지 폭넓게 모자반 분포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수거 이후의 처리 방안도 고민거리입니다. 현재는 대부분 소각 처리하지만, 미국에서는 수심 2,000m 심해로 가라앉혀 모자반 속 탄소를 대기가 아닌 바다에서 격리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블루카본이란 해양 생태계가 흡수·저장하는 탄소를 가리키며, 탄소 저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 모자반을 식용·비료·미용 성분 추출 등에 활용하는 자원화 방안도 함께 추진되고 있어, 처치 곤란했던 해조류가 새로운 산업 소재로 재정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상적이고 익숙했던 바다의 모습이 바뀐다는 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 숫자로만 보면 실감이 안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직접 해안을 찾아가서 달라진 바다를 몸으로 느껴봐야 비로소 와닿는 이야기입니다.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인식했으면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괭생이모자반이 우리나라 해안에 언제부터 많아진 건가요?
A. 우리 서해안에 괭생이모자반이 대거 밀려오기 시작한 건 2015년경부터입니다. 이후 해마다 규모가 커지는 추세이며, 제주 동쪽 해수욕장 등 연안에서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니라 수온 상승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배경에 있습니다.
Q. 괭생이모자반이 해안에 쌓이면 어떤 피해가 생기나요?
A.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어선 스크루에 엉켜 조업과 항해를 방해하고, 양식 시설에 유입되어 김 등 어패류에 피해를 줍니다. 해안에 쌓이면 분해되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경관을 훼손해 관광업에도 타격을 줍니다.
Q.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A. 현재는 대부분 소각 처리합니다. 다만 이는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하는 방식이라 환경적 부담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심해 격리를 통한 블루카본 저감, 식용·비료·미용 원료로의 자원화 방안이 국내외에서 연구·추진 중입니다.
Q. 빙하가 녹고 있는데 왜 바다 수온은 오르는 건가요?
A. 빙하 융해로 유입되는 담수는 해류 순환을 교란시켜 오히려 일부 해역의 수온을 국지적으로 더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수온과 해류의 관계는 단순히 "차가운 물이 늘면 바다가 식는다"는 직관과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전 지구적 열 순환 체계인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까지 함께 살펴봐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A.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마라도 남서쪽 약 150km 해상에 세워진 높이 36m의 해양 관측 구조물입니다. 기상·해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며, 괭생이모자반 군락 탐사처럼 동중국해 해양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합니다.
결론
명태가 사라진 동해, 녹조 낀 해수욕장, 그리고 동중국해를 검게 뒤덮은 괭생이모자반. 이 세 가지는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하나입니다. 바다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수온 상승, 부영양화, 해류 교란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10년 전만 해도 익숙했던 바다의 모습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습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물으면 솔직히 막막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 변화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수면 수온 지표나 국립해양조사원의 모자반 분포 모니터링 결과는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다가 보내는 신호를 조금 더 신경 써서 읽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