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상추를 키워본 적 있으신가요? 물만 열심히 줬는데 줄기가 창문 쪽으로 길쭉하게 뻗어가며 웃자라버린 경험, 저도 올해 똑같이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 실패가 오히려 수직농장이라는 기술을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실내에서 빛, 물, 공기를 인공으로 제어해 작물을 키운다는 개념이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실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과연 이게 정말 현실적인 대안일까요?인공조명과 수경재배,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수직농장(Vertical Farm)이란 건물 실내에서 여러 단으로 선반을 쌓아 작물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흙 대신 양분을 녹인 물을 순환시키는 수경재배(Hydroponics), 혹은 뿌리에 안개처럼 양액을 분사하는 분무경재배(Aeroponics)를 활용하고, 햇빛 대신 LED 인공조명으로 ..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1cm 미만 우주 쓰레기 파편만 1억 7천만 개입니다. 솔직히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인공위성 하나가 우주로 나가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그 잔해들이 수십 년째 궤도를 맴돌고 있다는 현실이 꽤나 찝찝하게 느껴졌습니다.우주 쓰레기, 왜 지금 문제가 됐을까2년 전쯤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중에도 카카오톡으로 회사 업무를 처리했는데, 그때는 당연하게 썼던 그 인터넷 연결이 사실은 수백 킬로미터 상공의 인공위성 덕분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나로호 인공위성 발사 소식을 접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인공위성이 저 위로 올라가는 순간,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우리 일상과 직결된다는 것을요.인공위성은 1..
해수어항을 준비하면서 산호초를 처음 알아봤을 때, 솔직히 그게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와 연결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항 하나 꾸미려다가 제주 바다가 조금씩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산호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기반이었습니다.바다 사막화, 들어봤지만 실감하기 어려운 말처음 '바다 사막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바다와 사막은 이미지 자체가 너무 달라서, 머릿속에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육지도 땅이 메마르고 식물이 사라지면 사막이 되지 않습니까. 바다도 결국 같은 원리입니다. 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는 것입니다.제주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가 딱 그런 상태입니다. 해녀들..
2024년 11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네스 반도에서 올해만 일곱 번째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1년 사이 일곱 번이라는 숫자가 처음엔 실감이 안 났습니다. 그러다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봤던 화산 분출 실험이 떠올랐습니다. 모래로 만든 작은 산이 끓어오르던 그 순간도 압도적이었는데, 실제 화산이라면 어땠을까. 그 무서움은 단순한 자연재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빙하가 사라지면 화산이 깨어난다화산이 잦아진 게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말,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연결이 잘 안 됐습니다. 더워지면 빙하가 녹고, 빙하가 녹으면 화산이 폭발한다니.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꽤 오래된 과학적 사실이었습니다.아이슬란드 국토의 약 10%는 빙하로 덮여 있고, 활화산 30여 개 중 절반가량이 그 빙하 아래에 묻혀..
친구가 동남아 프리다이빙 여행에서 돌아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물속에 들어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 고요함이 너무 좋아."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바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되려 더 커졌습니다. 인간이 맨몸으로 닿을 수 있는 깊이도 그렇게 낯선데, 햇빛조차 닿지 않는 수천 미터 심해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 그 심해를 두고 여러 나라가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심해 바닥에 깔린 '검은 감자', 망간 단괴하와이 동남쪽,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Clarion-Clipperton Zone)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수심 약 4,000m의 해저에 빛을 비추면 검고 울퉁불퉁한 암석 덩어리들이 바닥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크기는 지름 5~10cm 정도로 꼭..
여름 저녁, 친구 손에 이끌려 동네 뒷산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에 이 산에도 곰이나 호랑이가 살았겠구나.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죠. 북극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쪽은 동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될 조합이 새로운 종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회색곰과 북극곰 사이에서 태어난 그롤라 베어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기후변화가 만들어낸 교배, 그롤라 베어의 등장2006년, 캐나다 북부 색스 하버에서 사냥꾼 짐 마텔이 이상한 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털은 북극곰처럼 희었는데, 얼굴 구조는 영락없이 회색곰이었습니다. 짧은 주둥이, 솟은 어깨, 굽은 등.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동행 하의 북극곰 사냥은 합법이지만 회색곰 사냥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당국은 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