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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바이러스 (영구동토층, 감염병 확산, 곰팡이균)

발그레돌 2026. 7. 17. 09:16

목차


    서울 시내 쥐 신고 건수가 2021년 대비 두 배로 늘었습니다. 단순히 위생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 저는 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 좀 놀랐습니다. 딸아이가 TV에서 말라비틀어진 북극곰을 보고 "아빠, 저 곰 왜 저래?"라고 물었을 때만 해도 기후 위기가 이렇게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빙하가 녹아 터전을 잃은 북극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생기는 일

    영구동토층(permafrost)이란 말 그대로 영구적으로 얼어 있어야 하는 땅입니다. 북극과 남극 일대, 시베리아 같은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데, 이 땅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조금씩 녹기 시작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동토층 안에 수만 년 동안 봉인돼 있던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2014년 프랑스 연구진이 북극 동토층에서 3만 년 된 바이러스를 발굴해 현재 살아 있는 아메바에 감염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감염이 이루어졌습니다(출처: Nature). 3만 년을 얼어 있다 깨어난 바이러스가 여전히 활성화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닙니다.

    2016년에는 시베리아에서 탄저균이 동토층 해빙과 함께 깨어나 순록 수천 마리가 폐사하고, 인근 주민 수십 명이 감염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동토층 해빙이 단순한 생태계 문제가 아니라 공중 보건 문제로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동토층이 녹으면서 생기는 물웅덩이입니다. 웅덩이가 늘어나면 모기 서식지도 급격히 확장됩니다. 모기는 각종 감염병의 매개 곤충으로,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바이러스 전파 경로도 넓어집니다. 동토층 해빙이 모기 증가로, 모기 증가가 감염병 확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이미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요약: 영구동토층 해빙은 수만 년간 봉인된 바이러스와 세균을 되살릴 수 있고, 모기 서식지 확장까지 일으켜 감염병 확산의 도화선이 됩니다.

     

    감염병 확산, 이제 계절이 없다

    제 기억 속에 식중독은 여름에나 조심하는 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계절 구분 없이 식중독 관련 뉴스가 나옵니다. 이게 단순히 뉴스가 많아진 탓이 아닙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감염병을 옮기는 숙주들의 활동 기간이 실제로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타바이러스(hantavirus)입니다. 여기서 한타바이러스란 주로 쥐의 소변이나 침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말합니다. 6·25 전쟁 당시 미군 병사들이 원인 불명의 고열과 출혈 증상을 보였던 사례가 추후 이 바이러스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고, 1970년대 한탄강 유역에서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분리되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문제는 기온이 높아 먹을 것이 풍부한 해일수록 쥐 개체 수가 늘어나고, 한타바이러스 감염 보고 건수도 덩달아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쥐가 이동하며 소변을 보는 빈도가 늘면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도 자연스럽게 많아집니다. 서울시에 접수된 쥐 신고 건수가 올해 7월까지만 이미 1,500건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이 연결고리가 이미 현실이 됐음을 보여줍니다.

    모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히말라야 해발 1,800~2,000m 고지대에서도 모기가 발견되고 있고, 모기의 서식 가능 고도가 연간 6.5m씩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WHO).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들이 원래는 더운 저지대에서만 살았지만, 이제는 고산 지대 주민들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 말라리아: 얼룩날개모기가 옮기는 기생충성 감염병. 고산지대까지 서식지 확장 중
    • 뎅기열: 이집트숲모기가 매개하는 바이러스성 질환. 열대·아열대 지역 중심이었으나 점차 북상
    • 한타바이러스: 쥐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기온 상승과 쥐 개체 수 증가에 비례해 감염 건수 증가
    • 식중독: 연중 발생 빈도 증가. 여름 한정이라는 통념이 무너지는 추세
    요약: 기온 상승은 감염병 매개 숙주의 활동 기간과 서식 범위를 동시에 넓혀, 감염병이 특정 계절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곰팡이균, 조용한 위협이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보다 덜 주목받지만,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입니다. 진균(fungus), 즉 곰팡이류는 세균과 달리 항진균제로만 치료가 가능한데, 항진균제는 간 독성이 있어 복용 중 음주도 금지될 만큼 인체에 부담이 큽니다. 무좀약을 오래 써봤는데도 좀처럼 낫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이 부담을 이미 체감하셨을 겁니다.

    원래 곰팡이는 인체 온도인 36.5도에서 잘 자라지 못합니다. 인간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온혈동물이기 때문에, 곰팡이에 취약한 개구리나 어류, 곤충, 식물과 달리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로 현재 인체 감염이 가능한 곰팡이는 전체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이 비율이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고온 환경에 적응한 곰팡이가 늘어날수록, 인체 감염 가능한 균의 비율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라는 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칸디다 아우리스란 인체에 감염을 일으키는 신종 곰팡이균으로, 우리 몸에서 체온이 가장 낮은 귀에서부터 침투해 점차 다른 장기로 확산되는 방식으로 감염이 진행됩니다. 치사율이 최대 5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어 의료계에서 경계 수준이 높습니다.

    식량 문제도 연결됩니다. 세계 각지의 주요 농작물들은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한번 곰팡이 감염이 퍼지면 광범위한 피해로 이어집니다. 바나나가 1950년대 당시 대부분 재배하던 품종이 곰팡이로 전멸하다시피 해 품종 교체가 이루어진 역사적 사례가 있습니다. 지구가 더 따뜻해질수록 이런 사태가 식량 공급 지역 전체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균류학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요약: 기온 상승으로 고온 적응 곰팡이가 늘어나면 인체 감염 가능한 진균의 범위가 넓어지고, 치료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감염병 대응의 취약 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TV에서 빙하 위를 배를 타고 유람하는 여행 코스를 소개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멋지겠다 싶으면서도, 녹아 흘러내리는 빙하를 보며 저 장면이 지금 우리 생활에 어떻게 되돌아올지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빙하 관광이 가능할 만큼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건, 그 안에 봉인된 수만 년 치 미생물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를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를 인간이 어떻게 막겠느냐"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그 말이 완전히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동토층 해빙으로 인한 바이러스 위협만큼은,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머징 디지즈(emerging disease), 즉 신종 감염병이라는 표현은 사실 '새로 생긴 병'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 조건이 맞아 부상한 병'을 뜻합니다. 그 조건을 만드는 데 인간 활동이 깊이 개입해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고, 온난화로 숙주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국제 교역으로 미생물이 경계를 넘나듭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 세계가 바이러스 하나에 얼마나 긴 시간과 큰 경제적 타격을 감내했는지를 생각하면, 이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AI 기반 감염병 모니터링 플랫폼(예: BlueDot)이 이미 운용되고 있고, 백신 기술과 항바이러스 약물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적 진보가 의미 있으려면, 정작 감염병이 퍼질 환경을 만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과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함께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요약: 기후 변화를 늦추는 것이 곧 미생물 위협을 줄이는 출발점입니다. 기술적 대비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구동토층에서 깨어난 바이러스가 사람한테 직접 위험한가요?

    A. 현재까지 발견된 고대 바이러스들은 주로 아메바 같은 원생생물에 감염되는 것들이어서, 인간에게 직접 위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진화상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만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과학자들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2016년 탄저균 사례처럼 이미 알려진 병원체가 동토층에서 되살아난 경우는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Q. 기후 변화랑 쥐 개체 수 증가가 진짜 연관이 있나요?

    A. 네, 연관이 있습니다. 따뜻한 기간이 길어지면 쥐의 번식 기간도 늘어나고, 한 번에 6~10마리씩 새끼를 낳는 특성상 개체 수가 빠르게 불어납니다. 여기에 폭우나 극단적 더위로 하수관 서식지가 불편해지면 쥐들이 지상으로 올라와 사람 눈에 더 자주 띄게 됩니다. 서울시 쥐 신고 건수가 2021년 대비 두 배로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Q. 칸디다 아우리스가 정말 그렇게 위험한 균인가요?

    A. 위험하다고 보는 의료계 전문가들이 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치사율이 최대 50%에 달하고, 기존 항진균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서 치료가 까다롭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건강한 일반인이 즉각적인 위협을 느낄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문제는 기후가 더 따뜻해질수록 이런 균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Q. 개인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비가 있을까요?

    A. 감염병 대비 측면에서는 기본 위생 관리와 예방 접종 유지가 여전히 가장 효과적입니다. 온난화 대응 차원에서는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처럼 작은 실천들이 모여 의미를 가집니다. "개인이 뭘 한다고 달라지나"라는 회의적 시각도 이해하지만, 정작 정책을 움직이는 건 그런 개인들의 집합된 요구라는 점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결론

    딸아이가 북극곰을 걱정했던 그날, 저는 기후 위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북극곰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보다, 북극곰이 살던 땅이 녹으면 그 안에 있던 것들이 우리 세계로 쏟아져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더 정확한 경고일 수 있습니다.

    영구동토층 해빙, 감염병 확산 기간의 연장, 진균 위협의 증가. 이 세 가지는 서로 독립된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하나로 전 세계 경제와 일상이 수년간 흔들렸다는 경험을 이미 갖고 있는 만큼, 다음번 위협에 대한 준비를 지금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이 곧 감염병 예방이라는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 그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99164lQk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