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순천만을 찾았을 때, 솔직히 처음엔 '이게 뭐라고 이 추운 날 야외까지 왔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철새 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순간, 그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습지는 그냥 물 고인 땅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전국 곳곳의 습지가 개발 논리에 밀려 하나씩 사라지고 있고, 그 속에서 살던 생명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습지가 사라지면 생태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나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을 직접 가봤을 때 느낌이 묘했습니다. 거대한 방조제를 보면서 '인간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 안에서 살던 것들은 다 어디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감정이 동시에 왔습니다.낙동강 하구는 한때 100종이 넘는 조류가 관찰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하구둑이 들어서고 지속적인 개발이 이어지면..
해수어항을 준비하면서 산호초를 처음 알아봤을 때, 솔직히 그게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와 연결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항 하나 꾸미려다가 제주 바다가 조금씩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산호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기반이었습니다.바다 사막화, 들어봤지만 실감하기 어려운 말처음 '바다 사막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바다와 사막은 이미지 자체가 너무 달라서, 머릿속에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육지도 땅이 메마르고 식물이 사라지면 사막이 되지 않습니까. 바다도 결국 같은 원리입니다. 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는 것입니다.제주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가 딱 그런 상태입니다. 해녀들..
여름 저녁, 친구 손에 이끌려 동네 뒷산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에 이 산에도 곰이나 호랑이가 살았겠구나.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죠. 북극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쪽은 동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될 조합이 새로운 종으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회색곰과 북극곰 사이에서 태어난 그롤라 베어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기후변화가 만들어낸 교배, 그롤라 베어의 등장2006년, 캐나다 북부 색스 하버에서 사냥꾼 짐 마텔이 이상한 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털은 북극곰처럼 희었는데, 얼굴 구조는 영락없이 회색곰이었습니다. 짧은 주둥이, 솟은 어깨, 굽은 등.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동행 하의 북극곰 사냥은 합법이지만 회색곰 사냥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당국은 DN..
올봄 제주 삼호해수욕장 갯바위 틈에서 톳을 발견했을 때, 저는 그게 당연한 봄 풍경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알게 됐습니다. 그 톳이 사실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는 것을. 마라도 해녀들은 5년 전부터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10년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은 말 그대로 표정을 잃었다고 합니다. 제주 바다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갯바위에서 본 톳 한 줌, 사실은 경고였다제주도를 봄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탔고, 섭지코지에서 커피를 마셨고, 다음 날 숙소 근처 삼호해수욕장을 걸었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간 갯바위 구석에서 오동통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톳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자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은 꽤 묘한 감..
봄꽃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꿀벌이 날아들면 귀찮다고 손을 내젓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귀찮은 존재가 보이지 않습니다. 꿀벌이 담당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에서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겨울에만 국내에서 최소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꿀이 없어진 게 아니라, 우리 밥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꿀벌이 사라진다는 게 왜 밥상 문제일까몇 년 전 구례 벚꽃 축제에 갔을 때 일입니다. 활짝 핀 벚꽃 가지에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꿀벌들이 자꾸 날아들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좀 무섭고 귀찮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해가 갈수록 봄꽃 주변에서 꿀벌을 보는 일 자체가 드물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꿀벌은 단순히 꿀을 만드는 곤충이 ..
한겨울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 영하의 날씨였는데, 그 "윙" 거리는 소리는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모기가 단순히 여름 불청객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실감하게 됐습니다. 지구 반대편 북극에서도, 그리고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모기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환경에 조용히 적응하고 있었으니까요.북극 모기가 늘어난 이유 — 빙하가 사라진 자리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선해지면 모기가 사라진다는 뜻인데, 이 말이 이제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알래스카 같은 북극 지역에서는 6, 7월이 되면 하늘을 새까맣게 덮을 만큼 거대한 모기 떼가 출몰합니다. 우리나라 모기보다 몸집도 크고 무리 지어 움직이는 북극 모기는 최근 몇 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