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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뉴스에서 또 한 번 폭우 특보를 봤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근처 강이 범람해서 인근 논밭이 통째로 잠겼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게 영화 얘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태평양 섬나라 얘기라고 여겼던 게 사실인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립니다.

[해수면 상승 시 발생한 수 있는 상황의 가상 시뮬레이션 사진]



이미 시작된 위기 신호, 숫자로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해수면 상승이라는 말을 들어도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북극곰이 빙하 위에 서 있는 사진이나 녹아내리는 빙산 영상을 보면서도 '그래서 우리 일상이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해수면은 약 20cm 올랐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상승폭이 1.3mm 수준이었는데, 최근 10년 사이에는 그게 3.7mm로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2050년까지 미국 연안의 해수면이 평균 10~12인치, 즉 약 25~30cm 더 오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해양대기국 NOAA). 이 수치는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치 상승분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30년이 지난 100년을 압축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열팽창(thermal expansion)이라는 개념을 잠깐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열팽창이란 수온이 올라가면 물의 부피 자체가 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빙하가 녹아서 바닷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바다 자체가 따뜻해질수록 물리적으로 부풀어 오른다는 겁니다. 최근 발표된 관측 결과를 보면 해수면 깊이 2km 지점까지 수온이 오르고 있는 것이 확인됐는데, 이것이 해수면 상승을 가속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입니다.

요약: 해수면 상승 속도는 이미 50년 전보다 세 배 빨라졌고, 열팽창과 빙하 융해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빠릅니다

제가 살면서 '설마 서울이 잠길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찾아보다가 좀 당황했습니다. 서울의 평균 해발고도가 15m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입니다. 해수면 상승에 홍수까지 겹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평균 해수면 상승률이 30년간 연간 1.8mm였던 데 반해 우리나라 주변 바다는 같은 기간 2.73mm가 올랐습니다. 전 세계 평균보다 1.5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출처: 세계기상기구 WMO). 특히 제주 인근 해상은 연간 4.7mm로, 세계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여기서 쿠로시오 해류(Kuroshio Current)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쿠로시오 해류란 북태평양 서쪽 경계를 따라 흐르는 강하고 따뜻한 해류로, 일본 동쪽과 한반도 주변 바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해류가 아열대 해역에서 점점 더 북쪽으로 확장되면서 우리나라 해역에 더 많은 열을 공급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수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을 더 가속시킨다는 것이 부산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의 분석입니다.

그린피스 보고서는 2030년 기준으로 서울 육지 면적의 약 3%가 침수되고, GDP 46억 9천만 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하며, 130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 추산했습니다. 부산의 경우 IPCC 보고서는 2070년에 연간 피해액이 30억 달러, 2100년에는 7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침수 위험 지역에 포함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습니다.

  • 한국 주변 해수면 상승 속도: 세계 평균의 1.5배(연간 2.73mm)
  • 제주 인근: 연간 4.7mm로 세계 평균의 약 2.6배
  • 2030년 서울: 육지 면적 3% 침수, 130만 명 영향 예상
  • 2100년 부산 연간 피해 예상액: 74억 달러
요약: 한국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해수면이 오르고 있으며, 서울·부산·인천 모두 구체적인 침수 피해 시나리오 안에 들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빠른가, 원인을 알아야 체감이 됩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막연히 빙하가 녹으면 물이 늘어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대륙 빙상의 융해입니다. 남극에는 지구 전체 얼음의 약 89%에 해당하는 2,540만 세제곱킬로미터의 얼음이, 그린란드에는 290만 세제곱킬로미터가 쌓여 있습니다. 만약 남극의 얼음이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은 56.2m 오르고, 그린란드만 녹아도 7.1m가 상승합니다. 물론 단기간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지금도 조금씩 지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앞서 언급한 열팽창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증가한 열 에너지의 90% 이상이 해양에 흡수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바다가 지구의 온도 조절 장치 역할을 해왔지만, 그 대가로 바닷물 자체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지고, 같은 양의 물이 더 큰 부피를 차지하게 됩니다.

세 번째로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양 산성화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바닷물에 녹아드는 CO₂의 양이 늘어나고, 그 결과 해양의 pH가 낮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것이 직접 해수면을 올리지는 않지만, 플랑크톤과 어패류의 껍데기를 약하게 만들어 해양 생태계 전반을 무너뜨립니다. 생태계의 가장 아래에서부터 무너지면, 결국 인간의 식량 자원에도 영향이 옵니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춘 것이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변화는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지다가 갑자기 식탁 위에서 체감되는 순간이 옵니다.

요약: 해수면 상승은 빙상 융해, 열팽창, 해양 산성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생태계 붕괴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집니다.

대응 방법, 도망가거나 막거나 근본을 바꾸거나

아름다운 제주도, 몰디브, 베네치아가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처음에 그 경치가 아깝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경치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 곳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키리바시 공화국은 이미 피지 제도의 땅을 매입해 10만 명의 국민을 이주시키려 하고 있고, 마셜 제도 원주민 일부는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투발루는 섬을 높이기 위해 흙을 사다가 계속 쌓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대응 방향

지금 세계가 시도하고 있는 대응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물리적인 방어입니다. 베네치아는 모세 프로젝트를 통해 높이 3m의 수문을 완성해 바닷물 유입을 차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26%가 해수면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년간 제방과 간척을 이어온 나라입니다. 수상 목장, 부유식 정착지 같은 새로운 시도도 그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추진 중인 수상 도시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입니다.

둘째는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입니다. 탄소 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균형 맞춰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IPCC 6차 보고서는 온실가스 최저 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할 수 있지만, 최고 배출 시나리오로 가면 4.4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차이가 해수면으로 치면 28cm와 101cm의 차이입니다. 탄소 중립에 도달하더라도 이미 흡수된 열과 녹기 시작한 빙하는 수백 년 동안 영향을 이어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셋째는 개인과 정책의 변화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실감이 안 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교통수단을 바꾸고 식습관을 바꾸라고 하면 선뜻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해안가 부동산 가격이 20년 통계 기준으로 약 7% 하락하고, 반대로 내륙 고지대 부동산은 41% 상승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이 경제와 삶의 방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걸 체감하는 순간 행동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물리적 방어, 탄소 중립, 개인과 정책의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며, 해수면 상승은 이미 부동산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은 해수면 상승에 얼마나 취약한가요?

A. 생각보다 많이 취약합니다. 한국 주변 바다의 해수면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의 1.5배이고, 제주 인근은 2.6배에 달합니다. 서울의 평균 해발고도는 15m에 불과해, 해수면 상승에 집중 호우나 태풍까지 겹치면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 역시 침수 시뮬레이션에 포함되는 지역입니다.

 

Q. 해수면이 1m 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A. 평균 해발고도가 1.98m에 불과한 남태평양·인도양 섬나라들은 가장 높은 지점만 남기고 거의 전 지역이 수몰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안과 강 주변을 중심으로 국토의 약 5%가 침수 위험에 처하고, 100년에 한 번 오던 폭풍 해일이 매년 발생할 수 있다는 과학계의 분석이 있습니다.

 

Q. 탄소 중립을 달성하면 해수면 상승이 멈추나요?

A. 아쉽게도 즉시 멈추지는 않습니다. 탄소 중립에 도달하더라도 이미 해양에 흡수된 열과 녹기 시작한 대륙 빙하의 영향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2100년 해수면 상승폭이 28cm와 101cm로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Q. 개인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이 있나요?

A.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바꾸거나 육식 소비를 줄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개인 차원의 행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에너지 생산 방식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적 전환이 훨씬 중요합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행동 중 하나는 기후 정책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투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결론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문제가 체감이 안 된다는 게 오히려 제일 큰 위험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사계절이 멀쩡히 돌아가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제가 사는 곳 근처 강이 범람해서 논밭이 잠기고, 울릉도에서 오징어가 사라지고, 동해에서 명태가 안 잡힌다는 소식들이 사실은 전부 연결된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건, 이 문제가 내 삶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한 번이라도 찾아보는 겁니다. 해수면 상승이 남태평양 섬나라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내가 사는 도시와 내 식탁, 내 부동산 가치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y3smCHoP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