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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다 쓴 건전지를 그냥 일반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분리수거함이 눈에 띄지 않으면 그냥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최근에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 현황을 들여다보고 나서, 제가 무심코 버린 그 건전지 하나가 꽤 값비싼 자원을 땅속에 묻어버린 행위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배터리 재활용은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블랙매스,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수출 상품이었다
제가 처음 '블랙매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무슨 합금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블랙매스(Black Mass)란 폐배터리를 해체하고 파쇄한 뒤 나오는 검은 분말 혼합물을 가리키는데, 여기에는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같은 값비싼 양극재 성분과 그래파이트(음극재) 성분이 뒤엉켜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배터리의 알짜 성분이 한데 모인 덩어리라고 보면 됩니다.
배터리 소재의 원가 비중을 보면 전체 제조비용의 77%가 원재료에서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양극재(캐소드)와 음극재(애노드)가 배터리 무게의 70% 이상을 차지하죠. 결국 재활용의 핵심은 이 70%를 얼마나 깨끗하게 회수하느냐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저는 배터리 재활용이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폐배터리 셀을 파쇄한 뒤 체질(사이즈 선별)만으로 블랙매스를 분리해 냅니다. 크기가 작은 양극재·음극재 입자들이 자연스럽게 가장 작은 체망을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모인 블랙매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순환 자원 상품이 되어 현재 해외로 수출까지 되고 있습니다. 블랙매스를 받아서 리튬·코발트 등을 정제하는 후공정 업체들이 별도로 존재할 정도입니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최근 구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음극재 집전체로 쓰이는 구리박(동박)까지 회수 대상이 된 겁니다. 구리 집전체를 잘 회수하면 전체 혼합물에서 알루미늄이나 기타 불순물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도 생깁니다. 가격이 저렴한 물질이라도 순도 높게 모이면 별도의 재활용 루트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식의 연쇄 효과가 분리선별 기술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형태는 크게 코인형,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네 가지로 나뉩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대형 배터리 팩은 이 셀들을 수백 개 묶어 모듈로 만든 구조입니다. 재활용할 때는 그 역순으로 팩 → 모듈 → 셀 순서로 해체한 뒤, 셀 단계부터 분리선별 공정이 시작됩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현재 정부 차원에서 적극 추진 중입니다.
- 블랙매스: 폐배터리 파쇄 후 나오는 양극재·음극재 혼합 분말, 현재 수출 상품으로 유통
- 배터리 원재료 비중: 전체 제조비용의 77%, 무게의 70% 이상이 소재
-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음극재 집전체(구리박)도 핵심 회수 대상으로 부상
- 재활용 경로: 팩 → 모듈 → 셀 해체 → 파쇄 → 체질(사이즈 선별) → 블랙매스 확보
분리선별, 좋은 기술이 산업으로 가지 못하는 현실
재활용 기술에 대해 '좋은 기술이면 당연히 쓰이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 현실이 꽤 냉정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분리선별 공정은 기존 재활용 라인에 추가되는 공정이다 보니, 그 공정을 도입했을 때 회수 수익이 추가 비용을 확실히 넘어서야만 산업에 적용됩니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경제성이 맞지 않으면 현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겁니다.
폐배터리 분리선별의 가장 큰 숙제는 바로 유기 바인더(organic binder) 제거입니다. 유기 바인더란 배터리 제조 시 양극재·음극재 입자를 전극 집전체에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고분자 결합제입니다. 문제는 이 바인더가 블랙매스 입자 표면을 코팅처럼 덮고 있어서, 이후 부유 선별 공정을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부유 선별(flotation)이란 물이나 용액 속에서 소수성(물을 밀어내는 성질) 입자는 기포에 붙어 떠오르고, 친수성(물과 친한 성질) 입자는 가라앉는 원리를 이용해 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입니다. 그래파이트(음극재)는 원래 소수성이라 떠오르고, 리튬 산화물 계열의 양극재는 친수성이라 가라앉아야 합니다. 그런데 유기 바인더가 표면을 덮어버리면 양극재까지 소수성처럼 행동해서 함께 떠오르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 연구의 핵심은 이 유기 바인더를 얼마나 낮은 온도에서, 얼마나 저렴하게 제거하느냐입니다. 대부분의 폴리머(고분자) 바인더는 600도 근처에서 분해되는데, 600도 열처리는 에너지 비용이 상당합니다. 열처리 온도를 100~200도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경제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소재 표면 처리' 문제는 실험실에서 해결되더라도 대량 공정으로 넘어가면 또 다른 장벽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활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배터리를 직접 소재 수준으로 재가공하는 직접 리사이클링(Direct Recycling), 수용액 기반으로 성분을 용출·정제하는 습식 제련(Hydrometallurgy), 고온으로 녹여 원료 상태까지 되돌리는 건식 제련(Pyrometallurgy)입니다. 에너지 소비는 직접 리사이클링이 가장 적고, 건식 제련이 가장 많지만 그만큼 회수 가능한 소재의 순도가 높아집니다.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도 이 세 경로의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을 비교 연구 중입니다.
폐배터리 성능에 따라 재활용 경로도 달라집니다. 원래 용량의 70~80%가 남아 있으면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으로 2차 사용하고,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소재 재활용 공정으로 넘어가는 방향이 현재 논의되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국내에서만 약 10만 대 분량의 전기차 폐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이 기준을 빨리 확정하는 것 자체도 중요한 정책 과제입니다. '재활용이 왜 필요한지는 다들 알지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현명한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이 제게는 오히려 솔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에서 다 쓴 건전지, 어떻게 버려야 하나요?
A. 공동주택이라면 단지 내 폐건전지 수거함에 따로 배출하면 됩니다. 일반 주택의 경우 주민센터나 대형마트 내 수거함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귀찮아서 그냥 버린 적이 있었는데, 건전지 안에 있는 금속 성분이 토양과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나서는 조금 더 신경 쓰게 됐습니다.
Q. 전기차 배터리는 수명이 다하면 무조건 폐기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잔존 성능이 70~80% 수준이라면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로 재사용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고, 50%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에 한해 소재 재활용 공정으로 넘어가는 것이 현재 논의 중인 방향입니다. 아직 법적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무조건 폐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블랙매스가 정말 수출까지 되나요?
A. 네, 실제로 블랙매스는 현재 하나의 순환 자원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파쇄·체질만으로도 어느 정도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사들여 리튬·코발트 등을 정밀 정제하는 후공정 업체들이 국내외에 존재합니다. 다만 블랙매스 안에 양극재와 음극재가 혼재해 있기 때문에, 분리선별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부유 선별이 폐배터리에 잘 맞는 이유가 뭔가요?
A. 배터리 내부 소재들은 화학적 결합보다 물리적 결합에 가까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전극 집전체 위에 얇게 도포된 구조라, 파쇄 후 물리적 방법으로도 분리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소수성·친수성 차이를 이용하는 부유 선별을 결합하면 비교적 적은 에너지로 고순도 분리가 가능해집니다. 다만 유기 바인더 제거라는 전처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결론
자원은 한정돼 있고, 대안 에너지원 개발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지금, 이미 쓴 자원을 다시 쓰는 일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환경을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리튬·코발트·니켈 같은 전략 핵심 광물의 공급망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료를 국내에서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는 산업 안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건전지를 아무 생각 없이 버려왔다면, 지금부터라도 가까운 수거함을 찾아보는 것이 첫 번째 실천입니다. 그리고 전기차 구입을 고려 중이라면, 나중에 그 배터리가 어떤 경로로 재활용되는지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리선별 기술이 산업 현장에 안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지만,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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