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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차 지원금이 한창 두둑하던 시절, 저도 진지하게 구입을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볼수록 '수소는 그냥 물에서 뽑아내는 거 아닌가?' 하는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가 생겼고, 파고들수록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현재 유통되는 수소의 80% 이상이 화석 연료를 태워 만든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그레이 수소(Grey Hydrogen), 블루수소(Blue Hydrogen), 그린수소(Green Hydrogen)]



그레이 · 블루수소의 불편한 진실

수소 에너지가 친환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연료를 태울 때 물만 나오니까'라고 떠올립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 수소를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혹시 수소를 만드는 방식에 색깔이 있다는 거 아십니까?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는 방식은 그레이수소입니다.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CH₄)을 고온·고압에서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뽑아내는 개질(reforming) 공정인데, 쉽게 말해 화석 연료를 원료로 쓰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소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함께 배출된다는 점입니다. 탄소를 줄이려고 쓰는 에너지가 탄소를 더 만들고 있는 셈이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블루수소입니다. 그레이수소 생산 공정에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을 붙인 방식인데, 여기서 CCUS란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지하에 영구 저장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잡아두니 더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미국 코넬대 하워스(Howarth) 교수 연구팀은 이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출처: Energy for a Sustainable World).

연구진이 지목한 핵심은 메탄 슬립(methane slip)입니다. 메탄 슬립이란 천연가스를 시추·운송·저장하는 과정에서 메탄이 포집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그냥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6배 강한 물질인데,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약 3.5%가 이런 식으로 새어 나간다는 분석입니다. 결과적으로 블루수소를 쓰는 것이 석탄을 태우는 것보다 최대 60% 더 많은 온실가스 효과를 낸다는 결론이었습니다.

2022년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발표된 논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루수소를 징검다리로 쓰다 보면 그린수소로 가는 길이 오히려 늦어진다'고 경고했습니다.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에 계속 투자하는 락인(lock-in) 효과, 즉 한 기술에 묶여 더 나은 대안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죠. 연구진은 이 경로를 유지하면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58기가톤에 달할 것으로 봤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배출 허용치인 420~580기가톤을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저도 처음엔 '일단 블루수소로 시작하고 나중에 그린으로 바꾸면 되지 않나'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들을 보고 나니, 그 막연한 낙관이 꽤 위험한 발상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 그레이수소: 천연가스 개질 방식,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의 80% 이상 차지,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
  • 블루수소: 그레이수소 + CCUS 기술 적용, 탄소 포집 효율 한계·메탄 슬립 문제로 실질 저감 효과 논란
  • 메탄 슬립: 생산·운송 중 누출되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86배 강한 온실효과 유발
  • 락인 효과: 화석 연료 기반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수록 그린수소 전환 시점이 늦어지는 구조적 문제
요약: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 연료로 만드는 그레이수소이며, 개선책인 블루수소 역시 메탄 슬립과 락인 효과로 인해 진정한 청정 에너지로 보기 어렵다는 연구가 쌓이고 있습니다.

 

그린 수소 전환, 먼 미래일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기다리는 그린수소는 도대체 언제쯤 현실이 될까요? 그린수소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수전해, electrolysis)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여기서 수전해란 물(H₂O)에 전류를 흘려 수소(H₂)와 산소(O₂)로 분리하는 공정으로, 전력만 재생에너지에서 오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린수소의 생산 단가가 그레이수소보다 몇 배 높아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죠.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McKinsey)는 2050년에 그린수소 생산 비용이 킬로그램당 0.7~1.6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재 그린수소 단가가 4~6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입니다.

각국 정부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EU는 2022년 리파워EU(REPowerEU) 정책을 발표하며 2040년까지 그린수소 2,500만 톤 생산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에 직격탄을 맞으며 블루수소 의존 리스크를 뼈저리게 실감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이 정책 이후 EU의 가스 소비량은 약 19% 감소했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천연가스·석탄 화력을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출처: 유럽 집행위원회 REPowerEU).

미국은 하이드로젠 샷(Hydrogen Shot) 프로젝트를 통해 10년 안에 그린수소 가격을 킬로그램당 1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독일은 203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 설비에 약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DTechEx는 2031년 수전해 설비 시장 규모가 약 61GW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스케일의 산업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도 손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2050년까지 청정수소 연간 2,790만 톤 확보, 그린수소 킬로그램당 2,500원 공급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현대차·SK·포스코·한화 등 주요 기업들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5천억 원 규모의 수소 펀드를 함께 조성했습니다. SK는 인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 중이고, 효성은 1조 원을 들여 울산에 액화수소 생산 공장을 짓고 있죠.

솔직히 저는 수소차 구입을 망설이면서 '충전소가 더 늘어나면 생각해보지'라는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린수소 인프라가 이 속도로 깔리기 시작하면, 제가 고민하는 사이에 세상이 먼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소가스 폭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수소차 연료전지는 가스통 방식이 아닌 고압 탱크 구조로 기존 내연기관 연료통보다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하더군요. 제 걱정이 조금 과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입니다. 태양광 국제 데이터베이스 솔라기스(Solargis)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직달 일사량이 재생에너지 강국인 독일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전남 신안의 안좌 솔라시티 발전소는 288MW급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태양광 발전소이고, 3면이 바다인 지리적 조건 덕분에 해상 풍력 발전 가능성도 큽니다. 제주, 전북 부안, 경북 김천 등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은 곳에서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도 이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국내 연구진이 광촉매(photocatalyst)를 활용한 그린수소 대량 생산 기술,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 기술 등을 국제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하며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광촉매란 빛 에너지를 받아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로, 태양광만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에 핵심적으로 쓰입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온다면 그린수소의 경제성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습니다.

요약: 그린수소는 수전해 방식으로 탄소 배출 없이 만들어지며, 각국 정책 지원과 기술 발전으로 2030~2050년 사이 경제성 확보가 현실적인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소차 충전할 때 수소가 폭발할 위험은 없나요?

A. 수소가 가연성 기체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수소차에 탑재되는 고압 탱크는 충돌 시험, 화재 시험, 낙하 시험 등 일반 내연기관 연료탱크보다 훨씬 엄격한 안전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충전소 역시 수소 누출 감지 센서와 자동 차단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막연한 공포보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보고 판단하시는 게 더 정확합니다.

 

Q.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중 지금 주유소에서 넣는 수소는 어떤 건가요?

A. 현재 국내 수소 충전소에 공급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그레이수소입니다.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생산된 뒤 튜브 트레일러로 충전소까지 운반되는 구조입니다. 그린수소 비중이 늘어나려면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설비와 공급망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데, 아직은 그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수소차 연비가 전기차보다 좋은가요?

A. 단순 연료비만 비교하면 지금은 수소 가격이 높아 전기차가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수소차는 충전 시간이 3~5분으로 짧고 주행 거리가 600km 이상인 경우도 있어 장거리 운전에서 실용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충전소 인프라가 더 확충되고 그린수소 단가가 낮아지는 시점이 되면 경쟁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우리나라 그린수소 기술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요?

A. 인프라와 생산 규모 면에서는 EU, 독일, 일본에 비해 늦은 편입니다. 반면 광촉매·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활용한 기초 연구 분야에서는 국제 학술지에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고, 태양광 일사량 데이터상으로도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독일을 웃도는 수치를 보입니다. 기술력과 자연 조건은 갖춰져 있으니, 결국 정책과 투자의 속도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수소 에너지 엔진 장착]

결론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어떤 수소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은 그레이·블루수소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한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소 에너지 자체를 포기하는 건 너무 이른 결론입니다.

제가 수소차 구입을 망설이면서 느꼈던 건, 사실 기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정보 부족이 더 컸습니다. 충전소 줄이 길다는 주변 이야기, 수소가스 폭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런데 그린수소 전환을 향한 흐름이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상당한 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걸 알고 나니 태도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다양한 대체 에너지 기술이 병행해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수소는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서 역할이 분명한 선택지입니다. 어떤 에너지 기술이 미래를 주도하게 될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7dsIJyN9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