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어항을 준비하면서 산호초를 처음 알아봤을 때, 솔직히 그게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와 연결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항 하나 꾸미려다가 제주 바다가 조금씩 사막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산호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기반이었습니다.바다 사막화, 들어봤지만 실감하기 어려운 말처음 '바다 사막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도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바다와 사막은 이미지 자체가 너무 달라서, 머릿속에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육지도 땅이 메마르고 식물이 사라지면 사막이 되지 않습니까. 바다도 결국 같은 원리입니다. 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는 것입니다.제주 한경면 고산리 앞바다가 딱 그런 상태입니다. 해녀들..
올봄 제주 삼호해수욕장 갯바위 틈에서 톳을 발견했을 때, 저는 그게 당연한 봄 풍경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알게 됐습니다. 그 톳이 사실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는 것을. 마라도 해녀들은 5년 전부터 바다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10년을 연구해온 연구자들은 말 그대로 표정을 잃었다고 합니다. 제주 바다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갯바위에서 본 톳 한 줌, 사실은 경고였다제주도를 봄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탔고, 섭지코지에서 커피를 마셨고, 다음 날 숙소 근처 삼호해수욕장을 걸었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간 갯바위 구석에서 오동통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톳이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자연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순간은 꽤 묘한 감..
전세계 바닷물 온도가 2023년 관측 이래 최고치인 21.1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실감이 잘 안 됐는데, 지난여름 바닷가에서 녹조 낀 바다를 마주하고서야 "이게 그 얘기구나" 싶었습니다. 멀리 동중국해에서는 마라도 남서쪽 150km 해상까지 거대한 괭생이모자반 군락이 번지고 있고, 그 원인은 우리가 해마다 조금씩 체감하는 그 변화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수온 상승이 만들어낸 바다의 이상 신호집 근처에 하루 4시간만 문을 여는 생태탕 집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게 주인께 여쭤봤는데, "이거 국내산 명태인가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예상대로 아니오였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건 이미 오래된 일이고, 강원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황태조차 러시아산 명태를 수입해..
2035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확정됐습니다. 2018년 배출량 대비 최대 61%를 줄여야 하는데, 솔직히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이게 진짜 가능한 숫자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서해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망둑어를 낚고 농게를 잡던 그 갯벌이, 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메우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NDC 목표, 왜 이렇게 갑자기 높아진 걸까요?기존 2030년 NDC 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확정된 2035년 NDC는 53~61%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목표 연도도 5년 늘었는데 감축 폭은 두 배 가까이 커진 셈이죠. 왜 이렇게 됐을까요?성적표를 먼저 봐야 합니다.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