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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확정됐습니다. 2018년 배출량 대비 최대 61%를 줄여야 하는데, 솔직히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이게 진짜 가능한 숫자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서해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망둑어를 낚고 농게를 잡던 그 갯벌이, 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메우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NDC 목표, 왜 이렇게 갑자기 높아진 걸까요?
기존 2030년 NDC 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확정된 2035년 NDC는 53~61%로 훌쩍 뛰어올랐습니다. 목표 연도도 5년 늘었는데 감축 폭은 두 배 가까이 커진 셈이죠. 왜 이렇게 됐을까요?
성적표를 먼저 봐야 합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가 실제로 줄인 온실가스는 약 8,900만 톤, 비율로 치면 12%에 불과합니다. 2030년 목표를 맞추려면 남은 6년 안에 2억 200만 톤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한 노력의 두 배 이상을 남은 기간에 몰아서 해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여기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IPCC란 전 세계 195개국 정부가 참여하는 유엔 산하 기구로, 기후과학의 국제 기준을 제시하는 가장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IPCC 제6차 보고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으려면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를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출처: IPCC 공식 홈페이지).
더 직접적인 압박은 국내에서도 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 감축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정부 계획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겁니다. 환경 보호라는 이상적인 명분을 한참 넘어서, 이제는 국제 기준과 국내 헌법 모두가 탄소 감축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걸 안 지키면 전 세계 시장에서 벌금을 맞고 수출길이 막히는 경제 문제로 직결됩니다.
갯벌이 탄소를 흡수한다고요? 진짜입니까?
저는 서해안 가까이에서 자랐습니다. 어릴 때는 집 근처 갯벌이 그냥 신나는 놀이터였습니다. 물이 빠진 뻘에 뚫린 구멍을 찾아 농게를 잡고, 망둑어 낚시를 하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죠. 지금 시골집에 가보면 그 갯벌 상당 부분이 매립됐거나 푹푹 빠지던 뻘 대신 단단한 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아쉽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그 뻘이 얼마나 대단한 탄소흡수원이었는지를 말입니다.
블루카본(Blue Carbon)이란 바다 생태계가 포집하고 저장하는 탄소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육상의 숲이 그린카본이라면, 바다의 갯벌·맹그로브·해조류 숲이 흡수하는 탄소가 블루카본입니다. 블루카본 생태계는 같은 면적의 육상 숲보다 단위 면적당 탄소를 훨씬 빠르게, 훨씬 많이 저장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저장 기간입니다. 블루카본은 산소가 거의 통하지 않는 해저 퇴적물 속에 탄소를 수백 년에서 수천 년까지 장기 격리합니다. 육상 숲의 탄소는 나무가 죽거나 불에 타면 금세 다시 대기로 돌아가지만, 바닷속 깊이 묻힌 탄소는 그 시간이 압도적으로 깁니다. 다만 생태계가 훼손되면 저장된 탄소가 한꺼번에 빠져나오기 때문에 보전이 핵심입니다.
바다숲이 가진 효과는 탄소 흡수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바다숲 조성 후 생태계 건강을 나타내는 종 다양성 지수가 눈에 띄게 올랐고, 허옇게 죽어 있던 바닷속에 조피볼락, 쥐노래미 같은 어종들이 다시 돌아왔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갯벌을 지키는 건 탄소 문제 이전에 어민과 해녀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블루카본 강국이 될 수 있는 이유
땅은 좁지만 삼면이 바다입니다. 조수 간만의 차도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큼 큽니다. 이 조건이 블루카본을 키우기에 얼마나 유리한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지형적 특성이라고만 여겼는데, 탄소 감축이라는 국가 과제 앞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해석되더라고요.
서남해안 갯벌은 생물 2,000종 이상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 습지에 동시 등재됐을 만큼 국제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출처: UNESCO 세계유산 공식 홈페이지). 해양수산부는 2010년부터 갯벌 복원 사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고, 현재도 13개 지점에서 복원이 한창입니다.
바다숲 규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조성한 면적만 375㎢에 달하는데, 이는 연간 승용차 약 53,000대가 내뿜는 탄소를 흡수하는 규모입니다. 2030년까지 이를 540㎢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한국만의 강력한 카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조하대 퇴적물입니다. 조하대란 밀물과 썰물에 상관없이 항상 바닷물에 잠겨 있는 해저 구역을 말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이 면적이 상당히 넓고, 이곳의 탄소 흡수 잠재력은 아직 충분히 측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갯벌, 바다숲, 조하대 퇴적물 이 세 가지가 모두 국제 기준을 통과한다면 한국 블루카본의 기여도는 현재 전체 감축량의 0.12%에서 2035년 기준 최대 4.2%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연간 166만 톤, 승용차 70만 대가 내뿜는 탄소를 한 번에 흡수하는 수치입니다.
블루카본에 주목하는 건 정부만이 아닙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CBAM이란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유럽연합의 무역 규제로, 우리나라 수출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해외에서 비싼 배출권을 사오는 것보다 국내 블루카본으로 실적을 채우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 ESG 경영의 실질적 성과로 활용할 수 있어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 확보에도 유리합니다.

공식 인정까지 남은 산, 그리고 넘어설 수 있을까요?
블루카본의 잠재력이 아무리 커도 한 가지 벽이 있었습니다. 갯벌과 해조류 숲이 공식적인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제 기준에 포함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심고 복원해도 NDC 수치에 반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IPCC 총회에서 한국, 일본, 노르웨이 등이 갯벌과 해조류를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포함시키자는 공개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0월 제63차 IPCC 총회에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2027년에 발간될 방법론 보고서에 갯벌, 해조류, 조하대 퇴적물을 블루카본 흡수원으로 포함하고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2027년부터는 우리 바다 생태계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공식 인정받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떠올려보면, 갯벌을 막아 만든 간척지가 초기에 얼마나 큰 자연 훼손을 불러왔는지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자연이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낸 갯벌의 가치를 단기적인 경제 계산으로 환산하는 건 애초에 틀린 비교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 구조물을 통한 개발보다 자연을 보전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향이 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봅니다. 탄소 감축이라는 목표가 결국 자연 보전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블루카본은 단순한 기후 정책이 아니라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해양수산부는 매년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지정해 바다숲 조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루카본이 그린카본(육상 숲)보다 탄소 흡수에 더 효과적인가요?
A. 단위 면적당 탄소 저장 속도와 장기 격리 능력에서는 블루카본이 훨씬 유리합니다. 특히 해저 퇴적물 속에 탄소를 수백~수천 년 동안 묶어두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다만 면적 자체는 육상 숲이 훨씬 넓기 때문에, 두 방식 모두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Q. 한국의 갯벌이 탄소흡수원으로 공식 인정받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A. 2025년 10월 제63차 IPCC 총회에서 갯벌·해조류·조하대 퇴적물을 블루카본 흡수원으로 포함하는 방법론 보고서를 2027년에 발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2027년 이후부터 국제 기준에 따른 공식 감축 실적 인정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Q.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바뀌면 기업들 전기요금에 실제로 영향이 생기나요?
A. 네, 직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발전소가 2026년부터 탄소 배출권을 유상으로 구매해야 하고, 2030년에는 절반(50%)을 돈을 내고 사와야 합니다. 이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많은 제조업체일수록 부담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Q. 바다 사막화가 뭔가요? 갯벌이랑 관련이 있나요?
A. 바다 사막화란 기후 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저 바위가 하얗게 굳고 해조류가 말라 죽는 현상입니다. 육지의 사막화처럼 바다 생태계 전체가 황폐해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갯벌과 바다숲을 복원하는 것은 탄소 흡수뿐 아니라 이 바다 사막화를 막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결론
어릴 때 그냥 재미있는 놀이터였던 갯벌이, 이제는 국가 탄소 감축 목표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뛰어놀던 그 뻘의 상당 부분이 매립됐다는 사실이, 이 글을 쓰고 나서야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당장의 개발 이익보다 자연의 장기적 가치가 훨씬 크다는 걸, 탄소 문제가 현실로 닥친 지금에서야 숫자로 확인하게 됐으니까요.
블루카본이 NDC 달성에 완전한 해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무기인 건 분명합니다. 5월 10일 바다 식목일, 한 번쯤 우리 바다를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갯벌 복원과 바다숲 조성 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지만 확실한 행동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