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빙하가 우리나라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 스위스 융프라우에 올라갔을 때 눈과 얼음이 생각보다 훨씬 적어서 처음엔 그냥 실망했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게 실망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빙하가 사라지면 해양순환이 멈추고, 수자원이 고갈되고, 사람들이 살던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그 연쇄 고리가 이미 시작된 상태라는 게 지금은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해양순환 — 지구의 심장이 느려지고 있다융프라우에서 발을 디뎠을 때 바닥이 축축했습니다. 여름이니까 당연하다고 넘겼는데, 제가 조사한 자료를 보고 나서야 그 축축함이 얼마나 심각한 신호였는지 알았습니다. 지난 40년간 그린란드 빙하 약 1조 톤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었습니다(출처: NASA Climate). 매년 수백억 ..
지구 온난화가 되면 그냥 더워지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여름, 집 창문 너머로 강변이 통째로 물에 잠기는 장면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처음으로 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때는 그냥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해라고 넘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인도양 수온 2도 차이에서 시작된 연쇄 기후재난의 마지막 고리 중 하나였습니다.수온 2도가 대륙 하나를 태웠다바닷물 온도 2도 차이가 뭐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건 일반적인 온도계 눈금 2도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2019년 가을, 인도양의 동쪽과 서쪽 사이에 수온 차가 관측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수준으로 벌어졌습니다. 이 현상을 인도양 다이폴(Indian Ocean Dipole)이라고 부릅니다. ..
한겨울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 영하의 날씨였는데, 그 "윙" 거리는 소리는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모기가 단순히 여름 불청객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실감하게 됐습니다. 지구 반대편 북극에서도, 그리고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모기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환경에 조용히 적응하고 있었으니까요.북극 모기가 늘어난 이유 — 빙하가 사라진 자리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선해지면 모기가 사라진다는 뜻인데, 이 말이 이제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알래스카 같은 북극 지역에서는 6, 7월이 되면 하늘을 새까맣게 덮을 만큼 거대한 모기 떼가 출몰합니다. 우리나라 모기보다 몸집도 크고 무리 지어 움직이는 북극 모기는 최근 몇 년 ..
서울 시내 쥐 신고 건수가 2021년 대비 두 배로 늘었습니다. 단순히 위생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 저는 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 좀 놀랐습니다. 딸아이가 TV에서 말라비틀어진 북극곰을 보고 "아빠, 저 곰 왜 저래?"라고 물었을 때만 해도 기후 위기가 이렇게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생기는 일영구동토층(permafrost)이란 말 그대로 영구적으로 얼어 있어야 하는 땅입니다. 북극과 남극 일대, 시베리아 같은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데, 이 땅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조금씩 녹기 시작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문제는 이 동토층 안에 수만 년 동안 봉인돼 있던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2014년..
올여름 뉴스에서 또 한 번 폭우 특보를 봤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근처 강이 범람해서 인근 논밭이 통째로 잠겼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게 영화 얘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태평양 섬나라 얘기라고 여겼던 게 사실인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립니다.이미 시작된 위기 신호, 숫자로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솔직히 말하면, 저도 처음엔 해수면 상승이라는 말을 들어도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북극곰이 빙하 위에 서 있는 사진이나 녹아내리는 빙산 영상을 보면서도 '그래서 우리 일상이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까요.그런데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해수면은 약 20cm 올랐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아이들이 학교에서 화분을 키운다는 걸 그냥 '정서 교육'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작은 화분 하나가 탄소 순환과 연결된 이야기였습니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가장 오래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고,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주제가 갑자기 제 일상 가까이로 다가왔습니다. 탄소 중립이 먼 나라 정책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탄소 순환이 무너진 이유, 그리고 지구 시스템 모델링이 하는 일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탄소가 나쁜 게 아니라, 탄소가 '있어선 안 될 곳에 너무 많이 있다'는 게 문제라는 설명을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의 느낌이 그랬습니다. 탄소는 원래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흡수되고, 바다에 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