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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저는 대선 토론에서 후보들이 'RE100'을 언급할 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탄소가 문제라는 건 알았지만, 그게 우리 기업들의 수출 생사와 직결된 문제라는 건 그때 몰랐습니다. 국내 RE100 이행률이 고작 19.1%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접하고 나서야 상황이 꽤 심각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RE100

한국의 재생에너지 이행률,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가

어릴 때 만들어본 태양열 자동차, 바닷가에서 봤던 거대한 풍력발전기. 그때만 해도 저는 저런 게 진짜 에너지를 만든다는 게 반신반의했습니다. 풍력발전기 프로펠러가 그렇게 천천히 도는데 전기가 나온다고? 솔직히 그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치를 보니 그 의심보다 더 당혹스러운 현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8.6%로, OECD 37개국 중 최하위입니다. 이스라엘과 함께 10%조차 넘기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군에 속합니다(출처: 국제에너지기구 IEA).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면 에너지 전환도 어느 정도 따라갔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이런 숫자를 직접 찾아보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우리나라도 꽤 하고 있겠지'라는 착각이 있었습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이니셔티브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회사에서 쓰는 전기는 전부 친환경 전기로만 쓰겠다'는 자발적 선언입니다. 국내 RE100 이행률은 현재 19.1%에 머물고 있고, 해외 사업장은 100% 전환에 성공한 기업도 있지만 국내는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보면,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한 기업의 연간 전력 소비량에 미치지 못합니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이 이 정도라면, RE100을 선언한 기업이 늘수록 공급난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국내 RE100 이행률: 19.1% (해외 사업장 100% 대비 현저히 낮음)
  • OECD 재생에너지 비중 순위: 37위 (8.6%), 이스라엘과 함께 최하위권
  •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량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기업 전력 소비량
요약: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이며,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심각해 RE100 이행은 현재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공급이 늘지 못하는 이유, 돈 문제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기술이 부족해서', '땅이 좁아서'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규제와 사회적 합의 실패가 훨씬 큰 걸림돌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할 때 드는 간접 비용, 즉 인허가 비용이 해외 주요국 대비 68% 높습니다. 하드웨어 가격이 아니라, 허가를 받는 과정 자체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는 구조입니다. 이격 거리 규제,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조례, 주민 반대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습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예로 들면, 세계 최대 규모(254MW, 연간 552GWh 생산)의 조력발전소가 국내에 있습니다. 여기서 조력발전(潮力發電)이란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날씨에 관계없이 예측 가능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보유하고도 전체 재생에너지 비중이 8%대에 머무는 현실이, 제 경험상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거기다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30.2%에서 21.6%로 대폭 하향 조정됐습니다. 목표치를 높이는 것도 아니고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주민 반대가 심해지고, 지자체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요약: 재생에너지 보급이 느린 핵심 원인은 기술이 아닌 인허가 규제, 주민 반대, 정책 목표 후퇴라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RE100 못 지키면 어떤 경제위기가 오나

봄철 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매년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보면서, 영화 속에서나 보던 방독마스크 장면이 문득 떠올랐던 게 제가 환경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환경 문제는 막연한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지금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RE100 달성에 실패할 경우 기업들이 받게 될 타격은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입니다.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CBAM이란 재생에너지를 쓰지 않아 탄소를 많이 배출하며 만든 제품에 대해 수입 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쉽게 말해 '탄소 비용을 제품 값에 포함시키겠다'는 유럽의 선언입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BAM 공식 페이지). 국내 철강 산업이 이 직격탄을 맞게 되면 결국 제품 가격 상승이나 수출 축소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노동자에게 돌아옵니다.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수출 업종도 예외가 아닙니다. 애플, 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협력사에게 RE100 이행 여부를 납품 조건으로 요구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생산 기지 자체를 해외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면, 국내 일자리와 산업 기반이 함께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RE100을 단순한 환경 이슈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것이 사실상 무역 장벽이자 경제 안보 문제라고 봅니다.

요약: CBAM, 납품 조건 강화, 생산기지 해외 이전 압력 등 RE100 미달성은 수출 경쟁력과 일자리에 직접적인 경제 타격으로 이어집니다.

[태양광 에너지 설비 설치]

덴마크와 국내 지자체가 보여주는 전환의 가능성

재생에너지 전환이 단순히 비용이고 규제라는 인식이 있는데, 덴마크의 사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덴마크 에너지 기업 외스테드는 2017년 석유와 가스 사업부를 매각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에 집중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2007년 당시 7%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98%로 끌어올렸고, 탄소 배출량은 85% 감축했습니다. 영업 이익은 급증했고, 3,000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했습니다.

에스비에르라는 항구 도시는 원래 작은 어촌 마을이었는데, 해상풍력 배후단지로 탈바꿈하면서 세계적인 산업 도시가 됐습니다. 조선업 위기를 겪던 국내 기업이 해상풍력 구조물 사업에 뛰어들어 대만 해상풍력 발전 단지 계약을 수주한 사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위기의 업종이 전환을 통해 새 시장을 연 겁니다.

국내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경기 RE100 비전'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달성, 원전 6기 규모(9GW)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 생산·공급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화성시 신규 산업단지는 RE100 1호 산단으로 지정됐고,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의무화 협약도 체결됐습니다. 평택항만공사는 주차장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료를 30% 절감했고, 에너지 자립 마을은 태양광 발전 수익으로 전기 판매 소득까지 창출하며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VPPA(가상전력구매계약)를 활용하는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VPPA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어 실물 전기 대신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발전소가 멀리 있어도 RE100 이행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제주도 북촌의 풍력 발전 VPPA 계약이 그 사례입니다. 이처럼 기업들은 부족한 공급 현실 속에서도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전기 트럭 도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약: 덴마크 외스테드와 국내 경기도·평택항만 사례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비용이 아닌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임을 보여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RE100 안 지키면 우리 기업이 진짜 불이익 받나요?

A. 단순한 불이익이 아닙니다. 애플, BMW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협력사에 RE100 이행을 납품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유럽 CBAM은 탄소를 많이 배출한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발적 캠페인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수출과 거래 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구조입니다.

 

Q. 한국은 왜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렇게 낮은 건가요?

A. 국토가 좁다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인허가 규제와 주민 반대, 정부의 목표 하향 조정입니다. 해외 대비 간접 비용이 68% 높은 구조에서는 발전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것이 보급 속도를 늦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Q. 기업이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있습니다. VPPA(가상전력구매계약)를 통해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하거나,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 자가 발전 시설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공급이 확대되는 동안 병행 가능한 현실적 수단으로 보입니다.

 

Q. CFE와 RE100은 어떻게 다른가요?

A. CFE(무탄소 전력)란 원자력처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RE100이 재생에너지만을 인정하는 것과 구분됩니다. 정부는 CFE를 RE100과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하려 하지만, 국제 시장에서는 여전히 RE100 기준이 우선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 대체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론

지구와 인간은 공존해야 한다는 말이 어쩌면 너무 당연해서 흘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뿌연 봄 하늘을 보면서 '이래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행동이 결국 자신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 이제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수출 통계와 무역 조건이라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과 RE100은 누가 먼저 전환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는 쪽과 뒤처지는 쪽이 갈리는 문제입니다. 배터리, 전기·수소차, 반도체, 친환경 선박처럼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연결시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100%가 아니더라도, 지금부터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우리 지역의 RE100 관련 정책이나 산업단지 지원 사업부터 한번 찾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FeeI4cO9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