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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준비를 할 때마다 저는 습관처럼 종이컵과 일회용 접시를 챙겼습니다. 자연을 즐기러 가면서 자연에 해가 되는 쓰레기를 만들러 가는 셈인데, 그 아이러니를 알면서도 행동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써왔던 플라스틱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처럼 쌓이고 있다는 사실, 그 산이 전국에 무려 235개에 달한다는 현실을 마주하면 더 이상 모른 척하기 어려워집니다.

[AI로 생성한 쓰레기산 예상 모습]



쓰레기 산, 어쩌다 우리 동네 옆에 생겼나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쌓인 일반쓰레기 봉투를 보면서 "이게 다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 생각을 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쓰레기들이 향하는 곳 중 일부는 허가받은 처리 용량을 100배 넘게 초과해 불법으로 방치된 폐기물 야적장이었습니다.

전라북도 정읍의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는 허가 용량 2,000톤의 100배에 달하는 약 20만 톤의 쓰레기를 쌓아놓고 방치했습니다. 주민들 말로는 3~4년 전부터 자고 일어나면 쓰레기 더미가 3m 이상씩 올라왔다고 합니다. 썩으면서 발생하는 침출수는 아무런 여과 없이 주변 논밭으로 흘러들었고, 불과 500m 거리에 낙동강 상수원이 흐른다는 사실은 더 큰 공포였습니다.

이런 불법 방치 폐기물이 전국에 235개 현장, 총 120만 톤에 달한다는 사실은 환경부 자료에서 확인됩니다(출처: 환경부). 이 문제가 갑자기 터진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서서히 진행된 위기라고 설명합니다. 결정적인 도화선은 2018년 1월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조치였습니다. 여기서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란,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가량을 받아 처리하던 중국이 자국 환경 정책을 이유로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차단한 것을 말합니다. 중국에 쓰레기를 수출하던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고, 처리처를 잃은 폐플라스틱이 국토 곳곳에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약: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 이후 갈 곳을 잃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불법 야적 형태로 전국 235개 현장에 120만 톤 쌓였고, 주민들은 침출수·유독 가스·화재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분리수거 잘 하면 다 재활용되는 거 아닌가요

솔직히 이건 저도 오해하고 있던 부분입니다.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면 대부분 재활용된다고 믿었는데, 실상은 달랐습니다. 분리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 10개 중 4개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집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재질 혼합 문제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플라스틱 용기 하나만 봐도 몸체와 뚜껑, 라벨이 각기 다른 재질로 구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재활용 업체 입장에서 단일 재질이 아니면 가공 자체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한 폐플라스틱 재가공 업체는 국산 원료 비율이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국과 호주산 폐플라스틱을 수입해 씁니다. 단일 재질로 만들어진 수입산이 품질과 가격 면에서 국산보다 월등하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버리고 한쪽에서는 수입하는 상황이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형 폐기물 연료, 즉 SRF(Solid Refuse Fuel)도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RF란 폐비닐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합성수지를 선별·분쇄·압축해 만든 고체 연료로, 석탄보다 칼로리가 높아 시멘트 공장이나 열병합발전소에서 사용됩니다. 그런데 환경오염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열병합발전소 가동이 중단되거나 공사가 멈추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SRF를 납품하는 재활용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원료인 폐플라스틱이 다시 방치되는 악순환이 생겼습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출처: 그린피스 한국). 좁은 땅에 높은 인구 밀도, 늘어나는 1인 가구, 배달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처리 인프라는 제자리걸음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하루 200톤을 소각해야 하는데 노후 소각장이 140톤밖에 처리하지 못해 52,000톤이 넘는 쓰레기가 야적장에 비닐만 씌워진 채 2년 넘게 쌓여 있습니다.

재활용이 막히는 핵심 이유

  • 재질 혼합 포장재 — 뚜껑·몸체·라벨이 각기 달라 가공 불가
  • 세척 미비 — 음식물이 묻은 채로 버려지면 선별 단계에서 탈락
  • SRF 수요 감소 — 열병합발전소 주민 반대로 납품처 붕괴
  • 소각·매립 인프라 한계 — 용량 부족과 주민 반대가 동시에 작용
요약: 분리수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재질 혼합 포장재, SRF 수요 감소, 처리 인프라 부족이 맞물려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조차 결국 방치되는 구조입니다.

[AI로 생성한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수달]

생산자 책임,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지역 축제를 가면 예전과 달라진 풍경이 보입니다. 사용한 그릇을 수거해서 직접 설거지하고, 다회용 컵으로 음료를 제공하는 부스가 늘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처음엔 번거롭겠다 싶었는데 실제로는 꽤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여야 지구가 조금이라도 버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EPR,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입니다.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이란 제품을 만든 기업이 그 제품이 폐기물이 된 이후의 처리 비용과 책임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설계한 기업이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까지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 일부 포장재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모든 제품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열분해 기술도 주목할 만한 현실적 대안입니다. 열분해(Pyrolysis)란 폐비닐 등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합성수지를 300~400도로 가열해 기름으로 환원하는 기술입니다. 소각과 달리 산소 없이 열로만 분해하기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소각 대비 90% 이상 줄어들고, 추출된 기름은 아스팔트 원료 등 산업용으로 납품됩니다. 일본·독일은 물론 중국에서도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인프라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반송된 한국산 쓰레기 1,200톤의 소각 처리에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됐습니다. 소각 단가는 3~5년 사이 2배, 매립 단가는 5배 이상 뛰었습니다. 쓰레기를 만들어서 세금으로 태우는 구조는 결국 소비자인 우리 모두가 부담을 나눠 지는 방식입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소재 개발과 재활용 가능한 단일 재질 포장 설계를 기업에 강제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지금 당장 필요한 이유입니다.

요약: 개인 실천과 함께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 확대, 열분해 기술 인프라 지원, 단일 재질 포장 의무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분리수거된 플라스틱 10개 중 4개는 재활용되지 못합니다. 재질이 혼합된 포장재, 세척되지 않은 용기, 납품처 부족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겹쳐 있습니다. 분리수거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기업의 포장 설계 변화와 처리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Q.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왜 필리핀까지 가게 된 건가요?

A.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갈 곳을 잃은 한국산 폐플라스틱이 동남아시아로 향했습니다. 필리핀에는 재활용 명목으로 6,300톤이 수출됐는데, 실제로는 음식물이 섞인 생활 폐기물이었습니다. 필리핀 시민단체의 반발과 정부의 반환 촉구로 1,200톤이 먼저 반송되었고, 그 처리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됐습니다.

 

Q. 열분해 기술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A.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유효한 보완 수단입니다. 열분해는 기존 소각으로도 처리하기 어려운 폐비닐류를 산업용 기름으로 전환하며,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소각 대비 90% 이상 적습니다. 다만 처리 가능한 물량에 한계가 있어 플라스틱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냅니다.

 

Q. EPR 제도가 뭔지, 지금 한국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요?

A.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은 제품을 생산한 기업이 해당 제품이 폐기물이 된 뒤의 수거·재활용 비용까지 부담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한국은 일부 포장재와 제품군에만 적용하고 있어 범위가 좁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질로 포장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부담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론

캠핑 갈 때마다 일회용 접시를 챙기던 저 자신을 돌아보면, 문제는 늘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분리수거를 잘하면 된다는 믿음, 쓰레기는 어디선가 알아서 처리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지금의 쓰레기 산을 만드는 데 일조했을지 모릅니다.

당장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합니다. 일회용 용기를 한 번 더 생각하고, 다회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입니다. 동시에, 소비자로서 재활용 가능한 단일 재질 포장을 요구하고 EPR 제도 강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쓰레기 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HJ-Nc2X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