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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한쪽에 쌓인 옷들을 보다가 의류수거함에 넣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누군가 입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으로요. 그런데 그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제대로 알고 나서는 그 가벼운 마음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 벌, 그 중 330억 벌이 같은 해 버려집니다. 우리가 편리하게 누리는 것들의 대가가 어디선가 치러지고 있었습니다.

[옷이 쌓여 있는 모습]



의류 폐기물이 만들어낸 거대한 무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의류수거함에 넣은 옷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아프리카까지 흘러간다는 사실을요.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인근에는 칸타만토(Kantamanto)라는 중고 의류 시장이 있습니다. 매주 컨테이너째로 들어오는 헌 옷의 양이 무려 1,500만 개, 가나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량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수거된 헌 옷도 이곳에서 발견됩니다.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이니까요.

문제는 이 시장에 들어온 옷의 40%가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팔리지 못한 옷들은 시장 근처 강변과 매립지에 쌓이고, 공간이 부족해지면 결국 태워집니다. 제가 아무 생각 없이 수거함에 넣었던 그 옷들이 누군가의 마을 강가에서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던 겁니다.

국내 수출업체에서 수거된 헌 옷의 단 5%만 국내에서 소화되고 나머지 95%는 해외로 수출됩니다. 팔리지 않은 새 옷도 포장을 뜯지 않은 채 헌 옷으로 분류되어 같은 경로를 밟습니다. 이른바 울트라 패스트 패션(Ultra Fast Fashion) — 유행이 일주일 단위로 바뀌고 알고리즘이 소비를 부추기는 시대 — 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여기서 울트라 패스트 패션이란 기존의 패스트 패션보다 더 빠른 주기로 신상품을 출시하고 소비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저렴한 가격과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이 결합해 소비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킵니다.

저도 가끔 "싼 거 많이 입고 금방 새로 사면 되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가 반복될수록 옷을 만들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흰색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드는 물의 양은 2,700L로, 한 사람이 3년간 마실 물의 양과 맞먹습니다(출처: 유엔환경계획(UNEP)). 청바지 한 벌은 제조 과정에서 33kg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자동차로 111km를 달릴 때 나오는 양과 같습니다. 그리고 한 해 만들어지는 청바지는 40억 벌입니다.

  • 전 세계 연간 의류 생산량: 1,000억 벌, 같은 해 폐기량: 330억 벌
  • 국내 헌 옷 수거 후 해외 수출 비율: 95%, 국내 소화 비율: 5%
  • 패션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 세계 배출량의 10% (선박+항공 합산보다 많음)
  • 흰 면 티셔츠 1장 제조 소요 물: 2,700L (한 사람 3년치 음용수)
  • 염색 공정이 소비하는 물: 전체 산업 용수의 20%
요약: 우리가 수거함에 버린 옷의 95%는 해외로 수출되고, 그 중 40%는 가나 같은 개발도상국의 매립지나 강가에 쌓여 결국 소각됩니다.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드는 환경 비용은 우리가 지불한 가격보다 훨씬 큽니다.

 

우리가 입는 옷은 사실 플라스틱이다

제가 직접 옷 태그를 확인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옷에 '폴리에스터(Polyester)' 또는 '나일론'이 적혀 있었습니다. 폴리에스터란 석유화학 공정에서 생산되는 합성섬유로, PET병과 동일한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플라스틱 병을 실로 뽑아 만든 옷을 입고 있는 겁니다. 현재 전체 섬유 생산량의 50% 이상이 폴리에스터입니다. 1950년대에 '꿈의 소재'로 각광받으며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고, 2000년대를 기점으로 면을 생산량에서 앞질렀습니다.

이 폴리에스터 소재의 옷이 심각한 이유는 세탁 과정에 있습니다. 옷을 세탁기에 돌릴 때마다 섬유가 마모되면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 발생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는데, 너무 작아서 하수 처리 시설로도 걸러지지 않고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연구팀이 한강 수계를 분석한 결과,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7종 가운데 4종이 합성섬유 관련 물질이었고, 인구 밀도가 높은 하류에서 농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옷 1kg을 세탁할 때 최대 67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는 수치는 솔직히 제 예상을 크게 벗어났습니다.

일부에서는 폐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이 친환경이라고 홍보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국내에서 수거된 페트병은 이미 80% 이상이 재활용되고 있어 수요가 충분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패션 업계가 폐 페트병을 사들이면서 원료 가격이 60%가량 치솟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건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 친환경 이미지를 만드는 마케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합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 환경 개선 효과는 미미하면서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의류 공장 지역 운하에는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염색 공정에서 나온 폐수가 여과 장치 없이 강으로 쏟아지고, 그 강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렴한 옷을 사는 기쁨 뒤편에서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있는 셈입니다. 전 세계 패션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 총량의 10%로, 선박과 항공 산업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출처: 유엔환경계획(UNEP) 패스트패션 보고서). 소각을 친환경의 반대말로만 알고 있었는데, 결국 옷을 '덜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요약: 폴리에스터 의류는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해 식수원까지 오염시키며, 폐 페트병 재활용 의류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그린워싱에 가깝습니다. 핵심은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재질의 옷]

자주 묻는 질문

Q. 의류수거함에 넣은 옷은 정말 재활용이 안 되나요?

A. 수거된 헌 옷의 95%는 해외로 수출됩니다. 수출된 옷 중에서도 40% 내외는 현지 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고 매립되거나 소각됩니다. 상태가 좋은 옷은 일부 재사용되지만, 전량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Q. 폴리에스터 옷을 세탁하면 정말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나요?

A. 네, 실제 실험 결과 옷 1kg을 세탁할 때 최대 67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합니다. 이 입자들은 하수 처리 과정에서 완전히 걸러지지 않아 강과 바다로 흘러가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몸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Q. 폐 페트병으로 만든 옷은 친환경 아닌가요?

A.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페트병은 이미 80% 이상 재활용되고 있어 굳이 옷 원료로 전환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패션 업계의 수요 증가로 재활용 원료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생겼고, 폐 페트병 의류 역시 세탁 시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합니다.

 

Q. 저렴한 옷을 많이 사는 게 그렇게 나쁜 건가요?

A.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매 후 실제로 오래 입는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핵심은 한 철 입고 버리는 주기가 짧아질수록 옷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의 환경 비용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가격보다 착용 횟수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불필요한 구매 자체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미 가진 옷을 오래 입고, 구매할 때는 소재와 내구성을 확인하는 습관이 출발점입니다. 세탁망을 활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방출을 일부 줄일 수 있고, 정말 입지 않는 옷은 중고 거래로 직접 연결하는 것이 수거함보다 실질적인 재사용에 가깝습니다.

 

결론

저렴한 옷을 자주 사고 빠르게 버리는 것이 편리하다는 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9,900원짜리 티셔츠를 사는 순간, 그 뒤편에서는 2,700L의 물이 소비되고, 방글라데시 어딘가의 강이 검게 물들고, 가나의 해안가에 또 하나의 옷 무덤이 쌓인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옷은 소각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저도, 소각이 또 다른 대기오염을 만들어낸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 가벼운 생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선택은 여전히 개인의 몫입니다. 하지만 옷장을 열기 전에 딱 한 가지만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 옷을 30번 이상 입을 수 있을까?" 패스트 패션 산업의 구조를 혼자서 바꿀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한 번 줄이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옷을 사려던 계획이 있다면, 이미 가진 옷 중에 아직 제대로 못 입은 것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w5PdqOio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