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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수소 변환 (분리수거 현실, 알칼리 열처리, 탄소중립)

발그레돌 2026. 9. 7. 20:27

목차


      마라탕 배달 용기를 씻다가 결국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기름이 굴곡마다 끼어서 아무리 닦아도 개운하지 않고, 결국 대충 헹궈서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던져 넣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버리면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을. 그런데 최근 폐플라스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뽑아내는 국내 연구를 접하고, 제가 가진 분리수거에 대한 믿음이 꽤 많이 흔들렸습니다.



    분리수거 현실 — 우리가 믿었던 것과 실제 숫자

    일반적으로 한국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3%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숫자를 믿으며 나름 성실하게 분리수거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었습니다.

    연료로 태우는 것도 재활용으로 집계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플라스틱 소재로 다시 만들어지는 비율, 즉 물질 재활용(material recycling) — 쉽게 말해 폐플라스틱이 새 플라스틱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비율 — 은 음식물 오염분까지 빼면 18%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2%는 사실상 버려지거나 태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마라탕 용기를 대충 헹궈서 버린 것이 문제가 아니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 플라스틱 종류가 제각각이라 실제 선별 현장에서 사람이 눈으로 직접 분류해야 하는데, 속도가 빠른 컨베이어 위에서 이를 완벽하게 분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대부분은 압축되어 연료로 소각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됩니다.

    • 공식 플라스틱 재활용률: 73% (연료 소각 포함)
    • 실제 물질 재활용률: 약 18% (오염·혼합 손실 제외)
    • 국내 연간 폐플라스틱 발생량: 약 1,400만 톤
    • 분류 불가 플라스틱 처리 방식: 압축 후 연료(열원)로 소각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상위권입니다(출처: 환경부).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구조적 한계 앞에서는 개인의 노력이 생각보다 훨씬 작은 효과를 냅니다. 제가 마라탕 용기를 깨끗이 씻어 버렸더라도, 용기 뚜껑의 PP와 용기 본체의 다른 소재가 뒤섞이는 순간 재활용 가능성은 이미 낮아져 있었을 겁니다. 그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다른 방향의 해법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요약: 한국 플라스틱 재활용률 73%는 소각 연료 포함 수치이며, 실제 소재 재활용은 18%에 그쳐 분리수거만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합니다.

     

    알칼리 열처리 — 섞인 플라스틱에서 수소를 꺼내다

    플라스틱에서 수소가 나온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플라스틱은 탄소 덩어리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PET 같은 플라스틱의 분자 구조를 보면 탄소(C)와 수소(H), 그리고 산소(O)가 함께 결합되어 있습니다. 수소가 이미 소재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기존에도 가스화(gasification) 공정 — 폐플라스틱에 고온 수증기를 불어 넣어 기체로 분해하는 방식 — 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7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고,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가 동시에 발생해 온실가스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택한 방법은 달랐습니다. 알칼리 열처리(alkaline thermochemical treatment)를 적용한 것입니다. 여기서 알칼리 열처리란 수산화나트륨(NaOH) 같은 염기성 물질을 플라스틱과 함께 가열해, 알칼리가 플라스틱 분자를 공격해 수소를 뽑아내고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나트륨이 붙잡아 탄산나트륨으로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결과적으로 공기 중 CO2 배출은 0에 가까워집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반응 온도였습니다. 기존 가스화 공정이 700도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이 알칼리 열처리 방식은 300도 수준에서도 반응이 가능합니다. 반응기를 달구는 데 들어가는 연료 자체가 줄어드니 간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열중량 분석(TGA, Thermogravimetric Analysis) — 온도를 올리면서 샘플의 질량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분해 온도를 파악하는 분석법 — 으로 확인한 결과, 혼합 폐플라스틱이 400도 이하에서도 충분히 분해된다는 것을 데이터로 검증했습니다(출처: IEA Hydrogen).

    한 가지 더 중요한 난관이 있었습니다. PET는 분자 구조에 산소가 포함되어 있어 알칼리가 잘 반응하는데, PE와 PP는 탄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져 있어 알칼리가 공격할 지점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200도 정도의 열로 PE·PP 표면에 산소 작용기를 미리 붙이는 전처리(pre-oxidation) 과정을 추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산소가 잘 붙지 않고, 너무 높으면 샘플이 타버리는 탓에 최적의 온도와 시간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세밀한 조건 최적화야말로 연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기술이 의미하는 숫자들

    국내에서 한 해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약 1,400만 톤 전량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국내 연간 수소 생산량(약 240만 톤)의 약 3분의 1을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로는 1GW급 원자력발전소 3기가 1년간 생산하는 전력량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수소 경제가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소 가격이 비쌌기 때문인데, 이 공정이 상용화되어 kg당 5,000원 이하의 저가 수소를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되면 수소차, 철강 수소환원제철, 지속가능항공연료(SAF) 산업 전반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약: 알칼리 열처리로 혼합 폐플라스틱에서 CO2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며, 반응 온도를 300도 수준으로 낮춰 경제성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실제 재활용이 18%밖에 안 된다면, 분리수거가 의미 없는 건가요?

    A. 분리수거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분리수거만 잘하면 대부분 재활용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확인해보니 음식물 오염과 혼합 소재 문제가 구조적으로 존재합니다. 분리수거는 유지하되, 동시에 오염된 혼합 플라스틱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Q. 알칼리 열처리 후 남은 탄소는 어떻게 되나요? 환경에 해롭지 않나요?

    A. 반응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수산화나트륨(NaOH)에 포집되어 탄산나트륨(Na₂CO₃)이라는 고체 물질로 전환됩니다. 기체 상태로 공기 중에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다만 생성된 탄산나트륨과 부산물의 장기적인 처리 방식에 대한 후속 연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Q. PE, PP처럼 산소가 없는 플라스틱도 이 방법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PE와 PP는 분자 구조에 산소가 없어 처음에는 알칼리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200도 전후의 열로 표면에 산소 작용기를 붙이는 전처리 단계를 추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고, 이후에는 PET, PE, PP, 폴리스티렌이 섞인 혼합 폐플라스틱에서도 수소가 생산됨을 확인했습니다.

     

    Q.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A. 현재는 수백 그램 단위의 연속 반응 실험 단계입니다. 실험실 결과가 공장 규모로 확장되는 스케일업(scale-up) 과정에서 추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상용화 시점을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반응 온도가 낮아 설비 비용 부담이 기존 기술보다 적다는 점은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결론

    마라탕 용기를 씻다가 포기했던 그 순간이 부끄럽지만은 않게 됐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는 구조적 빈틈이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고, 그 빈틈을 기술이 채우려 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플라스틱에서 탄소가 아닌 수소가 나온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의아해했던 제가 이제는 그 가능성을 숫자로 납득하게 됐습니다.

    물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반응 후 생성되는 부산물이 환경이나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이 공정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술의 완성도를 검증하는 시간도 충분히 주어져야 합니다. 제 경험상 희망적인 연구일수록 냉정한 후속 검증이 더 중요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DXMg5sPDmE&t=3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