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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 대면적, 텐덤)

발그레돌 2026. 8. 12. 09:06

목차


      아이들이 학교에서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어 왔던 날, 저는 그 작은 장난감이 나무 그늘에 들어서는 순간 멈춰버리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게 그렇게 직관적으로 느껴진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연구실에서는 그 한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돌파하려는 시도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현재 태양열을 이용하기 위하 패널이 깔려 있는 모습]



    상용화를 가로막던 벽, 대면적에서 무너지다

    솔직히 처음 시골 도로를 달리다 광활한 땅을 덮은 태양광 패널들을 봤을 때, 저는 저게 과연 도시에서도 가능한 기술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겁고 두꺼운 패널을 옥상에 얹는다는 게 생각보다 큰 부담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는 그 발상 자체를 뒤집는 소재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란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양이온과 하나의 음이온으로 이루어진 3차원 결정 구조를 가진 소재입니다. 여기서 결정 구조란,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내부 패턴을 뜻하는데, 이 배열 덕분에 빛에 빠르게 반응하고 용액 공정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생깁니다. 쉽게 말해 인쇄하듯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09년 일본 연구자가 처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선보였을 때 광전 변환 효율은 고작 3.8%에 불과했습니다. 광전 변환 효율(PCE, Power Conversion Efficiency)이란 태양빛 에너지 중 실제 전기로 바뀌는 비율을 뜻합니다. 불과 16년 만에 그 수치가 27%를 넘어섰고, 이 경주를 이끈 주역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제가 자료를 보면서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광에너지 연구센터 전남중 박사 연구팀은 200㎠ 이상 대면적 기준으로 세계 최고 효율을 무려 아홉 차례나 경신했습니다. 2023년 5월에는 200㎠ 이상 대면적에서 세계 최초로 20.6% 효율을 돌파했습니다(출처: 한국화학연구원). 여기서 대면적이 왜 중요하냐면, 실험실에서 손톱만 한 셀 하나에서 높은 효율을 내는 것과, 실제 건물 창문 크기의 모듈에서 그 효율을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면적이 커질수록 내부 박막이 균일하게 형성되지 못하고 전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고질적인 난제였습니다. 연구팀은 코팅 용액의 점도와 건조 속도 차이로 생기는 미세 결함을 첨가제로 제어하고, 페로브스카이트층을 균일하게 유도하는 신규 기술을 개발해 이 벽을 넘었습니다. 공정 방식도 두 갈래로 확보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습식 공정: 원료 소재를 용매에 녹여 전자잉크 형태로 만든 뒤 기판 위에 인쇄하는 방식. 상온·상압에서 대량 생산에 유리
    • 건식 증착 공정: 진공 챔버 안에서 소재를 기화시켜 쌓는 방식. OLED 양산에 쓰이던 기술을 태양전지에 접목, 균일 코팅에 강점
    • 잉크젯 프린팅 공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검증된 미세 분사 기술 활용. 재료 소모량이 적고 속도가 빠르며 대면적 한계 극복에 유리

    두 공정을 동시에 보유한다는 것은 가혹한 환경 실험을 통해 각 공정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최종 선택권을 쥔다는 의미입니다. 중국과 일본이 슬롯다이 인쇄 공정으로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잉크젯 방식의 속도와 정밀도라는 차별점으로 패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요약: 대면적 균일 코팅 기술 확보로 페로브스카이트 상용화의 가장 높은 벽을 넘어섰으며, 습식·건식·잉크젯 3가지 공정을 동시에 보유한 것이 한국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텐덤 태양전지, 효율과 수명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깁니다. 효율을 높이면 수명이 줄고, 수명을 늘리면 효율이 떨어진다면 대체 어디서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제가 직접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이 바로 이 딜레마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파한 연구들이었습니다.

    텐덤 태양전지(Tandem Solar Cell)란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두 가지 소재를 위아래로 쌓아 태양광 활용률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상단에는 짧은 파장의 빛을 잡는 페로브스카이트를, 하단에는 긴 파장을 흡수하는 실리콘을 결합해 단일 소재로는 불가능한 효율의 한계를 뛰어넘는 구조입니다. 이 텐덤 구조에서 목표 효율은 35%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출처: IEA 태양광 기술 현황).

    DGIST 생명화학공학과 서장원 교수 연구팀은 디온-자콥슨(Dion-Jacobson) 구조의 보호막을 도입해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디온-자콥슨 구조란 기존 2차원 보호막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단단한 결정 배열을 가진 계면 보호층으로, 전하 이동을 원활하게 하면서 외부 환경으로부터 내부를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기술로 25.56%의 광전 변환 효율과 85도 고온·85% 고습 환경에서의 장기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연세대 노준홍 교수 연구팀의 접근은 더 역발상이었습니다. 복잡한 화학 처리 없이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와 3차원 페로브스카이트를 단순히 접촉시켰더니 내부 결정 구조가 스스로 재배열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입니다. 이를 가역적 접촉 유도 양이온 상호작용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아무것도 섞지 않고 닿게만 해도 소재가 스스로 정화된다는 뜻입니다. 결과는 광전 변환 효율 26.25%, 2천 시간 연속 구동 후 초기 효율의 95.2% 유지라는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제 경험상 기술의 돌파구는 종종 가장 단순한 발상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 연구가 바로 그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광주과학기술원 강영규 부소장 연구팀은 전자 수송층(ETL, Electron Transport Layer)에 주목했습니다. 전자 수송층이란 태양전지 내부에서 만들어진 전자를 외부 회로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층입니다. 주석 산화물 전자 수송층에 고분자 물질 PEI를 혼합해 표면 결함을 메우고 전자 이동 장벽을 낮춤으로써, 25㎠ 미니 모듈 규모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요약: 텐덤 구조, 디온-자콥슨 보호막, 가역적 접촉 유도 기술 등 서로 다른 경로로 효율과 수명의 딜레마를 돌파한 연구들이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뭐가 다른가요?

    A. 실리콘 태양전지는 두껍고 무거워 설치 장소에 제약이 많은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는 가볍고 유연하며 인쇄하듯 만들 수 있어 자동차 지붕이나 건물 유리창에도 붙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조 공정이 간단해 대량 생산 비용이 훨씬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핵심 차이입니다.

     

    Q.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는 언제쯤 될까요?

    A. 국내 기업 기준으로 2027년 대량 생산 체계 확보, 2029년 해외 생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과 일본도 빠르게 추격 중이어서 실제 시장 출시 시점은 기술 개발과 투자 규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 문제는 해결됐나요?

    A.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연세대 연구팀의 가역적 접촉 유도 기술로 2천 시간 연속 구동 후 초기 효율의 95.2%를 유지하는 성과가 나왔습니다. 장기 내구성은 여전히 세계 연구자들이 가장 집중하는 과제이며, AI 모델과 결합한 데이터 분석으로 해결 속도를 높이는 연구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Q. 건물 유리창이 태양전지가 된다는 게 실제로 가능한 얘기인가요?

    A. 네, 이미 370×470mm 크기의 불투명·반투명 모듈이 잉크젯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어 창문으로 빛을 들이면서 동시에 전기를 만드는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BIPV)로의 활용이 상용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결론

    아이들의 태양광 자동차가 그늘에서 멈췄던 그 장면이 저는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를 들여다보고 나니, 그 멈춤이 언젠가는 추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리창이 발전소가 되고, 자동차 지붕에서 전기가 나오는 세상은 더 이상 SF가 아닙니다.

    연구비 437억으로 일본의 10배, 중국의 200배 규모와 싸우는 명량 프로젝트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게 제 솔직한 판단입니다. 원천 기술에서 앞서 있으면서도 상용화에서 뒤처졌던 실리콘 태양전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 이 시점의 투자와 산학연 협력 체계가 결정적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 동향을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TRolcngWV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