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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 (클라우드시딩, 전기장실험, 가뭄대응)

발그레돌 2026. 8. 18. 16:29

목차


      전국 용수댐 중 유일하게 가뭄 심각 단계가 내려진 운문댐의 저수율이 현재 25%까지 떨어졌습니다. 2년 전 저도 아파트 방송으로 단수 예고를 들었을 때 생수를 잔뜩 주문하려던 기억이 납니다. 가뭄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공강우라는 기술에 관심이 생겼는데, 최근 제주에서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전기장 기반 실험이 시작되면서 이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제대로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가뭄으로 말라 갈라진 땅]



    클라우드시딩, 80년 역사가 말해주는 것

    인공강우의 정식 명칭은 클라우드시딩(Cloud Seeding)입니다. 여기서 클라우드시딩이란 구름 속에 특정 물질을 뿌려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구름에 씨앗을 뿌린다는 뜻이죠.

    이 기술의 출발은 1946년입니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소의 빈센트 셰퍼가 냉동고로 인공 구름 환경을 재현하던 중 드라이 아이스를 넣자 과냉각 물방울, 즉 0도 이하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물방울에서 수많은 얼음 결정이 생겨나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 시초입니다. 같은 해 버나드 보네가 요오드화은도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요오드화은은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강우 물질이 되었습니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기온이 낮아 과냉각 물방울이 많은 차가운 구름에는 드라이 아이스나 요오드화은을 사용하고, 액체 물방울이 주를 이루는 따뜻한 구름에는 소금처럼 물을 잘 끌어당기는 흡습성 물질을 살포합니다. 조건이 맞는 경우 일부 연구에서는 강수량이 5~15% 증가했다는 결과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1947년 미국 정부와 제너럴 일렉트릭이 진행한 서라스 프로젝트에서 허리케인 외곽 구름에 드라이 아이스를 살포한 직후, 허리케인이 방향을 틀어 조지아주 사바나에 상륙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공강우가 허리케인 진로를 바꿨다는 비난이 쏟아졌죠. 인과관계는 끝내 입증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기술에 대한 불신의 씨앗이 됐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1967~1972년 베트남전에서 드러났습니다. 미국은 뽀빠이 작전이라는 비밀 기상 조절 작전을 통해 북베트남 보급로 위에 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해 도로를 진흙탕으로 만들려 했습니다. 이 작전이 1971년 언론에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결국 1976년 UN 총회는 엔모드(ENMOD), 즉 환경 변경 기술의 군사적 사용을 금지하는 협약을 채택했습니다. 엔모드란 적대적 목적으로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를 국제법으로 금지한 협약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인공강우 역사도 꽤 됩니다. 1994년 대가뭄을 계기로 연구가 시작됐고, 2001년에는 공군 항공기를 빌려 요오드화은과 드라이 아이스를 직접 살포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며 비가 오지 않아 논에 물을 걱정하시던 부모님을 봤는데, 그 당시에도 이런 기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후 2017년에는 기상청이 국내 최초 기상관측 전용 항공기 킹에어 350HW를 도입했고, 2023년에는 실험의 약 86%에서 강수 증가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최근 3년간 기상 항공기 한 대 기준으로 실험 1회에 늘어난 강수량은 평균 약 1.4mm 수준이었습니다. 수치만 보면 가뭄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솔직한 판단입니다.

    • 차가운 구름: 드라이 아이스 또는 요오드화은으로 얼음 결정 생성 유도
    • 따뜻한 구름: 흡습성 물질(소금 등)로 액체 물방울의 충돌·합체 촉진
    • 효과 범위: 조건이 맞는 경우 강수량 5~15% 증가 보고 (출처: 세계기상기구 WMO)
    • 근본 한계: 적합한 구름이 있어야만 시도 가능, 맑은 하늘에서는 불가
    요약: 클라우드시딩은 80년 역사를 가진 기술이지만 1회 실험으로 늘어나는 강수량이 평균 1.4mm에 불과해 가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뚜렷합니다.

     

    전기장 실험, 화학 물질 없이 비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제주 서귀포에 있는 대형 구름 물리 실험 챔버 KC-FACS에서 조금 다른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미국 노스다코타 대학교 데이비드 델랭 교수 연구진과 함께 전기장을 이용한 공동 실증 연구를 진행한 겁니다. KC-FACS란 국립기상과학원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구름 물리 연구 시설로, 챔버 내부의 온도·기압·습도를 정밀하게 제어해 다양한 대기 조건을 실험실 안에 구현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출처: 국립기상과학원).

    그렇다면 전기장이 구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핵심은 물 분자의 쌍극자 특성에 있습니다. 쌍극자란 하나의 분자 안에서 전하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성질을 말합니다. 물 분자는 산소 쪽이 약한 음전하를, 수소 쪽이 약한 양전하를 띠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은 주변에 전기장이 형성되면 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기장 조건에서는 얼음 결정들이 특정 방향으로 정렬되거나 사슬처럼 서로 연결되는 현상도 관측된 바 있습니다.

    이번 실험은 기존 아랍에미리트 방식과 물리적 메커니즘 자체가 다릅니다. 아랍에미리트는 드론으로 이미 존재하는 액체 물방울에 전하를 가해 물방울끼리의 충돌과 합체 과정에 영향을 주는 방식입니다. 따뜻한 구름에 적용하는 접근이죠. 반면 이번 제주 실험은 차가운 구름 속 과냉각 물방울에 전기장을 가했을 때 빙정핵 생성, 즉 얼음 결정이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촉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빙정핵 생성이란 과냉각 물방울이 고체 얼음 결정으로 바뀌는 첫 단계를 의미하며, 이 과정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어나느냐가 결국 강수량에 영향을 미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학 물질 없이 전기장만으로 얼음 결정 생성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기존 클라우드시딩의 환경 오염 문제와 지속적인 물질 살포 비용이라는 두 가지 한계를 동시에 넘어설 가능성이 생기는 거니까요.

    물론 아직은 챔버 안에서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제가 직접 이 기술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니, 실제 구름에 적용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닙니다. 챔버에서는 전극을 설치해 원하는 세기의 전기장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실제 구름은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규모로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 넓은 공간에 충분한 세기의 전기장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입니다.

    인공강우를 둘러싼 국제적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대규모 기상 조절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한반도의 강수량을 빼앗아 간다고 주장하는데, 현재 과학적으로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습니다. WMO도 인공강우가 주변 지역 강수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규모가 커질수록 국가 간 정보 공유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기술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된 지구에서 한 지역의 기상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행위가 다른 지역과 무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요약: 전기장을 이용한 빙정핵 생성 촉진 실험은 화학 물질 없이도 강수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새로운 접근이지만, 실제 대기에 적용하기까지는 기술적·국제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인공강우로 가뭄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나요?

    A. 현재 기술로는 가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기상 항공기 한 대 기준으로 1회 실험에서 늘어나는 강수량이 평균 약 1.4mm 수준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적합한 구름이 있어야만 시도 자체가 가능합니다. 댐이나 지하수, 해수담수화 같은 다른 수자원 확보 방법을 보완하는 보조 수단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요오드화은을 구름에 뿌리면 환경에 해롭지 않나요?

    A. 요오드화은은 인공강우에 가장 널리 쓰이는 물질로,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일반적인 사용 수준에서는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누적적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화학 물질 없이 전기장만을 활용하는 방식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Q. 중국 인공강우 때문에 한국 비가 줄어드는 건가요?

    A. 현재까지 중국의 인공강우 프로그램이 한반도 강수량을 줄인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인공강우는 이미 존재하는 구름 안에서 강수 과정을 일부 변화시키는 지역적 기술이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날씨를 좌우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다만 기상 조절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기상기구도 국가 간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 제주 KC-FACS 전기장 실험은 기존 클라우드시딩과 뭐가 다른가요?

    A. 기존 클라우드시딩은 요오드화은이나 소금 같은 화학 물질을 구름에 직접 살포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KC-FACS 실험은 화학 물질 없이 전기장을 가해 과냉각 물방울에서 빙정핵이 생성되는 과정 자체를 촉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물리적 메커니즘이 전혀 다릅니다. 아직 대형 챔버 안에서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이며, 실제 대기 적용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결론

    아파트 방송으로 단수 예고를 들었을 때의 그 당혹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다행히 다음날 비가 내려 위기를 넘겼지만, 그때 처음으로 물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운문댐 저수율 25%, 전국 48개 시군의 기상 가뭄, 8월과 9월에도 평년 이하의 강수량이 전망되는 지금, 인공강우는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입니다.

    다만 인공강우가 가뭄을 해결해 주는 만능 기술이라는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맞습니다. 적합한 구름이 있어야 하고, 효과도 기상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전기장 실험이 언젠가 화학 물질 없이도 비를 더 내리게 하는 기술로 이어진다면 의미 있는 진전이겠지만,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까지 인공강우를 포함한 다양한 수자원 확보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거스르는 기술보다, 자연과 함께 작동하는 기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KqwjZuJh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