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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일구다가 땅속에서 수년이 지나도 멀쩡한 비닐을 끄집어낸 적이 있습니다. 그게 플라스틱의 진짜 얼굴이라는 걸 그때 새삼 실감했습니다. 그러던 중 버려지는 빵에 곰팡이를 키워 가죽을 만들고, 손상되면 스스로 복원까지 된다는 연구를 접했습니다. 환경 문제를 푸는 열쇠가 이렇게 뜻밖의 곳에 있을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균사체로 만드는 가죽, 빵 곰팡이가 시작이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죽을 만드는 재료가 버려지는 빵 위에 피는 곰팡이라니,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으니까요.
곰팡이는 실처럼 가느다란 균사(菌絲)를 뻗으며 자랍니다. 균사란 곰팡이 세포가 길게 이어진 실 모양의 구조물로, 이것이 빽빽하게 모여 덩어리를 이룬 것을 균사체(菌絲體)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버섯의 갓 아래 하얗게 퍼져 있는 부분이 바로 균사체입니다.
2022년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빵에서 자란 곰팡이의 균사체를 수확한 뒤 글리세롤을 처리해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실제 가죽처럼 휘어지는 소재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글리세롤이란 동식물성 유지에서 추출하는 천연 보습 성분으로, 딱딱하게 굳은 균사체에 부드러움을 주는 가소제 역할을 합니다.
균사의 세포벽을 이루는 핵심 성분은 키틴(Chitin)입니다. 키틴이란 포도당에 아미노기가 결합한 다당류로, 게나 새우 껍데기가 단단한 이유도 이 키틴 덕분입니다. 식물 세포벽의 셀룰로오스보다 구조적으로 더 안정적이어서 소재로서의 내구성이 충분합니다. 텍스타일 익스체인지(Textile Exchange)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전 세계에서 약 1,250만 톤의 가죽 제품이 생산됐고, 그 과정에서 약 14억 마리의 동물이 연루됩니다(출처: Textile Exchange). 균사체 가죽은 이 숫자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도 아파트 텃밭을 일구다 몇 년 된 비닐을 삽으로 캐낸 일이 있습니다.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자꾸 떠올라서인지, 흙에서 썩어 사라지는 균사체 가죽이라는 개념이 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 균사체: 곰팡이 균사의 집합체. 버섯 본체가 바로 이것
- 키틴: 균사 세포벽의 주성분. 셀룰로오스보다 강하고 안정적
- 글리세롤 처리: 딱딱한 균사체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공정
- 원료: 버려지는 빵 등 음식물 폐기물로 균사체를 배양 가능
영지버섯 포자의 셀프힐링, 이게 정말 가능한가
어머니께서 기침이 심한 저에게 영지버섯 달인 물을 건네셨던 기억이 납니다. 맛은 썩 좋지 않았지만 약이라 생각하고 마셨죠. 그 딱딱하고 광택 나는 버섯이 가죽 소재가 된다는 것도 놀라웠는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손상된 부위를 스스로 복원한다는 연구까지 나왔습니다. 제 경험상 영지버섯은 단단하기로 유명한 버섯인데, 그 단단함이 오히려 가죽 소재로서의 내구성 근거가 된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2024년 4월 영국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영지버섯, 학명 가노데르마 루시둠(Ganoderma lucidum)의 균사체와 포자를 함께 활용한 가죽 소재를 소개했습니다. 포자(胞子)란 곰팡이나 버섯이 번식을 위해 만들어내는 미세한 씨앗 같은 구조물입니다. 이 포자가 가죽 안에 살아있는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가, 가죽이 찢기거나 구멍이 생기면 활성화됩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손상된 부위에 물을 살짝 적셔 주면 포자가 발아해 균사를 뻗으며 빈틈을 메웁니다. 이후 건조시키면 복원이 완료됩니다. 살아있는 생물학적 회복 기제를 소재 자체에 내장한 셈입니다.
셀프힐링 소재라는 개념에 대해 "아직 실험실 수준 아니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지적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실험실 단계인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균사체 기반 가죽 자체는 이미 상업 제품이 출시된 상태이고, 셀프힐링 기능은 그다음 단계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기술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생분해 소재로서의 가능성과 냉정하게 봐야 할 것들
버섯 가죽이 환경에 좋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그 방향 자체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친환경"이라는 말이 붙은 소재를 볼 때 한 가지를 꼭 물어보게 됩니다.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과연 얼마나 친환경인가, 하고 말입니다.
기존 가죽의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동물 사육과 도축 과정의 윤리·환경 문제. 둘째, 무두질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폐기물과 에너지 소모입니다. 합성 가죽은 동물 문제를 피하지만 석유 기반 폴리머를 원료로 써서 생분해가 거의 안 됩니다. 비건 가죽은 바나나 잎, 나무 껍질 같은 식물 기반이지만 가공 과정에서 전기와 화학물질이 상당히 들어갑니다. 균사체 가죽도 이 지점에서 예외가 아닐 수 있습니다.
생분해성(Biodegradability)이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자연 순환에 돌려보내는 성질을 말합니다. 균사체는 자연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생분해성 면에서는 합성 가죽과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러나 제품화 과정에서 첨가되는 가소제나 코팅 성분이 생분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은 라는 의견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앞으로 기술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응용이 있습니다. NASA는 현재 마이코 아키텍처(Myco Architecture) 프로젝트를 통해 곰팡이 균사체로 우주 건축 자재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출처: NASA Myco Architecture). 마이코 아키텍처란 곰팡이를 건축 재료로 활용하는 분야로, 달이나 화성에서 현지 유기물을 먹이 삼아 균사체를 키워 벽돌이나 구조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입니다. 가죽에서 건축 자재로, 균사체의 활용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습니다.
스티로폼 대체용 곰팡이 폼, 균사체 기반 대체육까지 이미 시판되고 있는 제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면, 이 소재가 단순한 실험실 화제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버섯 가죽은 진짜 가죽이랑 질감이 비슷한가요?
A. 균사체 가죽이 천연 가죽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미 상업화된 제품들은 유연성과 내구성 면에서 가죽에 가깝게 구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프리미엄 천연 가죽의 촉감이나 노화 특성까지 재현하기 위한 기술 개선이 진행 중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셀프힐링 가죽은 실제로 살 수 있나요?
A. 현재 셀프힐링 기능을 갖춘 균사체 가죽은 2024년 4월 영국 연구진의 논문으로 발표된 실험실 단계의 기술입니다. 균사체 가죽 제품 자체는 이미 시판되고 있지만, 셀프힐링 버전이 상업화되기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합성 가죽이랑 비교했을 때 균사체 가죽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나요?
A. 생분해성 면에서는 균사체 가죽이 석유 기반 합성 가죽보다 분명히 유리합니다. 다만 가공 공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나 첨가 물질에 따라 실질적인 환경 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 제조 방식까지 포함한 전 과정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왜 하필 영지버섯을 가죽 소재로 썼나요?
A. 가노데르마 루시둠, 즉 영지버섯은 자연 상태에서도 단단하고 조직이 치밀합니다. 이런 특성이 가죽 소재로 만들었을 때 내구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점도 소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었을 것입니다.
결론
텃밭 흙 속에서 건져낸 그 비닐 조각이 저한테는 꽤 오래 남은 장면입니다. 플라스틱이 편리함을 주는 대신 얼마나 오래 땅에 남는지를 몸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균사체 가죽은 그 반대편에 있는 소재입니다. 버려지는 음식물 폐기물에서 키운 곰팡이로 만들고, 쓰임을 다하면 땅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그대로 믿기보다는 제조 전 과정을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충분히 타당합니다. 저 역시 그 부분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술의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셀프힐링 가죽이 상용화되는 시점이 오면, 오래 고쳐 쓰는 소재가 아예 쓰고 버리는 소재를 대체하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요. 관심 있는 분이라면 균사체 기반 소재를 다루는 브랜드들의 동향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