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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전역하기 전까지 플라스틱이 그냥 다 '플라스틱' 하나인 줄 알았습니다. 군대에서 분리수거를 하면서 처음으로 PP, PS, OTHER라는 글자를 제 손으로 직접 확인했고, 그때부터 플라스틱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플라스틱 종류별로 재활용 가능 여부가 전혀 다르다는 것, 지금부터 제가 겪은 이야기로 풀어보겠습니다.

군대에서 처음 알게 된 플라스틱 재질 구분
전역하고 나서 가장 먼저 달라진 습관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집어 들면 바닥이나 옆면에 찍힌 재질 표기를 습관처럼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군대 가기 전에는 그런 표기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까요.
군대에서의 분리수거는 저에게 일종의 충격이었습니다. 작은 비닐 조각 하나도 재질을 확인해서 따로 담아야 했고,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것들은 표기를 직접 찾아봐야 했습니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그나마 알고 있었지만, PP, PS, OTHER라는 약어 앞에서는 처음엔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PET란 가볍고 투명한 소재로, 산소나 탄산가스의 투과를 차단하는 성질 덕분에 생수병이나 음료병에 주로 쓰이는 플라스틱입니다.
전역 후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보니 그냥 '플라스틱'이라고만 적힌 수거함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제가 평소에 플라스틱 재질을 전혀 몰랐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수거 시스템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으니 소비자도 신경 쓸 이유를 못 느끼는 거죠.
재활용률의 진실, 숫자에 속으면 안 된다
국내 재활용률이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안심이 됩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재활용률은 59%로 독일(65%)에 이어 세계 2위였습니다(출처: OECD 통계). 플라스틱만 따로 보면 그린피스 추정치로 2017년 기준 약 62%라고 하니 더욱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물질 재활용(Material Recycling)과 에너지 회수(Energy Recovery)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질 재활용이란 폐플라스틱을 녹여 새로운 플라스틱 원료로 다시 만드는 것을 뜻하고, 에너지 회수란 플라스틱을 태워서 열이나 전기 에너지를 얻는 방식입니다. 태워서 없앤 것도 '재활용'으로 집계되는 셈입니다.
그린피스의 추정에 따르면 실질적인 물질 재활용률은 약 23%에 그친다고 합니다(출처: 그린피스 한국). 제가 직접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62%와 23%, 같은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그림이 나온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석유 가격이 낮아지면서 재생 원료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코로나 이후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급증하면서 재활용 업체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경제성이 없으니 재활용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입니다.
올바른 배출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플라스틱 종류
군대에서 처음 마주친 약어들이 사실은 일상 곳곳에 있었다는 걸 전역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분리수거 습관이 꽤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종류는 크게 7가지로 분류됩니다.
- 1번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생수병, 음료병에 사용. 단일 소재라 재활용이 잘 되는 편. 무색 생수병은 라벨을 제거하면 재활용률이 특히 높습니다.
- 2번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녹는점이 높고 유해 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아 젖병, 전자레인지 용기, 의료용 소재에 사용. 재활용도 잘 됩니다.
- 3번 PVC(폴리염화비닐): 고무대야, 호스, 비닐 장판 등에 쓰이지만 소각 시 환경 호르몬과 독성 물질이 배출되고 재활용에 특별한 처리가 필요합니다.
- 4번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비닐봉지, 가정용 랩, 뽁뽁이의 소재. PVC와 달리 환경 호르몬 위험이 낮습니다. 단, 비닐류와 플라스틱류는 분리 배출해야 합니다.
- 5번 PP(폴리프로필렌): 가볍고 강하며 내구성이 높아 포장재, 자동차 내외장재, 마스크 소재로도 사용. 전자레인지 용기로도 쓰입니다.
- 6번 PS(폴리스티렌): 스티로폼이 여기에 해당. 열에 약하고 고온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 수 있어 뜨거운 음식 용기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재활용 효율도 낮습니다.
- 7번 OTHER(아더): 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나머지 전부. 여러 재질을 혼합했거나 소각·분해되지 않는 소재로, 재활용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제 경험상 이 목록을 알고 나서부터 마트에서 제품을 고를 때 바닥 표기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같은 플라스틱처럼 보여도 7번 OTHER는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게 낫고, 3번 PVC는 최대한 덜 쓰는 게 맞습니다.

선별장에서 걸러지지 않으려면 이렇게 버려야 한다
수거된 폐플라스틱이 전부 재활용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제가 나중에야 알게 된 부분입니다. 선별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빠르게 지나가는 폐플라스틱을 사람이 눈으로 직접 골라내는 방식으로 분류가 이루어집니다. 자동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재질이 확인되지 않는 것, 오염된 것, 여러 소재가 붙어 있어 분리가 어려운 것은 아예 선별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이물질이 섞이면 재생 원료의 품질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인데도 오염 때문에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는 경우가 꽤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씻을 수 있는 오염은 반드시 씻어서 버리고, 여러 소재가 붙어 있다면 최대한 분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기준이 있습니다. 길이가 약 15cm를 넘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은 선별장에서 걸러지기 어려우므로 분리수거함이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좀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는데, 선별 과정의 현실을 알고 나니 납득이 됐습니다.
기업 차원에서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GS칼텍스는 국내 정유 기업 중 유일하게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 수지를 생산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과 협약을 통해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재생 원료로 활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친환경 복합 수지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여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가공한 재생 소재를 의미합니다. 소비자의 올바른 배출과 기업의 재활용 기술이 함께 맞물려야 실질적인 재활용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플라스틱 번호는 어디서 확인하나요?
A. 대부분의 플라스틱 용기 바닥이나 옆면에 삼각형 화살표 마크 안에 숫자 또는 약어(PET, PP, PS 등)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제가 전역 후 습관적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는데, 찾아보면 생각보다 대부분의 제품에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Q. 비닐봉지는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버리면 되나요?
A. 비닐봉지 대부분은 LDPE 소재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플라스틱류와 비닐류는 수거함을 분리해서 배출해야 합니다. 지역마다 수거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거주지의 분리수거 안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Q. 스티로폼은 분리수거가 되나요?
A. 스티로폼은 PS(폴리스티렌) 소재로 재활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효율이 낮아 선별장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적습니다. 특히 오염된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거의 어렵고, 깨끗한 상태의 스티로폼 포장재 정도가 실질적으로 재활용됩니다.
Q.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A. 발표되는 수치에는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까지 포함되어 있어 실제보다 높게 보입니다. 그린피스 추정에 따르면 실질적인 물질 재활용률은 약 23% 수준으로, 표면적인 수치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알았을 때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결론
군대에서 작은 비닐 조각 하나를 재질별로 구분해 담던 기억이 지금의 제 분리수거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은 종류가 다양하고, 그 종류에 따라 재활용 가능 여부와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걸 모르면 아무리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도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않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집어 들면 재질 표기를 확인하고, PET·PP·HDPE 소재는 오염을 씻어 배출하고, PVC나 OTHER 소재는 가급적 덜 쓰는 것입니다. 15cm 미만 조각은 그냥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도 이제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분리수거는 열정만큼이나 방법이 중요합니다.